아침을 열며>전남이 살아나야 우리나라가 산다

이정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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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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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낙엽만 보고도 깔깔거리던 시절이 있었다. 지나가는 말똥구리의 뒤뚱거리는 모습을 보면 아예 배꼽이 빠졌었다. 설날에나 한번 쯤 얻어 입는 새 옷의 행복 유효기간은 최소 추석 때까지 지속되었었다. 쾌락 호르몬 ‘도파민’이 거침없이 분비되던 필자의 어린 시절 얘기이다.

흩날리는 낙엽을 보면 하릴없이 저물어 가는 세월에 대한 아쉬움만 가득하고, 청소 할아버지의 노고에 가슴 아플 뿐이다. 말똥구리는 왜 더러운 소똥만 먹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만 들고, 새 옷을 사도 명품이 아니면 즐겁지 않고 명품은 비싸서 화가 난다. 나이든 꼰대가 된 필자의 현재 모습이다.

나의 짧은 과학상식이 맞다면 인간의 쾌락을 담당하는 호르몬인 도파민은 나이가 들수록 1년에 1%씩 줄어든다. 고령화할수록 여행이나 일상의 즐거움이 사라지고 소비에 대한 욕구가 현저히 줄어든다.

도파민이 자꾸 줄어드니 돈을 써도 행복하지 않다는 뜻이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겪게 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도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에 따른 소비감소에 있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이나 주식 등 보유자산의 가격이 오르면 소비가 늘어나는 ‘부의 효과(wealth effect)’가 생긴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의 경우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비해도 별로 즐겁지 않은 중장년층이 자산의 상당 부분을 보유하고 있으니 그럴 수 밖에…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저성장 극복의 열쇠인 이유다.

전라남도의 인구통계를 보면 기이하다. 2018년 전남의 출산율은 1.24명으로 광역시도 중 젊은 도시인 세종시 다음으로 높다. 전국 평균(0.98명) 보다도 한참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22.5%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출산율이 가장 높은데도 불구하고 고령화율이 전국 최고인 희한한 현상은 바로 전남경제의 현주소를 대변한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서 젊은이들이 떠난다는 뜻이다.

인구학자들은 출산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밀집도’라고 한다. 젊은이들은 밀집도가 높아져 경쟁이 치열해지면 ‘재생산’ 보다는 ‘생존’본능이 커져 결혼과 출산을 미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유독 세계에서 가장 낮은 이유는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상대적인’ 밀집도가 높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지방의 젊은이들이 수도권으로 몰려들면서 서울, 인천, 경기에 전체인구의 50%가 밀집해 있다 보니 출산율이 세계 최저라는 것이다.

낙후된 지방경제 → 지방의 일자리 부족 → 지방 청년들의 도시유출 → 수도권 과밀현상 → 출산율 저하 → 우리나라 전체의 저성장 고착화라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전남을 비롯한 낙후된 지방경제가 살아야 이런 악순환을 극복하고 우리나라 전체가 저성장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의 목표가 ‘지역간 균형발전’이라는 구식 문법에서 벗어나야 할 때이다.

우리나라 전체 경제의 백년대계를 결정할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는 지방경제 활성화가 필수적임을 명심하라.

정부는 지방경제 활성화 강력추진 → 지역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 제공 → 수도권 청년 과밀현상 완화 → 출산율 상승 → 우리나라 전체의 저성장 극복이라는 새로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전남이 살아야 우리나라가 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