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향기> 문학의 계절, 문학의 가치를 생각한다

김선기 문학박사·시문학파기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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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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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한 복판에 와 있다. 가을은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낙엽 쌓인 공원 벤치에서 평화롭게 책을 읽는 이들의 모습이며, 책 판매량이 늘어 즐거워하는 서점 주인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가.

그러나 최근 문체부가 내놓은 ‘2018 문학 실태 조사’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국내 문인의 연간 수입은 2017년 기준 평균 1840만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해 근로자 평균 연봉(3475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소득 구간은 1000만원 미만(43.4%)이 가장 많고, 소득 없음도 7%다. 기초연금 수급자가 무려 7.4%다. 조사는 3대 문인 단체(한국문인협회·한국작가회의·국제PEN한국본부) 및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등록 문인 2236명이 그 대상이다.

출판시장은 어떤가. 전체 시장에서 문학류가 발행 종수 1위에 올랐으나 정작 발행 부수는 감소 추세다. 2007년 2235부였던 문학도서 평균 발행 부수는 10년 뒤 1229부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책 두께도 얇아졌다. 발행 면수는 2007년 평균 311쪽에서 2016년 291쪽으로 줄었다. 연구진은 ‘디지털 콘텐츠 등의 영향’으로 분석했다. 일반 국민 1000명 대상 ‘문학 향유 조사’도 함께 진행 됐는데, 문학보다 비문학 독서율이 더 높았다. ‘학업·입시·취업·업무 등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28.9%)가 가장 큰 이유였다. 요즘 문학계의 현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일본의 문학평론가 가라타니 고진이 어느 자리에서 그랬다고 한다. 자기는 언제부터인가 문학작품 읽기를 관뒀고, 이제 문학은 시시한 것이 됐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찔했지만 어느 면에서 수긍이 갔다. 그의 의중을 제대로 짚은 것인지 모르겠으되, 그의 말인즉슨 문학은 더 이상 역사적인 사건을 만드는 능력을 잃어버렸다는 말이 아니었을까.

그렇다. 요즘 누가 카프카를 읽고 세계의 위악한 정신적인 회로를 탐문하려 들겠으며, 누가 이상의 시집을 읽고 자신이 직면한 언어의 세계에 관하여 물음을 던지겠는가. 그러니 한때 그토록 위대했고 거룩했던 문학은 시시해질 수밖에.

아침부터 낙엽 비가 내린다. 뒹구는 낙엽을 보며 스스로 묻고 답해 본다. 문학은 어떤 가치가 있는가. 작가는 왜 문학 작품을 쓰고 독자는 문학작품을 왜 읽는가. 문학 작품이 우리에게 어떤 효용을 주고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는가.

어찌 보면 문학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의식주처럼 필수 존재는 아니다. 문학작품을 쓰고 문학작품을 읽지 않아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자. 인간은 의식만으로 만족하지 못한다. 동물적인 삶만을 영위하는 데에 만족 한다면, 문학은 빵 한 조각이나 동전 한 푼보다 못한 것일 수 있다. 문학은 실용적인 학문이 아니라, 근원적인 삶의 학문이다. 문학은 인간으로 하여금 인격을 충족시켜 주고, 정신적 구원과 삶에 희망을 주기도 한다. 문학의 본질적 가치는 읽는 즐거움 가운데 인생의 진리를 배우는 게 아닌가 한다. 문학의 계절이 깊어만 간다. 우리의 정신세계도 가을을 닮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