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걸식(乞食)아동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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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
양가람 기자 [email protected]

“사실 진짜 굶은 애들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리고 영특한 애들은 언제 어디서 뭘 고르면 되는지 판단해서 카드도 효율적으로 잘 써요.”

처음 저 말을 들었을 땐, 취재 방향을 잘못 잡은 줄 알았다. 그럼 여전히 배고픈 아이들의 소식은 어디서 들려오는 것인가.

사람 붐비는 점심시간, 꿈자람카드를 내밀었다가 식당 주인한테 눈칫밥을 얻어먹고 온 아이가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식당에서 가장 싼 음식을 주문했지만, 그날 아이가 삼킨 건 주인의 눈총과 창피함 그리고 서러움이었다.

9월 기준으로 광주 지역 결식아동 수는 1만6000여명, 꿈자람카드 발급 대상자는 7693명이다. 아이들은 하루에 1만원, 끼니당 4500원의 범위 안에서 원하는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다. 광주시에 책정된 결식아동지원 예산만 67억에 이르지만,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음식점은 많지 않다. 카드 사용 가능 업종은 편의점, 빵집 등에 몰려있고, 어쩌다 밥집을 찾게 돼도 한 끼 식사로 4500원은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다.

카드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아이들도 많다. 꿈자람카드가 주는 낙인효과는 아이들에게 다시 상처를 준다. 가맹 음식점을 찾아온 ‘영특한’ 아이도 카드를 내밀 땐 수없이 망설일 수밖에 없다.

가맹점주들도 고달프다. 아이에게 밥 한 끼 먹이기 위해 카드 단말기를 신규로 설치하고, 높은 수수료를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간혹 부모가 아이 대신 찾아와 과하게 결제하는 경우엔 거절하기도 어렵다.

문제는 세상에 배를 곯는 아이들이 없다고 믿는 몇몇 어른들에 있다. 그들 논리대로라면, 정해진 곳에서 일정 금액만큼 음식을 쏙쏙 골라내는 ‘영특함’과 거리낌 없이 카드를 내밀 줄 아는 ‘당당함’을 가진 아이들만이 밥을 먹을 수 있다.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눈칫밥으로 주린 배를 채워야 한다.

서울 홍대에서 시작된 ‘선한영향력’ 식당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광주에만 6개의 식당이 선한영향력에 동참해 아이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한다. 선한영향력 식당 주인들의 바람은 딱 하나. 아이들이 ‘눈치 보지 않고’ 언제든 찾아와 따뜻한 한 끼를 먹고 가는 것. 복지 시스템은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을 보듬어 줄 ‘착한’ 복지는, 아이들 시선을 헤아려줄 ‘착한’ 어른들은 아직 없다. 선한영향력이 고마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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