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 역사, 동시대 예술현장으로 탈바꿈하다

◇대만문화현장을 가다… 2. 대만 현대 문화 연구소
일제 대 대만총독부 산업연구소, 현대문화 산실로 변모
국가 주도로 2018년부터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 중
의미 있는 건축물 보존, 신축 통해 문화공간 활용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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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현대 문화 연구소 전경.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
대만 현대 문화 연구소 전경.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

문화 수준을 제고하기 위해 가장 요구되는 개념은 다양성이 아닐까. 문화기관에서 지역 간 혹은 국가 간 ‘교류’가 빈번한 이유도 교류를 통해 다양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다양한 문화를 접한다는 것은 예술가들에게 작업에 있어 풍부한 소재를 제공받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대만 현대 문화 연구소(Taiwan Contemporary Culture Lab·이하 C lab)는 제국주의에서부터 근현대사를 관통한 역사를 안고 시작했다는 점이 눈여겨 볼 만 하다. 대만 정 중심부에 7만5000㎡(약 2만2000평) 규모의 씨 랩(C lab)은 지난해 8월, 국제 문화 플랫폼과 아시아 간 문화 네트워크구축을 위해 조성됐다. 국가 주도의 대규모 문화예술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 공간은 일제 통치 기간이었던 1939년 대만 총독사무국의 산업 연구소로 지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엔 대만 지방 산업 연구소로 전환됐다가 1950년, 중국 공군사령부로 개편됐다. 쓰임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학교 기숙사, 도서관 등으로 개편을 거듭했고, 2018년 대만 문화부는 대만 생활 예술 재단과 제휴로 이곳에 씨 랩을 설립했다.

대규모 실험 예술 및 문화환경으로 조성된 제국주의의 파편은 현재 현대미술, 디지털 인문학, 시청각, 기억 프로젝트 및 사회 혁신 등 5개의 주제별 실험실로 구성돼 있다. 거주지, 실험 전시, 공연, 공개강연, 공동학습을 위한 워크숍, 혁신 관리 등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지만, 씨 랩이 지향하는 목표는 명확하다. ‘현대 문화를 위한 인큐베이터 형성’이 그것이다. 즉, 대만과 아시아에서의 삶의 경험에 특정한 현대 문화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곳이라는 것이다.

씨 랩 디렉터 우다쿤씨는 “씨 랩의 사명은 예술가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도록 중매자 역할을 하는 동시에 문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으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역사를 기반으로 문화예술공간으로 개편된 곳이지만, 노후화된 건물에 집착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21개로 이루어진 건물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몇 개를 제외하곤 곧 자취를 감출 예정이다. 건물 철거에 대해선 공청회를 거쳤고, 주민들은 새롭게 들어서는 문화기관에 대해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신축되는 건물은 2020년 공사에 돌입, 2030년까지 완공될 예정이다. 땅값 높기로 악명 높은 세계 대도시에 못지않게 대만의 부동산 가격도 높은 편이지만, 국가는 땅에 대한 소유권을 끝까지 놓지 않고 문화예술 풍토를 유지해 가려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의미있는 건축물에 대한 보존을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은, 역사를 오래된 것으로 치부하고 쉽게 허물어버리는 광주와 대조적이었다.

국가적 비극을 담고 있는 현장에서는 정체성에 관한 전시들이 한창 열리고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국내 작가 정연두의 ‘Noise Quartet’이었다. 네 개의 영상은 각각 오키나와와 홍콩, 가오슝, 광주를 담고 있었다. 민중의 역사가 서린 곳이라는 점이 공통점이다.

홍콩의 구룡 빈민가 성채를 배경으로 한 영상작품은 보존하기로 한 건축물 중 하나인 씨 랩의 정문 기둥 지하에 설치돼 있었다. 경찰에 쫓겨 지하에 숨어살면서 인공지능의 통제를 받는 빈민들의 이야기는 미래사회를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씨 랩은 예술적 혁신이나 문화실험, 문화 연구 등 문화 생산을 위한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외에도, 아시아와 세계를 연계하는 것을 장기적으로 계획 중이다. 세계적인 현대문화에 아시아의 새로운 문화적 시각을 던져보겠다는 계획이다.

우다쿤씨는 “현재 진행중인 문화 혁신 지원 네트워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되면, 씨 랩은 국가차원에서 문화 혁신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씨 랩이 구축한 네트워크 시스템은 아시아와 세계를 연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 한다”고 밝혔다.

씨랩의 디렉터 우다쿤씨가 공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
씨랩의 디렉터 우다쿤씨가 공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
세계 각국에서 가져온 전등으로 인공위성을 형상화 한 중국계 태국인 작가의 작품. 이 작품은 작가 가계의 역사를 담고있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
세계 각국에서 가져온 전등으로 인공위성을 형상화 한 중국계 태국인 작가의 작품. 이 작품은 작가 가계의 역사를 담고있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
이 작품은 인류가 처음으로 달에 착륙했을 때의 달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
이 작품은 인류가 처음으로 달에 착륙했을 때의 달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
2030년 옛 공군사령관 부지에 완공예정인 씨랩의 신축건물.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
2030년 옛 공군사령관 부지에 완공예정인 씨랩의 신축건물.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