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방탈출, 게임은 곧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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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선우 기자 sunwoo.oh@jnilbo.com
오선우 기자 [email protected]

폐쇄된 공간 속 어두운 조명 아래, 목을 옥죄듯 줄어드는 시간에 수많은 방해물과 속임수까지. 단 한 번의 실수조차 용납되지 않는 이곳에서 플레이어는 탈출하기 위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몰이 중인 ‘방탈출카페’의 테마다. 게임과 영화 등의 소재로 심심찮게 쓰이는 방탈출은 언제부턴가 시민들도 현실에서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오락 소재가 됐다.

그러나 만일 방탈출카페에 들어간 상태에서 화재나 정전 등의 사고가 발생한다면?

게임은 그대로 현실이 되고 만다. 탈출구가 없는 채로.

생긴 지 얼마 안 된 방탈출카페 등 신종자유업에 대한 소방·전기·건축법 제도가 마련되지 않아서다. 현재 다중이용업소 목록에는 방탈출카페 등 신종자유업종들이 포함돼 있지 않다.

이 업종들은 담당 세무서나 구청에 ‘서비스업’으로 등록하며, 소방서에도 별도로 신고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그 때문에 화재시설을 갖추지 않은 경우에도 개업할 수 있으며, 전기·건축법의 제한에서도 자유롭다.

방탈출카페 외에도 최근 인기몰이 중인 ‘VR방’, ‘스크린야구장’ 등도 마찬가지.

얼마 전 광주시가 소방·전기·건축 전문가들과 벌이는 ‘안전대진단’ 동행 취재를 다녀온 뒤, 평소 방탈출카페에 놀러 갔을 때 느끼지 못했던 심각한 문제점들을 실감했다.

건축법 기본 제한에 못 미치는 좁은 복도, 천장 높이, 경사 높은 계단, 숨어 있는 다락과 견고한 철창, 전기 신호로 작동하는 유압식 문까지.

게임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던 각종 장치는 누전이나 화재가 발생할 경우 이내 풀리지 않는 함정으로 돌변, 손님들의 숨통을 옥죄게 된다.

지난 1월4일(현지시간) 폴란드 북부 도시 코샬린의 한 방탈출카페에서 화재가 발생해 10대 소녀 5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일행 중 한 명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평소 즐겨 가던 방탈출카페를 찾은 15세 소녀들은 이날 끝내 탈출하지 못했다. 사인은 화재로 발생한 일산화탄소 질식으로 잠정 파악됐다.

폴란드 정부는 전국 1100여개의 방탈출카페를 대상으로 일제 점검을 시행, 13곳에 대해 폐쇄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대구 지하철’, ‘세월호’ 등 씻지 못할 아픈 기억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는 여전히 안전불감증이 만연해있다.

신종자유업을 규제하는 제도 입법도 수년째 국회서 표류 중이라고 한다. 그 때문에 공무원들이 점검을 나가도 권고나 시정 조치를 하는 것이 전부다.

국회의원들이 나서 국민의 안전을 위해 무법지대인 신종자유업에 대한 규제 등 제도를 하루빨리 정착시켜야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도 기어이 일이 터지고 나서야 후회하며 허겁지겁 뛰어다닐 텐가?

오선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