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문화담론> 심사의 품격- 심사위원의 갑질, 아시나요

정두용 (사)청년문화허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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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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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문화예술 지원사업, 용역사업 등에 종종 심사위원으로 섭외 요청을 받는다. 시민문화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여러 지역, 지자체, 기관 등에서 몇 년간 심사를 해오며 느낀 점, 특히 ‘심사위원의 갑질’에 대해 들려줄까 한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게 되는 사람들은 대체로 그 분야의 전문가, 대학교수, 전문 연구자, 언론인, 공공기관 임원, 고위 공무원 등 소위 전문가 그룹에 속하는 사람이 많다. 심사 특성상 심사장에서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듯한 갑질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보고, 겪은 심사위원 갑질의 유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모욕과 모멸이 난무하는 청문회형이다. 어떤 심사위원은 자신이 마치 상대 정당 인사청문회에 임하는 국회의원의 심정으로 착각하는 듯하다. 최근 어떤 심사장에서 한 심사위원은 “그런 연예인을 섭외하다니 제안 업체의 의식 수준이 너무 낮은 것 같다!”고 했다. 그 행사에 해당 연예인이 어울리지 않는다면 “제 생각엔 그 연예인은 이런 일로 문제가 됐는데 이 행사에는 적절하지 않아 보이네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라는 코멘트가 적당하지 않았을까. 그 답변에 따라 ‘평가점수’를 매기면 되는 일이다. 의식 수준이 낮다느니 하는 말을 심사대상이라는 이유만으로 들어야 했을까.

둘째, 심사를 자신의 강연회 쯤으로 여기는 형이다. 기본적으로 심사는 제안자의 계획이 해당 지원사업, 용역 사업에 적합한지를 평가하는 자리다. 심사위원이 제안자에게 자신의 지식을 전달하고, 가르치고, 뽐내는 자리는 아니다. 심사위원이 심사대상보다 더 똑똑하고, 더 전문가라서 그 자리에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어떤 심사위원은 자신의 사업을 설명하기 위해 나온 심사대상보다 더 많이 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셋째, 면접심사를 자문회의나 컨설팅으로 생각하는 형이다. 심사위원의 강연 자리가 아닌 것처럼, 자문회의나 컨설팅 하는 자리 또한 아니다. 더 좋은 사업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에 선의를 가지고 “제 생각에 이러면 더 좋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참고될까 말씀드린다” 정도의 코멘트는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계획서 잘못된 부분을 하나하나 지적해 가며 그 자리에서 고치려고 하거나, 틀린 게 아닌 ‘다른’ 가치관과 철학에 기반한 계획을 ‘틀리다’고 지적하는 경우도 종종 볼수있는 장면이다. 그 자리에서 심사대상은 심사위원의 말을 반박하거나 부정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심사장에서 심사는 꼼꼼하게, 깐깐하게, 세밀하게, 예리하게 이뤄진다. 하지만 심사를 예리하게 하는 것과 모욕을 주는 것은 전혀 다르다, 비판과 비난이 다르듯이 말이다. 심사장에서 심사위원의 권한은 사실 공권력과 같다. 오·남용되면 폭력이 되기 쉽다. 심사에 참여하는 이들은 심사위원에 선택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구조적으로 약자가 되기 십상이라서 심사위원과 동등한 입장에서 발언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그렇기에 선의라 해도 심사위원의 강연, 컨설팅 등은 자제해야 한다. 토론장에서 토론자로 만났을 때는 동등한 입장에서 얘기할 수 있지만 심사장에서는 그럴 수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심사 대상자들은 지원사업, 용역사업을 구걸하러 오는 게 아니다. 시·공공기관, 시민의 파트너다. 심사위원에게 선택 받아야 한다는 이유 만으로 모욕과 모멸감, 수모를 감내하는 게 정당한 일일까.

심사위원의 갑질은 그 개인의 인성도 문제이겠지만, 실은 심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심사위원들도 특별히 따로 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서일 터다. 열심히, 잘 하려는 의욕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고 본한다. 주최 기관에서 심사위원들에게 심사 유의사항 등을 먼저 알려주고, 심사위원 스스로도 말과 행동, 태도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 만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광주를 인권도시라 부른다. 이번 기회에 심사문화부터 바꿔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