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회피에 화났지만 한·일 관계 회복해야 한다”

◇유니클로에 ‘한 방’ 날린 윤동현씨, 전남일보 인터뷰
일본 우익세력 한국 폄훼 소재로 악용…“실망했다”
한·일 청년들 소통의 장 만드는 시민 활동가 희망
전남대 사학과 모임 ‘광희’, 본보와 팟캐스트 제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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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사학과에 재학중인 윤동현 씨가 19일 SNS에 '유니클로 광고 패러디'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업로드했다. 이 동영상에는 근로정신대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89) 할머니가 출연, 최근 전범 피해자 조롱 논란으로 관심을 모은 '유니클로' 광고를 패러디하며 피해자의 시간이 지나도 여전한 아픔과 고통을 표현했다. 편집에디터
전남대 사학과에 재학중인 윤동현 씨가 19일 SNS에 '유니클로 광고 패러디'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업로드했다. 이 동영상에는 근로정신대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89) 할머니가 출연, 최근 전범 피해자 조롱 논란으로 관심을 모은 '유니클로' 광고를 패러디하며 피해자의 시간이 지나도 여전한 아픔과 고통을 표현했다. 편집에디터

“동영상을 보고 일본인들이 한국의 아픈 역사를 이해해주길 바랐는데 내 취지가 일본에서 왜곡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전남대 사학과 4학년 윤동현(25)씨가 지난 19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유니클로 광고 패러디’ 영상의 기본 의도는 ‘상호 이해와 진솔한 대화’였다. 그러나 윤 씨의 희망은 일본에서 부서졌다.

윤 씨를 자극한 건 일본 기업 유니클로의 광고 영상이었다. 유니클로가 공개한 광고 영상에는 98세 할머니가 13세 소녀 디자이너로부터 “제 나이 때는 어떻게 입었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게 오래 전 일은 기억 못 한다”고 답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한국어판 자막에만 할머니의 대답이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라고 의역됐다.

한국어판 광고 자막이 위안부 할머니를 희화화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윤 씨는 즉시 근로정신대 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89) 할머니와 ‘유니클로 패러디 영상’을 만들었고 유니클로는 파장이 커지자 “그럴 의도는 없었다”고 사과하면서 송출을 전면 중단했다.

윤 씨의 영상이 굴지의 글로벌 기업의 광고를 끌어내렸지만 일본 현지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윤 씨는 동영상 제목에 ‘조롱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먼저 밝혔지만 동영상을 소개하는 일본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윤 씨를 향한 비난 댓글이 많았다.

윤 씨는 “국내에서 문제가 됐는데 유니클로는 단순히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말한 게 너무 화가 났다. 책임을 완전히 회피한 게 아니냐”며 “나는 단순히 ‘우리가 느낀 점을 당신들도 느껴봐라’는 단순한 역지사지의 마음을 갖고 영상을 만들었다. 제 의도가 왜곡돼 단순히 원폭이나 방사능 피해자들을 조롱한 것으로 비춰져 안타깝다”고 했다.

하나의 패러디 영상이 촉발시킨 한일 양국간 정반대의 반응은 윤 씨가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 윤 씨는 “이 패러디 영상이 일본 우익들이 한국을 폄훼하는 데 활용되는 게 아쉽다”며 “국내에선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솔직히 기쁘진 않다. 패러디 영상을 통해서 대화까지 나아갈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 점이 안타깝다”고 했다.

평소 역사 관련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며 ‘알기 쉽게 역사 배우기’의 역할을 충실히 다하고 있는 윤 씨는 역사동아리 ‘광희’ 회장을 맡고 있다. ‘광희’는 광주의 희망이란 뜻이다. 현재 광희는 전남일보와 함께 청춘 시사토크 허심탄회를 제작하고 있다.

윤 씨는 “대학교를 졸업하면 시민 활동가라는 이름으로 활동할 예정이다”며 “일본의 경제 보복 이후로 경색된 한일 관계를 회복시키고 싶다. 한국의 청년, 일본의 청년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볼 예정이다”고 밝혔다.

한편 윤 씨는 한글날을 맞아 욱일기 퍼포먼스 일본 전범기인 ‘욱일기’를 규탄하는 카드 퍼포먼스를 벌인 바 있다. 이날 그는 전남대 대운동장 잔디밭에서 검정·빨강 하드보드지 476장을 이용한 카드 퍼포먼스를 펼쳤다. 하드보드지로는 일본의 ‘욱일기’와 나치 독일의 전범기 ‘하켄크로이츠’를 나란히 재현했다. 전쟁범죄의 두 상징 사이에는카드 10장을 활용한 등호가 놓였다.

최황지 기자

전남일보 스튜디오에서 대학생들과 함께 하는 시사토크 '허심탄회'를 촬영하고 있는 전남대 역사동아리 '광희'의 모습. 광희 팀장으로 활동했던 윤동현 씨(왼쪽)가 의견을 말하고 있다. '허심탄회'는 전남일보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제작하고 있다.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
전남일보 스튜디오에서 대학생들과 함께 하는 시사토크 '허심탄회'를 촬영하고 있는 전남대 역사동아리 '광희'의 모습. 광희 팀장으로 활동했던 윤동현 씨(왼쪽)가 의견을 말하고 있다. '허심탄회'는 전남일보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제작하고 있다. 최황지 기자 [email protected]
최황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