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녀 인생 2막 활짝… “처음엔 아이 위해, 이젠 나를 위해”

동구청, 경단녀 대상으로 독서미술지도사 과정 시행
'육아의 직업화' 그림책 해석으로 상상력 증진 시켜
이은경 강사 "배우면 좋을 일… 여성들 용기 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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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동구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평생학습 프로그램' 중 그림책 미술지도사 과정에 강사로 참여하고 있는 이은경(오른쪽) 강사가 수강생들과 함께 미술 작품 만드는 과정을 지도하고 있다.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
광주 동구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평생학습 프로그램' 중 그림책 미술지도사 과정에 강사로 참여하고 있는 이은경(오른쪽) 강사가 수강생들과 함께 미술 작품 만드는 과정을 지도하고 있다. 최황지 기자 [email protected]

“내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 참여한 강좌였는데 갈수록 내 인생에 대한 욕심이 커졌습니다. 자격증 따서 꼭 다시 취업하고 싶어요.”

광주 동구청에서 지난 9월 실시한 ‘경력단절여성(이하 경단녀)을 위한 평생학습 프로그램’ 가운데 ‘그림책 미술지도사’ 강좌에 참여한 노명희(43·여)씨는 인생 2막을 꿈꾼다. 결혼과 출산을 거치며 15년 다녔던 직장을 그만둔 노 씨는 전업주부로 5년을 지냈다. 재취업에 대한 뚜렷한 목표가 흐릿해질 무렵, 동구청에서 실시하는 프로그램을 우연히 접했다.

‘그림책 미술지도사’는 영유아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책 속 인상적인 부분을 그림이나 미술로 함께 만드는 지도사를 말한다. 그림책의 글과 삽화를 통해 아이들의 이해력을 높이고 작품을 함께 만들며 잠들어 있던 아이들의 미적 감각과 창의력을 일깨우는 역할을 한다.

이 프로그램을 처음 접했을 때도 노 씨의 목적은 ‘내 아이’였다.

“손으로 만드는 작업이 아이에게 좋은 건 알았지만 미술 관련 전공이 아니어서 한 번 배워보면 좋을 것 같았다”고 생각했던 노씨는 한 달 반 정도 진행되는 교육 과정에서 자격증 취득까지 욕심을 키웠다. 내 아이뿐만 아니라 많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그림책 지도사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긴 것이다.

노 씨는 “이 직업은 아이들의 마음을 읽는 게 중요하다. 책을 잘 읽어주는 스킬, 미술을 잘 하는 능력도 있으면 좋겠지만 각각 성향이 다른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잘 다독여 줘야한다”며 “아이를 키워본 입장이라 아이들의 표정과 눈빛을 보면 유추할 수 있다. 이 교육을 통해 내 아이들과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의무로만 여겨졌던 육아가 경단녀의 인생 2막을 활짝 열어주는 직업이 됐다. 강좌에 참여한 경단녀는 이 과정을 통해 ‘일과 가정의 양립’이란 가능성을 실현시킬 수 있게 됐다. 오는 31일까지 교육과정을 모두 수료한 이들은 독서 미술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어린이집 교사나 개인 선생님 등으로 연계 취업할 예정이다.

독서 미술지도사에 대한 매력과 중요성을 일찍이 깨닫고 지역에 처음으로 과정을 신설해 많은 경단녀들을 만나고 있는 이은경 강사는 “엄마가 직접 배워서 아이를 가르쳐줄 수 있으면 더 없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 배우게 됐다”며 “나뿐만 아니라 많은 경단녀 분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내 아이를 위해, 자신을 위해 일을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강사는 현재 동구청 뿐만 아니라 관내 문화센터 등지에서 많은 경단녀를 대상으로 그림책 미술지도사 과정을 전파하며 제2의 인생을 펼칠 수 있는 도우미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이 강사는 “엄마들은 그림책 책 속 글만 읽어준다. 그런데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다. 엄마는 그런 궁금증을 해소시켜주고 질문해줘야 한다”며 “그래서 많은 엄마들이 배웠으면 좋겠다. 용기를 내서 도전해보고 직업으로 연계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그림책 미술지도사 외에도 동구청은 관내 거주 경단녀를 대상으로 정리수납전문가2급, 앙금플라워 떡케잌 데코 지도 1,2급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재료비, 수강료, 교재비 등 일체의 비용을 동구청이 지원하고 참가자들은 검정료만 부담하면 돼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글·사진=최황지 기자

최황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