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뒤에 숨은 살인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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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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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공간’에서 표현의 자유는 어느 수준까지 허용돼야 하는 것일까.

늘 씩씩하고 굳세리라 믿었던 배우이자 가수 설리가 며칠 전 세상을 등졌다. 기자는 그녀를 예쁜 연예인을 넘어,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당차고 멋진 여성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랬기에 이 같은 소식은 엄청난 혼란과 안타까움,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녀는 지난 4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에 ‘영광스러운 날’이라고 지지 발언을 했으며, “브래지어는 액세서리일 뿐”이라는 의견을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당당히 밝히기도 했다.

그랬던, 그녀가 이같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주된 이유는 사이버공간에서의 ‘악플’이 지목된다. 비단 설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동안 많은 스타들이 악플로 고통을 받다 세상을 떠났고, 악플 피해를 호소했던 연예인도 셀 수 없이 많다. 최근에는 방송에 나오는 비연예인이나 유튜버, 인플루언서 (‘SNS 유명인)등 악플의 대상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그의 목숨을 앗아간 ‘악플’은 사후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악플러들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법 상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허위사실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악플러 대부분은 적은 금액의 벌금을 내는 데 그치고 있는 현실이다. ‘인터넷 실명제’ 도입도 힘을 얻고 있다. 지난 2007년 포털 사이트 등에서 도입됐던 인터넷 실명제는 2012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폐지됐다. 정치권에서는 ‘설리법’이라는 이름으로 악플방지법을 도입하자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물론, 일각에선 이 같은 움직임이 결국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형태로 악용될 수 있다고 도 우려한다. 그렇다면, ‘댓글 부분 실명제’라도 도입하는 것은 어떤가 싶다. 더이상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 하에 꽃다운 생명을 잃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법 개정에 앞서 사회 인식의 개선도 필요하다. 악성 댓글의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가 각성하고, 악플 문화 근절을 위해 모두 노력해야 한다. 악플은 한 사람의 영혼을 짓밟는 ‘사회적 폭력’이자, 개인의 마음을 난도질할 수도 있는 살인과도 같다. “무심코 연못에 던진 돌맹이에 개구리는 맞아 죽을 수 있다”는 점을 늘 명심하자.

박수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