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고에서 끄집어 낸 현대의 단상

22일부터 광주시립미술관 소장품전 '바람이 지나간 자리'
청년작가부터 중견, 원로 등 38명 44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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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보 1992년 작 '묘법' 편집에디터
박서보 1992년 작 '묘법' 편집에디터

미술관 수장고에 보관 중인 작품들은 미술관의 정체성과 철학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이런 맥락에서 광주시립미술관의 작품 수집 방향은 뚜렷하다. 남도 화단의 전통을 잇거나 저항의 역사 등 광주전남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작품 또는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중인 청년작가들의 작품 등이다.

광주시립미술관이 ‘바람이 지나간 자리’를 주제로 그간 충실히 기록해 온 지역문화의 기억들을 수장고에서 끄집어 낸다. 22일부터 내년 2월 9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제5, 6 전시실에서 열리는 광주시립미술관 소장품전은 현대사회에서 무표정하게 변해가는 개인들이 한번쯤 감상해 볼만한 자리다. 전시는 4개의 공간으로 구성되며, 각 방마다 ‘응시하다’ ‘마음을 쏟다’ ‘지나치다’ ‘헤아리다’를 주제로 젊은 청년작가에서부터 중견, 원로작가들 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각 방을 통과할 때, 관람객은 의식과 무의식, 자신의 감정, 일상의 풍경, 주변과의 관계 등을 곰곰이 생각하고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전시에는 치열한 사유로 ‘회화의 복귀’를 추구해 온 김유섭을 비롯해 강숙자, 이건용, 김성수, 임주연 등 38명이 참여해 한국화, 서양화, 조각, 영상 등 44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단색화의 거장으로 불리우고 있는 박서보 화백의 ‘묘법’원작을 감상할 수 있다.

박 화백의 대표작인 묘법원작은 반복적 행위를 통해 화면 전체를 균일적으로 보이게 하는 작품이다. 1970년대 묘법은 연필로 드로잉한 작품으로 다소 직설적인 느낌을 주는 반면 1980년 이후의 묘법은 한지의 물성을 이용한 작업으로 꾸준한 자기연마를 예술로 승화시켰다. 이번 전시에서는 1992년에 작업한 묘법으로, 한국 단색화 고유의 미 뿐 아니라 관람자로 하여금 마음의 안정을 주는 작품이 전시된다.

부대행사로는 박 준 시인의 인문학 콘서트가 진행된다.

사람들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읽어낸 시로 20~30대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박준 시인은 이번 행사에서 ‘읽는다고 달라지는 일은 없겠지만’을 주제로 오는 25일 오후3시 관람자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는다.

첼로와 피아노가 협연하는 미니 연주회도 마련된다. 미니연주회는 깊어가는 가을 10월의 마지막 자락을 맞는 관람객에게 ‘나만의 시간’으로 빠져들기에 충분한 선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승보 광주시립미술관장은 “삶의 현장에 매어있는 사람들의 의식은 그 일상에서 벗어나기 힘든 경우가 많다”며 “자신의 생김을 들여다 볼 여유를 갖기 어렵지만, 미술작품과의 교감은 자신을 위한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연 작 '스토킹' 편집에디터
임주연 작 '스토킹' 편집에디터
강숙자 작 '꿈' 편집에디터
강숙자 작 '꿈' 편집에디터

박상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