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같았던 페미니즘은 그만… “‘남성’과 화해해야 한다”

권력으로 자리잡은 '여성이론' 대적하는 용감한 문제제기
모두에게 손해인 젠더 전쟁 끝내려면 새로운 목표 설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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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논쟁이 어느 덧 예민한 문제가 됐다. 이 같은 날이 선 이론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책이 출간됐다. 사진은 지난 해 '곰탕집 성추행 유죄 판결'과 관련해 각각 상반된 시위를 하는 모습. 편집에디터
'페미니즘' 논쟁이 어느 덧 예민한 문제가 됐다. 이 같은 날이 선 이론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책이 출간됐다. 사진은 지난 해 '곰탕집 성추행 유죄 판결'과 관련해 각각 상반된 시위를 하는 모습. 편집에디터

페미니즘은 전쟁이 아니다 | 조안나 윌리엄스 | 유나영 옮김 | 별글 | 1만7000원

“여성이 이뤄낸 진보는 과거에 여성들이 겪은 억압과 관련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학교, 직장, 가정에서 여성의 경험은 남성의 삶과 함께 볼 때에만 의미가 있다”

젠더 갈등에 격렬한 논쟁이 붙었던 것도 잠시. 이해 없는 대화는 곧 혐오로 바뀌었고 ‘네편 내편’의 갈등은 젠더 논쟁을 ‘예민한 문제’로 치부했다.

‘전쟁 같았던 젠더 갈등’에 새로운 방향성을 설정할 책이 출간됐다. 책 ‘페미니즘은 전쟁이 아니다’의 저자 조안나 윌리엄스는 영국의 정치, 문화, 사설을 다루는 잡지의 주요 기고자로 활동하고 있다.

“여성의 삶을 사회의 편견과 권력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발전해온 페미니즘은 왜, 어떻게 또 다른 권력이 되어버렸나?” 이 지점이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됐다.

영국 켄트 대학의 부교수인 저자는 오랜 연구를 통한 다양한 통계와 세밀한 분석을 기반으로 페미니즘을 ‘가장 현대적인 동시에 가장 오랫동안 옛 유령에 사로잡혀 있는 사상’이라고 규정한다. 그러면서 진정한 평등은 “‘페미니즘’ 이론의 족쇄에서 벗어나야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페미니즘의 역사를 통해 이루어진 긍정적인 변화들에 대해서는 현재의 페미니즘이 지나치게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여성은 단순한 희생양이 아니다”라는 다소 대범한 주장을 내세운 저자는 “오늘날 페미니즘은 본래 경력이 아닌 새로운 일자리를 쟁취한 여성들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고 있지 않다”며 “여성이 힘센 남성과는 반대로 무고한 희생양으로만 정의된다면, 평등에 대한 요구와 보호에 대한 요구가 오히려 더욱 혼동될 수 있으며 공정성을 위배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어느 덧 엄숙한 주제가 돼버린 ‘페미니즘’에 대한 현시대 가장 용감한 책인 이유다. 이 책은 여성과 남성이 더는 서로 대립하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공존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역설하며 ‘진정한 페미니즘’을 추구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해방’ 이란 단어를 재해석 한다. 그는 1960년대에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단어였던 ‘해방’을 “여성과 남성이 진정으로 자유로워지고 오늘날 그들의 완전한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는 페미니즘과 젠더 전쟁으로부터 해방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명 ‘페미니즘으로부터의 해방’이다.

페미니즘은 전쟁이 아니다 우리는 왜 젠더 전쟁에서 자유로워져야 하는가? 조안나 윌리엄스 지음 | 유나영 옮김 | 별글 | 2 편집에디터
페미니즘은 전쟁이 아니다 우리는 왜 젠더 전쟁에서 자유로워져야 하는가? 조안나 윌리엄스 지음 | 유나영 옮김 | 별글 | 2 편집에디터

저자는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부터 베티 프리단과 앤드리아 드워킨, 캐서린 맥키넌에 이르는 페미니즘의 역사 또한 간과하지 않고 세밀히 분석한다.

성별, 임금 격차, 모성, 성희롱, 포르노 등 첨예하고 다양한 문제들을 낱낱이 짚어가며 주장에 대한 신뢰성도 높혔다. 이 책은 페미니즘에 대한 새로운 문제 제기를 던질 뿐만 아니라, 페미니즘의 역사 등을 통해 이론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안겨주는 묵직한 자료가 된다.

현대 페미니즘은 여전히 폐쇄적이고 부정적이다. 여성들에게 열려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좇으라고 독려하고 권장하기보다, 여전히 여성들은 크게 억압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매일 새롭게,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을 선언한다.

페미니즘이 진취적이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여성의 힘을 키우는 것보다 남성의 행동에 대한 규제에 초점을 두고 비판과 억압을 지속한다면, 결국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손실로 이어지는 젠더 전쟁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제 페미니즘의 공과를 다시 돌아보고 제대로 점검해야 할 때가 왔다. 누구도 승리할 수 없는 전쟁이라면 하루 빨리 끝내야 한다.

최황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