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은 반갑지만 ‘악취’ 은행 열매 어찌하오리

냄새 풍기는 암 은행나무 광주에만 8500여 그루
해마다 반복되는 민원… 근본적 대책 마련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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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열매의 악취로 시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광주시는 사람들의 통행이 잦은 구간에 수거반을 투입해 악취잡기에 나섰다. 김진영 기자 jinyoung.kim@jnilbo.com
은행열매의 악취로 시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광주시는 사람들의 통행이 잦은 구간에 수거반을 투입해 악취잡기에 나섰다. 김진영 기자 [email protected]

“은행 열매에서 나는 역겨운 냄새 때문에 길을 걷기 매우 불편합니다. 손님들이 은행나무로 밟은 채 매장에 들어오기라도 하면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광주시 동구에서 방앗간을 운영하는 김인선(48)씨의 하소연이다.

‘가을 불청객’이 찾아왔다. 노랗게 익은 은행나무 열매다.

은행나무는 생명력이 강하고 수명이 길다. 샛노란 단풍이 아름답고 병충해에 강해 가로수에 적합하다. 하지만 이 많은 장점에도 치명적 단점이 있으니, 열매에서 풍기는 ‘악취’다.

‘악취’의 원인은 열매 겉껍질에 함유된 ‘빌로본(Bilobol)’과 ‘은행산(nkgoic acid)’이 원인이다.

열매 냄새는 ‘똥’ 냄새에 비유될 정도로 악명이 높은데, 열매가 떨어지는 가을이 되면 행인들의 신발에 고약한 냄새를 남긴다. 이 시기 가장 많은 시민 민원이기도 하다.

광주시 곳곳에서도 도로변에 깨져 악취를 풍기는 은행나무 열매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악취도 문제거니와 보행자가 이를 피하려다 자칫 안전사고로 이어질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광주 가로수 16만1000여 그루 중 은행나무가 4만6000여 그루다.

모든 은행나무가 열매를 맺는 것은 아니다. 은행 열매는 ‘암나무’에서만 열린다. 4만6000여 그루 중 8500여 그루가 암나무다.

북구에 2900여 그루로 가장 많이 있고, 광산구 2800그루, 서구 1300그루, 동구 800그루, 남구 700그루 등이다.

● 은행열매 ‘악취’ 해결책은 없나

은행 열매 민원은 비단 광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맘 때면 전국 곳곳이 은행열매 민원으로 시달린다.

악취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도 쏟아지고 있다.

대전시는 은행 열매를 전문으로 채집하는 특수장치를 단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차량에 설치된 장비로 은행나무를 흔들어 열매가 차량으로 떨어질 수 있도록 특수제작된 차량이다. 1그루당 열매 수거 작업에 5분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고양시는 열매가 길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나무에 그물망을 설치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나무 밑둥에 설치된 그물망으로 열매가 떨어지도록 해 민원을 줄이는 방식이다. 설치·철거 비용은 59만원 정도인데, 시민 반응은 ‘대만족’이다.

수원시는 아예 암 은행나무를 다른 수종으로 바꾸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 중이다. 2022년까지 예산 36억원을 투입, 암나무 600여 그루를 수나무나 느티나무 등 다른 나무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이다.

● 빈약한 광주시 대책

광주의 대책은 조금은 ‘단편적’이다. 열매가 익기 전 떨어지도록 하는 약품을 살포하거나, 떨어진 열매를 직접 수거하는 방식이다.

그마저도 한계가 있다.

광주시에 식재된 8500여 그루 암나무 중 약품을 살포한 나무는 1200여 그루에 불과하다. 일부 자치구는 체계적으로 암·수나무를 구분해 암나무에만 약품을 살포하기도 하지만, 아예 악품 살포를 하지 않거나 암수나무 구분없이 살포하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해명도 궁색하다. 광주시 관계자는 “약품을 살포해도 아예 열매가 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생각보다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은행나무 대책은 주로 열매를 수거하는 것에 집중돼 있다”고 했다.

열매를 수거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인력 부족 때문이다. 버스 정류장이나 횡단보도 등 일부 통행이 잦은 구간에 국한되거나 민원이 들어올 때마다 ‘그때그때’ 열매를 수거하고 있는 현실이다.

일부 자치구는 타 지자체가 도입한 ‘그물망 설치’를 시도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그마저도 중단한 상태다.

광주시 동구 이야기다. 동구는 지난해 은행나무의 낙과를 막기 위한 ‘그물망’을 도입했지만, 미관을 해치고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마저도 올해는 설치하지 않았다.

근본적 해결책인 암나무를 다른 수종으로 교체하는 것 역시 광주시는 미온적이다. 예산 부족이 이유다.

암 은행나무 한그루를 다른 수종으로 교체하는 비용은 대략 150여만원. 광주시내 암 은행나무 8500여 그루를 교체하려면 127억원의 예산이 필요한 셈이다. 재정이 열악한 광주시가 아예 암 은행나무 교체에 엄두도 내지 못한 현실적 이유이기도 하다.

시민들이 은행 열매를 직접 따거나 길거리에 떨어진 열매를 주어가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거리에 떨어진 은행 열매를 줍는 것은 현행법 상 ‘점유이탈물횡령죄’이기 때문이다.

광주시가 지난 7일부터 특별기간을 선포해 개인이 은행 열매를 가져갈 수 있도록 허가했지만 이마저도 쉽지않다. 자치구에 신청서를 작성해 허가를 받아야하는 등 복잡한 행정절차 탓에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에서는 현행법상 절도죄 등에 해당하는 가로수 열매 채취를 은행열매에 한해 예외로 하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기도 하다.

광주시 관계자는 “지난 9월부터 매주 20여건이 넘는 민원이 지속되고 있다”며 “시민들의 불편을 인지하고 있지만 부족한 예산과 인력탓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김진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