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륜 광주지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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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봉 기자 gbkim@jnilbo.com
김기봉 기자 [email protected]

김대중 정부 집권 이전인 1990년대 후반까지 광주지방검찰청에 부임하는 일부 검사들 사이에선 ‘울고 왔다가 웃고 가는 곳이 광주다’라는 말이 회자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검찰의 속성과 당시 광주의 속살을 적확하게 표현한 말인 듯싶다.

검찰의 권력지도는 서울에 있는 법무부나 대검찰청과의 거리 순으로 짜여진다. 법무부나 대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일수록 검찰 내 권력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서울과 그 주변만 옮겨 다니면 근무하는 이른바 ‘귀족 검사’가 있는데, 호남선 열차를 타고 몇 시간을 가야 하는 광주 발령이 달가울리 없다. 재경지검 근무가 아니라면 지역에 연줄이라도 튼실하면 그나마 낫다. 관할 지역의 국회의원이 집권당 소속이면 좋을 텐데, 당시 광주는 야당의 핵심 기반 아니었던가. 부임하는 검사 입장에선 메리트가 딱히 없었다.

일선 검사가 광주지검에 부임해서 마주하는 광주의 현실은 어땠을까. 검사하기 참 좋은 고장이 광주였다. 무엇보다 검찰권 행사에 걸림돌이 많지 않았다. 수사에 외압을 행사할만한 정치권력이나 경제 권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언론도 지역 토호세력과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 견제에 소극적이었다. 덕분에 검찰은 거리낌 없이 수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고 했다. 견제 받지 않는 검찰은 오만하게 비쳐졌다. 검찰권의 자의적 행사에 대한 의구심도 끊이지 않았다.

그 와중에 절제 있는 수사를 강조했던 검사들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람이 특수 수사의 ‘전설’ 심재륜 전 검사장이다. 그는 광주지검 검사장 재직 시절 허름한 카페에서 마른 멸치를 안주 삼아 폭탄주를 마시면서 야근하는 검사들을 불러 대작하곤 했다. 그는 항상 절도 있고 절제 있는 수사를 당부했다. 심 전 검사장의 수사 원칙은 익히 알려진 ‘수사십결(搜査十訣)’에 담겨 있다. ‘칼은 찌르되 비틀지 마라.’ ‘칼을 심하게 휘두르면 자신도 다친다’ 등이다. 검찰 수사는 신속·명확하게 환부만 도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이후 광주지역에서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전통적 지지에 요즘 검찰이 칼을 심하게 휘두르고 있다는 인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듯하다. 이래저래 단구지만 강단 있던 심재륜 전 광주지검장 얼굴이 자주 떠오른다.

김기봉 디지털콘텐츠·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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