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부당특약’ 강요” vs “다른 업체 문제 없어”

타이어고무 제조 과정 ‘손실률’ 놓고 옥신각신
하청업체 “하도급거래공정화법 위반”… 공정위에 조사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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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타이어를 생산하는 A업체가 하청업체로부터 ‘부당한 특약’을 체결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됐다. A업체가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계약 조건을 설정해서는 안 된다’는 ‘하도급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내용이다.

공정위에 제소한 업체는 A업체에 수년간 고무를 만들어 납품해왔던 B업체다.

B업체는 지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6년간 A업체로부터 원재료를 공급받아 고무를 만들어 납품하는 임가공거래를 했다.

문제는 고무를 만드는 과정에서의 ‘제조수율/로스(LOSS)율’에서 빚어졌다. 제조수율은 원재료 투입량 대비 제품 생산량의 비율이고, 로스율은 그 반대의 의미다.

B업체가 A업체와 2014년 6월 맺은 하도급거래 약정이 문제다. 2013년부터 1년이 조금 넘는 2014년 4월까지 고무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A업체는 1.55%의 로스율을 보였다.

하지만 A업체는 2014년 6월께 서면약정을 요구하면서 제조수율을 99.3%를 적용했고, 로스율은 0.7%를 인정하는 계약을 요구했다. 다만 로스율이 0.7% 이하가 나올 경우 분기마다 제조수율 적용을 변경하기로 했다.

그동안 1.55%의 로스율을 경험했던 B업체로서는 ‘부당하기 그지 없는 계약’에 다름없었다. 그러나 B업체는 ‘거래상 우월한 지위에 있는 A업체의 부당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거래를 계속할 수 없게 돼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A업체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5년 6월 계약을 갱신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부당함은 그대로 유지됐다는 게 B업체의 설명이다.

B업체는 “수급사업자의 이익을 제한하거나 원사업자에 부과된 의무를 수급자에게 전가하는 ‘부당한 특약’이다”며 “원사업자가 제공한 자재 등이 수급사업자의 책임 없는 사유로 멸실, 훼손된 경우에도 수급사업자에게 책임을 부담시키는 ‘부당한특약의 유형’이다”며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B업체는 “제조공정상 실제로 발생하는 로스율에 대한 검증없이 0.7%로 약정한 것은 하도급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무효”라며 “분기별 조정 조항 역시 0.7%이하일때만 조정이 가능하고 이상일 경우에는 변경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도 부당한 특약”이라고 주장했다.

B업체는 현재 실제보다 적게 계약된 로스율에 따라 A업체로부터 4억86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는 상태다.

B업체가 주장하는 부당함은 이뿐만이 아니다.

B업체는 “A업체가 손해배상의 근거로 삼은 재고부족분은 장부상의 부족분일 뿐 실제 부족분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B업체는 “부당 특약으로 재고 차이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B업체)담당직원이 허위로 장부를 작성했다”며 “장부가 허위로 작성됐다는 것은 한번만 훑어봐도 분명하게 알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거래기간 동안 단 한차례도 재고 감사를 하거나 정산한 사실이 없다”며 “실제재고와 무관하게 허위 작성된 장부만을 근거로 재고가 부족하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은 심히 부당하기 그지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A업체는 10여년간 다른 업체와 0.7%의 로스율로 거래계약을 맺어왔지만 아무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A업체는 “다른 업체와 10여년 이상 같은 조건으로 거래를 진행해왔지만, 지금까지 이같은 문제는 한번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3개월마다 한번씩 꾸준히 실사를 했지만 B업체측이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또 “모든 자료는 B업체측에서 준비했기 때문에 사전에 문제를 인지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0.7%의 로스율은 부당한 약정이 아니며, 재고차이에 대한 과실도 허위로 문서를 제공한 B업체 측에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관련 내용을 파악하고 불공정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