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관극장이 주는 ‘뉴트로 매력’… 광주극장 영화제 개막

현존 유일 단관극장 제 6회 광주극장 영화제 18일 개막식
개막 부터 독특… 손그림 간판 상판식으로 축포 올려
단관이라 길어진 기간… "풍성하고 여유롭게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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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제 5회 광주극장 영화제 개막식을 위해 관람객들이 직접 만든 손간판의 모습. 광주극장 제공 편집에디터
지난해 제 5회 광주극장 영화제 개막식을 위해 관람객들이 직접 만든 손간판의 모습. 광주극장 제공 편집에디터

개막식과 함께 터지는 화려한 축포와 레드카펫 위에 선 눈부신 스타들. 영화제 개막식이라고 하면 누구나 연상되는 현장이다.

화려함과 웅장함과는 다소 거리가 멀지만 정성이 넘치는 손간판을 극장 외벽에 걸어두고 조촐히 개막하는 극장 영화제가 있다. 국내 유일의 단관극장인 광주극장이 오는 18일 오후 7시10분 제 6회 광주극장영화제를 개막한다. 영화제 수식어에 지역 이름이 붙지 않아 화려한 인사들이 오는 건 아니지만 오랜 세월 광주극장을 찾았던 단골 관람객들이 직접 그린 상판식이 허름한 외벽에 걸리는 모습은 의미가 있다.

뉴트로 열풍이란 말에 차마 담지 못할 정도로 전통과 축하의 의미가 ‘간판’ 하나에 절절히 담겼다. 광주극장의 손간판은 극장의 정체성이다. ‘간판쟁이’ 박태규 화백의 주도 하에 단골 관람객 14명이 지금껏 광주극장에서 상영된 영화들의 포스터를 직접 그렸다. 윤가은 감독은 ‘우리들’, 송원근 감독의 ‘김복동’, 스페인 출신 카를라 시몬 감독의 ‘프리다의 그해 여름’까지 현대 영화 포스터가 고전적 수법인 손그림 포스터로 재탄생 했다.

광주극장영화제 포스터. 광주극장 제공 편집에디터
광주극장영화제 포스터. 광주극장 제공 편집에디터

영화제의 가치관을 담은 올해의 개막작은 김희정 감독의 네 번째 장편 ‘프랑스 여자’다. 프랑스 국적의 여성 ‘미라’가 미스터리한 시간의 문을 통과해 자신의 과거와 대면하는 판타지 드라마다. “삶의 토대가 붕괴되어가는 중년 여성의 실존적 불안을 파고들면서도 동시에 프랑스 사회와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파국적 슬픔에도 넌지시 공감의 정서를 확산시키는 영화”(송효정 영화평론가)라는 평을 받았다.

조선대 교수인 김 감독은 ‘프랑스 여자’로 제 8회 롯데 크리에이티브 공모전에서 독립영화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에 초청 상영돼 영화계의 눈길을 사로잡은 문제작으로 평가 받는다.

광주극장 관계자는 “광주극장만이 보여줄 수 있는 예술 영화라고 생각했다”며 “성평등에 대한 가치,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다”고 밝혔다.

올해로 개관 84주년을 맞은 도심 속 오래된 건물인 광주극장은 영화 상영 외에도 오랜 세월 동안 품고 왔던 극장에 대한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이번 영화제에선 기억과 공간에 관한 영화들이 극장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1940년 스페인의 ‘영화 트럭’을 소재로 주인공 ‘아나’의 이야기를 담은 빅토르 에리세의 걸작 ‘벌집의 정령'(1973), 오래된 영화관과 상영했던 영화들에 대한 기억을 통해 자신의 삶을 회상하는 에토레 스콜라의 작품 ‘스플렌도르'(1989. 에토레 스콜라), 영화 감독 자크 드미의 유년의 기억들과 그의 작품들이 갖고 있는 매력을 애정 가득한 마음으로 탐구하는 아녜스 바르다의 ‘낭트의 자코’ (1991)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영화제의 묘미인 ‘클래식 무비’도 야심차게 준비했다. 올해는 일본 영화계를 대표하는 거장 오즈 야스지로의 ‘가을 햇살'(1960)과 계급사회의 이면을 날카롭게 보여주는 조셉 로지의 대표작 ‘하인'(1963), 오마 샤리프와 줄리 크리스타가 열연한 사랑에 대한 장대한 서사극 데이비드 린의 ‘닥터 지바고'(1965), 1970년 당대에 드물게 여성의 위기를 다룬 작품으로, 바바로 로든이 연출과 주연을 맡은 ‘완다'(1970) 등이 상영될 예정이다.

오는 31일까지 진행되는 영화제는 단 한 관으로 운영되는 극장의 특성답게 긴 편이다. 영화를 사랑하는 시네필은 천천히 여유롭게 영화제를 즐길 수 있다. 영화제 기간에는 관객과의 대화(GV), 시네토크 등 풍성한 부대행사도 마련된다. 31일 영화제의 마지막 날에는 노르웨이 출신 에스펜 에릭센 트리오의 재즈 콘서트가 준비됐다.

자세한 사항 및 상영시간표는 네이버 포털사이트 광주극장 블로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최황지 기자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