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본소득으로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조계원 경기도청 정책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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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원 경기도청 정책수석 편집에디터
조계원 경기도청 정책수석 편집에디터

1997년 11월 IMF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국민들은 기업의 연쇄 부도와 구조조정에 따른 실직·해고 등으로 힘겨운 시대를 견뎌내야 했다. 금모으기 운동 등 범국민적 노력에 힘입어 IMF 체제는 조기 탈출할 수 있었으나 양극화와 저출산 등 어두운 그늘은 피할 수 없었다.

IMF 체제를 지나오면서 국민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시행했다. 가난한 사람들을 선별해서 도와주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개별 가구의 자산소득 수준에 따라 생계 급여(최저 생계비), 주거급여, 의료급여, 교육비 등을 지원하는 복지제도이다. 예를 들어 생계 급여는 중위 소득의 30% 미만을 기준으로 지급하는데, 2018년 기준 4인가구 중위소득은 약 461만원으로 30%는 약 138만원이다.

빈곤에서 벗어나려면 추가 소득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선별적 복지제도에서는 소득이 전혀 없는 4인 가구에게는 138만원이 지급되지만 50만원 정도의 가구 소득이 있다면 88만원이 지급된다. 소득이 생기면 그만큼 생계 급여가 깍이는 구조이다보니 오히려 노동을 기피하게 된다.

선별적 복지제도와 달리 보편적 복지제도로 꼽히는 기본소득은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소득을 자산 심사나 노동 여부에 관계없이 구성원 모두에게 지급하는 소득’을 말한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공짜로 돈을 주면 누가 일하겠냐고 비판하지만 실제로는 기본소득을 받더라도 얼마든지 추가 노동으로 소득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노동의욕을 더 높이고 빈곤층의 굴레를 씌우는 낙인효과도 없다.

기본소득제를 시행하면 수혜대상자를 선별하는 복잡한 행정 비용도 줄일 수 있으며, 중산층의 혜택도 늘어난다. 예를 들어 ABC의 월소득이 각각 0원, 200만원, 800만원인 경우, 선별적 복지제도에서는 소득이 없는 A에게 최저생계비 30만원을 지급하려면 3%의 세금, 즉 B에게서 6만원, C에게서 24만원의 세금을 걷어서 지급한다.

이를 기본소득으로 ABC 모두에게 30만원을 지급하는 경우라면 9%의 세금, 즉 B에게서 18만원, C에게서 72만원의 세금을 걷어 30만원씩 지급하면 된다. 중산층인 B의 경우 12만원을 더 돌려받게 되므로 선별복지제도에서는 6만원의 세금을 더 냈지만, 기본소득제에서는 세금으로 낸 것보다 돌려받는 혜택이 더 크다. A의 경우는 굳이 빈곤층임을 증명하며 자존감을 훼손할 필요도 없고, 추가 노동을 통해 소득이 늘면 그만큼 빨리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소득이 늘어 소득세를 내게 되면 BC에게도 도움이 된다. 소득에 비례하여 같은 세율의 세금을 내므로 공정한 조세 정의에도 부합된다.

기본소득은 사람들의 일자리가 인공지능과 로봇에 의해 대체되고 있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더더욱 필요하다. 일자리가 줄어들게 되면 노동 소득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게 갈수록 어려워 진다. 노동 소득으로 메울 수 없는 간극을 보완하는 효과적인 제도가 바로 기본소득이다. 이미 2018년 기준 약 1840조의 GDP 중 노동 소득은 절반도 안되는 800조대이고 불로소득은 400조에 육박하고 있다.

그런 만큼 우리도 이젠 헌법에 명시된 토지공개념에 근거하여 불로소득의 요람이 되고 있는 부동산 투기를 줄이고 국민들이 직접 기본소득을 체험할 수 있는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를 준비할 때다.

대한민국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대략 0.15% 수준으로 OECD 평균은 0.31%이고 미국은 1.5%인데 이에 비해 유독 낮은 수준이다. 그러다보니 다주택 소유자가 많고 주택이 거주 수단이 아닌 투기 수단으로 변질됐다. 부동산 보유세를 OECD 평균치인 0.31% 수준으로만 높여도 15조 5000억원의 국토보유세 재원이 만들어지며 0.4%로 높이면 30조원의 재원이 만들어진다. 30조원이면 국민 개개인에게 연간 60만원 정도의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다. 국민 대다수는 국토보유세 시행시 혜택을 보는 반면 10% 정도는 세부담이 더 늘어난다. 이 정도면 충분히 시행해 볼가치가 있는 제도라 생각한다.

모든 정책의 출발점은 사람이다. 국민의 의무를 먼저 묻기보다 국가의 의무를 성찰해야 한다. 사람을 사람답게 존중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