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문화담론> 우리는 일본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윤준혁 상상실현네트워크 사무처장

60
 편집에디터
편집에디터

야마구치현의 하기시(萩市)라는 곳이 있다. 일전에 대한민국 정부의 핵심 관계자가 외신기자들을 대상으로 일본 경제보복의 부당함을 알리는 간담회에서 메이지 유신을 이뤄낸 핵심 사건인 삿초 동맹(‘사쓰마(薩摩)-조슈(長州) 동맹’ – 현재의 가고시마와 야마구치)과 함께 일본 우익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면서 아베 신조의 정신적 지주인 ‘요시다 쇼인’의 언급으로 더욱 유명해진 마을이다.

문제는 정부 관계자의 말이 아베와 아베 정부 인사들이 존경하는 인물인 요시다 쇼인을 언급함으로써 현재 행해지고 있는 경제보복 조치가 부당하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였겠지만 ‘요시다 쇼인(吉田 松陰)’은 ‘한반도를 정벌해야 한다.’는 정한론을 집대성한 인물이자 우리 민족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의 스승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를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만들어 버린 인물을 본받아 양국 미래를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말한 격이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에게 메이지유신은 강대국, 선진국의 기틀을 마련한 역사적이고 핵심적인 사건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이를 주도했던 유신지사(메이지 유신을 이끈 핵심인물들) 중 절반 이상이 태어난 곳이 바로 하기(萩)이다. 그리고 많은 인물들이 우리나라(당시의 조선)와 얽혀있다. 특히나 아베 총리가 집권한 이후 일본 정부는 이상할 정도로 메이지 유신과 ‘요시다 쇼인’을 기리기 위한 노력을 보인다. 하기성(萩城) 안의 거리, 금속 용광로, 조선소 터, 제철유적 4곳과 쇼인이 제자를 양성했던 사숙 ‘쇼카 손주쿠’까지 총 5개의 유적을 하나로 묶어 일본 근대화 산업유산이라는 명분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고, 요시다 쇼인에 대한 여러 가지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요시다 쇼인은 정한론은 그 원형이자 과거 정신승리의 상징이었던 ‘삼한 정벌설’이 요시다 쇼인의 병법과 맞닿아 있어 매우 체계적이고, 실리적이다. 기본적으로 병법에 기초한 ‘정복’의 전략은 지리적, 자원적 이익에 기초하기 때문에 이것은 삶의 이익과 정확히 일치하는데 이것은 정한론이 오늘날에도 유효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어쩌면 일본은 쇼인의 탄생 이후 항상 ‘대한민국’을 정복이 대상이자 ‘아시아’를 전쟁의 무대로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의 아베 총리의 요시다 쇼인 사랑은 각별하다. 요시다 쇼인의 삶과 교육철학의 전파를 위해 만들어진 『월간 쇼카손주쿠』의 창간호에 아베 총리가 직접 응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의 광복절이자 일본의 패전일인 8월 15일에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의식해 전례대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대신 야마구치현 하기시의 요시다 쇼인의 묘역을 참배한 일도 있다. 누군가는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겠지만 나에겐 이 모습이 ‘대동아공영’을 꿈꿨던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다는 의지! 드러내지 않더라도 내재된 정한론으로까지 보인다.

손자병법에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적군을 알지 못하고, 아군을 알면 한 번은 이기고 한 번은 진다고 했다. 물론 적군을 알지 못하고, 아군도 알지 못하면 싸울 때마다 위태롭기 때문에 적군과 아군 모두를 알아야만 위태롭지 않음을 말해준다.

2015년 일본은 세계문화유산에 메이지 산업유산이라는 테마로 등재를 시도한다. 우리 정부는 군함도가 등재되는 것은 염려하면서도 우리는 ‘정한론’, ‘다케시마 개척론’ 등의 사상으로 일본인을 무장시킨 ‘요시다 쇼인’과 그가 가르쳤던 ‘쇼카 손주쿠’라고 하는 사숙(私塾)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허망하게도 ‘쇼카 손주쿠’는 물론 결국 ‘군함도’의 등재도 막지 못했다. 이제는 일본의 아시아 침략의 정당성을 상징하는 곳이 세계문화유산이 되어 홍보되고 있다.

아시아를 전장으로 생각하고 일본을 적국으로 본다면 우리는 적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혹시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경제를 중심으로 한 한·일 외교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오늘날 ‘역사’와 ‘인식’이 필요한 것은 어쩌면 일본뿐이 아닐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