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들에게 희망 선물…’무료진료소’ 기틀 다진 전성현 원장

의료인들 50여명 의기투합해 '고려인 광주진료소' 결성
매주 화요일 의료봉사로 희망 선물…"더 많은 관심 가졌으면"

123
광주 고려인진료소의 기틀을 다진 전성현 원장이 한 고려인과 의료상담을 나누고 있다. 고려인마을 제공 김진영 기자 jinyoung.kim@jnilbo.com
광주 고려인진료소의 기틀을 다진 전성현 원장이 한 고려인과 의료상담을 나누고 있다. 고려인마을 제공 김진영 기자 [email protected]

“평소 네발, 캄보디아 등 해외봉사를 자주가곤 했는데 그 때 고려인들이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많은 의료인들이 해외에서 봉사활동을 하는데 정작 우리와 한민족인 고려인들이 의료 사각지대에 노출됐다는 사실이 안타깝더군요.”

아이퍼스트아동병원 전성현(60)원장이다.

그가 광주 고려인진료소의 문을 열게 된 계기다. 광주시 광산구 월곡동 일원은 고려인마을로 불린다.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모여들던 고려인들은 이제 4000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고국어에 익숙치 못하고 직업활동이나 생활여건이 어려워 의료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전성현 원장은 이들에게 작게나마 재능기부를 통해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고려인들을 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아이디어를 꺼냈더니 20여명이 넘는 의사들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나중에는 간호사와 약사, 한의사 등 많은 의료인까지 참여했습니다. 이제는 50여명이 넘는 의료인들이 고려인 광주진료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7년 시작된 하나의 아이디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커졌다. 전 원장이 2000만원의 사비를 보태 기틀을 다졌고 뜻있는 의료인들이 대거 합세했다. 지난해 3월1일 마침내 고려인마을에 ‘광주 고려인진료소’가 문을 열게 됐다. 이들은 ‘고려인을 사랑하는 의료인 모임’까지 결성했다.

“경제적 이유를 떠나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고려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우리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작은 보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진료소는 매주 화요일마다 열린다. 의료인들은 교대로 무료 봉사를 전개하고 있다. 매주 봉사활동을 나가는 의료인들도 있다. 고려인들의 삶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예전에는 고려인들이 생활하기에도 벅차 제대로 진료를 받을 기회가 없었다”며 “고려인진료소가 생긴 이후로 고려인들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의료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많은 고려인들이 아파도 그저 참고 이겨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론 의료봉사활동을 하며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한다는 전 원장. 열악한 시설 탓에 중중 환자에게 도움을 주기 어렵다는 점이다.

“진료소를 찾아온 가벼운 환자들은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전문 검사가 필요한 중증환자들의 경우 해줄 수 있는 것이 제한돼 있다는 점이 참안타깝습니다. 전문 병원에서도 관심을 갖고 참여해 더 많은 고려인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진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