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슈퍼그리드로 에너지 판게아를 꿈꾸다

이정희 한국전력 상임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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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한국전력 상임감사 편집에디터
이정희 한국전력 상임감사 편집에디터

“동북아 수퍼그리드라는 ‘동북아 에너지 공동체’를 통해 경제공동체로 발전하고 다자 안보체제로까지 이어져 동북아가 평화와 공동번영을 이룰 수 있는 세상, 재임 중에 꼭 시작해보고 싶습니다.” 지난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동방경제포럼에서 동북아 수퍼그리드 추진을 제안하면서 한 말이다.

‘동북아 수퍼그리드’ 사업은 중국·몽골의 풍력·태양광 에너지와 러시아 극동지역의 수력, LNG(액화천연가스) 등 청정에너지원을 개발해 동북아 국가 간 전력망 공유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프로젝트다. 유럽이나 북미처럼 국가·지역끼리 전력망을 공유해 전력공급을 안정화하고 늘어나는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도 함께 해결하자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논의를 촉발한 사람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다. 손 회장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일본의 재생에너지로의 정책전환을 위한 방법으로 동북아 전력망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2015년에는 시진핑 주석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의 일환으로 녹색에너지 중심의 ‘글로벌 에너지 연계(GEI)’ 구상을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 NDRC(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중국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020년 28.4%에서 30년에는 52.9%로 확대하는 목표를 제시하고, 실제 국가전망전력회사는 광대한 서부지역의 재생에너지를 동부의 전력 소비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한 다수의 광역 송전망 건설을 추진 중이다.

중국, 일본, 러시아, 한국, 몽골을 포함한 동북아 국가는 전 세계 인구의 23%, 경제규모의 27%를 차지하고 있다. 소비전력은 세계 소비전력의 34%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편 유엔에스캅 발표에 따르면 몽골 고비사막의 재생에너지 활용 잠재량은 풍력 1,100TWh, 태양광 1,500TWh로 추정되고, 러시아 극동지방의 수력은 1,139TWh로 추정된다. 2018년 우리나라의 전력 총생산량이 593TWh라는 점을 고려하면 막대한 양이다.

그러나 몽골, 러시아는 전력 소비량이 적은 반면, 중국, 한국, 일본은 에너지 다소비 국가들이다. 이들 국가들 사이에 전력망을 연결하여 재생에너지를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경제적 협력을 통한 동북아 공동번영의 길이 열릴 것이다.

우선, 국가 간 예비전력 공유로 비상시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 우리는 계통섬이라는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게 된다. 2011년 1GWh만 외국에서 융통할 수 있었다면 9.15 순환단전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둘째, 몽골과 시베리아의 청정에너지 사용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시키고,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 감축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셋째, 에너지 안보체제를 구축, 동북아 긴장완화를 가져오게 된다. 넷째, 몽·중·한·일, 남·북·러 등 계통연계 다변화 시 동북아 전력허브를 위한 주도권 확보에 유리하다. 우리는 중국의 싼 전기를 수입하여 전기요금을 낮출 수 있고, 또 이를 일본에 더 비싼 가격으로 팔 수 있게 된다.

한전은 2016년 3월 한·중·일·러 전력망을 연결하는 4개국 전력기업 간 전력망 연계 추진 MOU를 체결하고 동북아 수퍼그리드를 적극 추진 중이다. 중국과는 오는 10월 말경 JDA(공동사업개발협약)를 체결한 후 공동 해양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일본과는 올해 3월 도상으로 공동 해양조사를 시행했고, 러시아와는 전력망 연계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북핵문제만 해결된다면 러시아와의 계통 연결이 가장 적은 투자비로 가장 큰 경제적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3억 년 전에는 지금처럼 떨어져 있는 대륙들이 하나의 거대한 땅덩어리로 붙어 있었다고 한다. 그 초대륙을 ‘판게아’라고 일컫는다.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저서 ‘3차 산업혁명’에서 “21세기 중반이 되기 전에 3차 산업혁명 인프라를 이용해 세계의 대륙을 연결, 판게아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동북아 수퍼그리드가 확장되면 향후 전 세계가 에너지 공유를 통해 하나의 ‘에너지 판게아’로 통합되는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동북아의 중심에 있는 우리가 그 변화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 자리매김 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