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향기>’미술공예’ 톺아보기

안재영 광주교육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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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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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삶의 여정에 인간은 노쇠돼 간다. 공예분야에도 노쇠의 여정과 시간의 견고함이 느껴진다. 오늘날 공예(工藝)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모든 예술작품에는 저마다 심리적 분위가 스며있고 공예라는 장르는 재료의 성질과 떼어놓을 수 없다. 공예를 실용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근대공예에서 산업생산의 공예는 비문화적인 물량주의를 지향하며 반면 미술공예는 삶의 중심부로부터 이탈해 순수미술의 주변부에 머물게 됐다.

공예는 일상에서 쓰임을 지닌 대상으로 자리하지만 또 한편 공예는 정신적 사유와 노동의 결과를 향유하는 매체로 향유의 대상이다. 반면 공예는 질료나 기법의 독자성을 지니며 질료는 가능성이 자리한다. 공예의 가능성은 공예와 예술이 차이와 경계를 넘나들면서 예술적 대상으로 자리하는 공간을 확보했고 각 영역들의 독자성을 되묻는 사유를 만들거나 새로이 공예의 가치와 역할을 찾았다. 오늘날 공예는 예술과 디자인의 이분법적 정체성 대립을 넘어 사회문화를 반영하고 삶과 가장 밀접한 예술적 실천으로 확장되고 있다.

공예가 쓰임을 벗어나 오래전부터 예술로 거듭 나있는 상태이며 실재로 공예가 쓰임과 기술에 멈춰 있을 수도 없고 공예가 기능과 쓰임이 있어야 공예에 가깝다는 사실도 인정한다. 공예는 시대에 따라 물건, 작품, 제품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의 공예의 역할은 쓰임과 기능, 물질보다는 미적경험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시간성과 기술, 반복적인 행위, 물질성 등을 새롭게 발현하고 거듭난 구성들로 담론을 요구하고 발전시켜 공예의 가치를 새롭게 기여해야 한다. 공예가 단순한 감상의 대상에 그치지 않고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의 상황들을 움직여 새로운 담론 장에서 새로운 공예기치를 만들어 새로운 의미와 엉뚱한 상상을 모색해야 한다.

공예는 과거의 영역에서 현재까지 시간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 들었다. 현대화가 되면 될수록 문화적 균형자로서 공예가 지닌 아날로그적인 가치는 절실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인류의 삶 속에서 아날로그적인 문화의 유전자로 작용해 온 공예가 오늘날 새로운 의미로 가치를 만들어 거듭나야 하는 것은 필연이다. 공예의 정답이 청자나 백자의 쓰임과 기존 전통방식으로 몰아가면 미술에서 공예는 항상 서자의 위치에 서있게 된다. 공예는 물건과 기능을 넘어 생활과 연결된 하나의 가치복합체계를 지니고 생존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사회구조와 사회변화에 따라 공예의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다.

공예는 일상에서 쓸모를 지닌 대상으로 자리하지만 한편으로는 향유의 대상을 넘어 전통공예, 건축공예, 환경공예, 산업공예, 순수예술로 전환돼 가고 있어 그 가치가 상당히 길어져 있다. 공예가 쓰임과 예술이라는 태도 이외에 어쩌면 야누스의 얼굴을 지니고 있는지 모른다. 결국 이는 현대사회에서 공예가 다양한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이 숨겨져 있다. 공예의 일반적이자 가장 중요하고 변함없는 특성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보이는 항아리 같은 전통과 문화,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역사적·동시대적으로 지루하지 않게 언급하는 것에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