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타작 매타작

박간재 경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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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적 내고향 가을은 늘 건무산 자락 미륵골에서부터 내려왔다. 뻐꾸기 울음 그치고 찬바람이 불어오면 마을사람들은 일제히 가을 수확에 나섰다. 학교에 갔다오면 가방을 던져 놓고 미륵골 밭으로 달려갔다.

 언제나 그랬듯이 어머니는 밭에서 일하고 계실 터였다. 머리에 수건을 동여맨 어머니는 조심조심 참깨를 베고 있었다. 일을 거들라치면 “옆에서 구경이나 하라”며 손 넣는 걸 말렸다. 기다렸다는 듯이 뒤도 안 돌아보고 밭두렁을 어슬렁 거렸다. 10살도 채 안됐지만 참깨를 심은 도랑에는 메주콩을 심었을 테고 그 아래에는 오이나 참외가 자라고 있다는 것 쯤은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콩대를 발로 살짝 걷어 올리면 어김없이 탐스런 오이나 참외가 고개를 내밀었다.

 베어낸 참깻대와 콩대는 며칠간 말린 뒤 집으로 가져와 타작을 했다. 아버지는 콩깎지가 다 까질 때까지 도리깨로 내리쳤고 어머니는 깻대를 거꾸로 들고 깨를 털어냈다. 타작이 다 끝나면 어린 동생까지 덤벼들어 가마니를 옮겼다. 유년시절 농촌의 일상은 비록 소소했지만 부러울것 없는 행복으로 무르익어 갔다.

 반백년 추억 속에 잠들어 있던 ‘콩타작·깨타작’의 기억이 되살아 난 건 최근 두 달 이상 쏟아지고 있는 조국 법무부장관 관련 뉴스 때문이다.

 조 장관 임명을 놓고 정치권과 언론은 마치 콩과 참깨를 도리깨 타작하듯 연일 두들겨 대고 있다. ‘한톨이라도 나올 때까지 털겠다’는 심산인 듯하다.

 격분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지난 달 28일에 이어 5일 서초동 집회에 나와 검찰개혁을 외쳤다. 검찰 스스로 개혁하라는 준엄한 명령이었다.

 성난 민심은 두가지로 요약된다. 지난 2009년 노무현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지난 2016년 광화문 촛불혁명의 승리를 이어가겠다는 염원이 깔려 있다. 죄가 있으면 당당하게 벌하는 게 맞다. 그렇지 않다면 잘못을 인정하고 이쯤에서 멈출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하다. 티끌 하나 잡겠다고 빈 콩대, 깻대만 두드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들도 이제는 시대를 읽을 줄아는 혜안을 갖고 있다. 치열한 논란끝에 좋은 결과물을 도출한다면 더할나위 없겠다. 바람없이 피는 꽃 없다지 않던가. 박간재 경제부장·부국장

박간재 경제부장·부국장 박간재 기자 kanjae.park@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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