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둔한 리더들은 어떻게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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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선과 아집의 역사'에서 저자 터크먼은 베트남 전쟁에 대해 케네디, 존슨, 닉슨의 어리석은 판단으로 인한 합작품이라고 강조한다. 저자 터크먼은 베트남전쟁이야말로 미국 대통령과 정책 결정자 그룹의 독선과 아집의 결정판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1968년 2월 1일 남베트남 응우옌 응고크 론이 베트콩 용의자인 응우옌 반 렘의 머리에 권총을 발사하고 있다. AP제공 편집에디터
'독선과 아집의 역사'에서 저자 터크먼은 베트남 전쟁에 대해 케네디, 존슨, 닉슨의 어리석은 판단으로 인한 합작품이라고 강조한다. 저자 터크먼은 베트남전쟁이야말로 미국 대통령과 정책 결정자 그룹의 독선과 아집의 결정판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1968년 2월 1일 남베트남 응우옌 응고크 론이 베트콩 용의자인 응우옌 반 렘의 머리에 권총을 발사하고 있다. AP제공 편집에디터

독선과 아집의 역사

바바라 터크먼 | 자작나무 | 1만8000원

역사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다.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는 지배와 피지배를 둘러싼 인간관계의 총화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물은 변화한다. 그러나 정치의 본질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공자는 정치를 ‘바르게 하는 일'(政者正也)로 규정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Politics)를 ‘폴리스(Polis)에 관한 일’ 즉, 공동체의 일로 여겼다. 플라톤은 철인군주론(Philosopher-King)을 제창했다. 그는 통치자 스스로 철학자이든지, 그렇잖으면 철학자가 통치자가 되어야만 국가가 올바르게 운영되고 정의가 구현될 수 있다고 설파했다.

3000여 년 동안 정치의 본령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 인간이 인공지능(AI)을 창조한 엄청난 과학·기술혁명의 시대에도 불구하고 정치 영역에서만큼은 동서양 고전의 메시지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았다. 정치에서 끊임없이 ‘역사의 반추’가 요청되는 까닭이다.

지혜로운 자는 역사에서 배운다. 통치자 또는 통치 그룹의 판단과 선택은 국가와 국민의 삶과 운명을 좌우한다. 정치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할수록 정치 리더의 생각과 역량 여부가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러나 역사 현실에서 지혜로운 통치자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통치자의 실패가 국가의 실패가 될 수밖에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역사적 교훈이야말로 국가 운영의 방향과 정치적 성공을 이끄는 지침이 될 수 있다고 여긴다.

그렇다면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정치 행위인 통치는 왜 종종 실패하게 되는걸까. 국정 실패는 통치자의 어리석음과 오만함의 소산이다. 저자 바바라 터크먼은 이 책을 통해 3000년 동안 이어진 우매한 정치 권력자들 즉, ‘바보들의 행진'(The March of Folly)을 다룬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여망에 반해 스스로 자멸을 초래한 어리석은 통치자들을 크게 네 부류로 밝히고 있다.

첫째 트로이 목마는 아둔함의 원형이자 무지와 어리석음의 상징이다. 신과 인간 간의 갈등에서 비롯된 트로이전쟁은 그야말로 어리석음의 극치로 목마를 성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파멸을 자초하고 말았다.

둘째 르네상스시대의 교황들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 했다. 황혼이 깃든 중세, 밝아오는 근대의 여명 앞에서 개혁을 거부하고 쾌락과 타락의 권력을 휘둘렀고 스스로 자멸의 길을 재촉했다.

셋째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은 18세기에 광대한 신대륙 식민지 미국을 잃었다. 대영제국에 충성을 맹세한 식민지 신민들이 일으킨 미국독립전쟁은 영국 의회의 어리석은 독선의 산물이었다.

넷째 베트남전쟁은 불필요한 전쟁이었다. 미국 역사상 가장 길었고 시작부터 잘못된 전쟁이었다. 베트남전쟁의 처절한 패배는 세 대통령 케네디, 존슨, 그리고 닉슨의 책임이었다. 전쟁은 케네디의 판단 착오에서 싹텄고, 전쟁의 광기에 휩싸인 존슨, 여기에다 닉슨과 그의 참모들은 아집과 독선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베트남전쟁이야말로 미국 대통령과 정책 결정자들 그룹의 독선과 아집의 결정판인 셈이다. 저자 터크먼은 베트남전쟁을 ‘바보들의 행진’의 집단 모델로 부각시켰다.

‘독선과 아집의 역사’는 아집과 독선으로 지나친 권력욕을 불태우다 스스로 무덤을 파고만 숱한 통치 사례를 세계 역사의 주요 사건을 토대로 생생히 보여주는 책이다.

“다른 모든 과학은 진보하고 있는데도 정치만은 옛날 그대로이다. 지금도 3000년 전과 거의 차이가 없다”라고 미국의 제 2대 대통령 존 애덤스는 말했다. 이 책은 권력에 눈이 먼 통치자들이 한 나라를 어떻게 망하게 했는가를 살핀 책이다. 아둔함의 원형 트로이의 목마, 면죄부를 판매한 레오 10세 등 르네상스 시대의 교황들과 미국을 잃어버린 대영제국의 독선을 통해서 백성의 뜻을 거역하는 위정자들은 결국 파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
박상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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