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 접어든 광주… 팍팍한 노인들의 삶 ‘암울’

광주인구 13% 노인… 동구는 21.5% ‘초고령사회’
노인일자리·치매예방 등 쏟아지는 노인 정책들
절도·자살… 빈곤·독거노인은 여전히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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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동구청 전경. 광주 동구청 제공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
광주 동구청 전경. 광주 동구청 제공 양가람 기자 [email protected]

광주가 늙어가고 있다. 고령화사회를 넘어 고령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7월 기준 광주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총 19만1766명. 전체 인구의 13.1%다. 노인인구 비율 7% 이상은 ‘고령화사회’, 14%이상이면 ‘고령사회’다.

인구 감소 추세가 심각한 광주 동구는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지도 오래다. 65세 이상 노인이 2만826명으로 동구 지역 인구 수 대비 21.5%다.

동구를 비롯해 광주 기초단체들이 노인 일자리 사업, 치매 예방 프로그램 등 다양한 노인복지를 마련하고 나선 현실적 이유다.

하지만 독거·빈곤 노인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현실’이다.

●노인복지 정책은 쏟아지는데…

광주 동구는 ‘고령친화도시’가 되기 위해 다양한 노인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특히 동구청의 ‘노인일자리 지원 사업’은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노인일자리 전담기관으로 지정된 동구시니어클럽은 올해만 6070다방, 지하철철도이용질서 계도사업 등을 통해 총 1058명의 노인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했다.

동구는 노인 의료에도 세심히 신경쓰고 있다. 지난해 9월엔 지역 자치구 중 처음으로 치매안심센터를 정식 개소했다. 치매안심센터는 전문 인력을 갖춰 체계적인 치매상담 및 검진, 대상자별 맞춤형 프로그램, 가족교실, 인식개선 및 홍보사업 등을 추진해 치매 통합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노인 대상 문화 프로그램도 꾸준히 마련해 ‘실버 도시’ 동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서구 역시 서구치매안심센터를 통해 60세 이상 어르신에 대한 치매선별검사, 정상과 인지저하 어르신을 위한 인지강화 프로그램, 치매환자 및 가족돌봄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최근엔 풍암생활체육공원 내 ‘오매불망힐링파크’라는 치매테마파크를 전국 최초로 조성해 치매걱정 없는 서구를 만들어 가는데 앞장서고 있다.

●빈곤·독거노인은 외롭다

광주 기초단체들의 다양한 노인 정책에도 어두운 현실이 존재한다. 독거·빈곤 노인들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다.

지난 7월 광주 동구 소재 백화점에서 4만5000원 상당의 블라우스 한 벌이 도난당했다. CCTV 추적을 통해 잡힌 범인은 인근에 살던 A(68·여)씨였다. ‘블라우스가 예뻐보였다’며 범행 이유를 밝힌 A씨는 별 다른 수입 없이 생활하던 독거노인으로 밝혀졌다.

지난 9월 초 동구 계림동에서 B(77)씨가 절도로 불구속 입건됐다. 빈 창고 안에 들어가 30만원 상당의 미니세탁기 한 대를 탈취, 고물상에 팔아 넘긴 혐의다. 독거노인으로 기초생활수급자였던 B씨는 폐기물을 주워다 고물상에 팔면서 생계를 유지해 왔다.

올 8월말 기준 동구지역 65세 이상 인구는 2만904명이다. 기초연금 수급 노인만 1만3000여 명으로, 수급률이 62.26%에 달한다. 동구청 마을복지계 위기가구발굴단이 밝힌 상반기 동구 지역 독거노인은 1618가구다.

주기적으로 독거노인현황조사를 하고, 필요시 노인돌봄 관리사를 파견해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하지만 독거노인 현황조사는 ‘활동 가능지표’를 기준으로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지 정도만 파악하는 데 그치고 있다.

노인들의 경제적인 수준까지 조사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빈곤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빈곤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의 범죄율도 증가하고 있다.

광주지방경찰청이 파악한 ‘5대 범죄(살인, 강도, 강제추행·강간, 절도, 폭행) 노인 피의자’는 지난 2016년 5.21%에서 지난 9월 7.08%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특히 5대 범죄 가운데 절도 피의자 비율이 지난 2016년 28.74%에서 지난 9월 30.28%로 증가했다. 노인 피의자의 수는 해마다 주는 데 비해 절도 범죄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눈여겨 볼 만 하다.

전문가들은 노인빈곤이 더 심각해지면 노인범죄, 노인자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19년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 OECD 국가 중 1위다. OECD 국가 평균(18.8명)보다 3배 정도 높은 58.6명에 달한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노인자살률은 10만명당 29.0명이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39.8명으로 증가해 2010년에는 81.9명으로 최고조에 달했다가 조금씩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강연숙 광주 복지공감 사무처장은 “노인 복지제도가 촘촘하지 못한 사회일수록 노인 일자리 사업이 늘어난다”며 “노인 빈곤, 노인 범죄의 사각지대를 살피려면 현재 시행 중인 연금이나 일자리사업을 들여다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고령화가 가속되는 현 시점에서 이같은 문제에 대한 사회 전반의 고민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양가람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