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서 울려퍼진 ‘신자연주의’ 목소리… “성찰하라”

담빛예술창고서 '신자연주의'선언 26주년 기념전
정복수, 서용선 비롯 김상연, 유율금, 징울 등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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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선 작 '자화상' 편집에디터
서용선 작 '자화상' 편집에디터

전시장 중심에 걸린 대형작품 ‘얼굴’ 속에는 눈, 코, 입뿐만 아니라 커다란 옆얼굴과 다른 신체들이 얼기설기 엮여있다. 무엇인가를 응시하고 있는 얼굴들은 결국 뇌와 눈과, 입과, 귀를 구성하며 또 하나의 얼굴을 만들어낸다. 내가 만나는 세상이 결국 내 몸이 지각하는 것임을, 내 얼굴이 세상만사를 담은 그릇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같은 공간에 걸린, 얼굴을 담은 또 다른 작품이 있다. 얼굴이 일그러질 정도로 온 힘을 붙들고 있는 붉은 자화상과 그와 반대로 모든 것을 풀어헤친 껍데기뿐인 모습의 보라색 자화상이다. 몸속에 체화된 감각이나 축적된 지식들이 꽉 들어찬 몸과, 그것들이 빠져나간 몸 사이의 긴장관계는 결국 자신이 무엇으로 인식되고 있느냐고 질문을 던진다.

담양 담빛예술창고에서 전시중인 신자연주의 선언 26주년 기념전’당신의 몸이 신자연이다’는 삶을 오롯이 스스로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이중섭미술상 수상장인 서용선, 정복수 작가 등이 참여한 35점의 작품들은 국가와 사회가 개인의 삶을 온전히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라는 거대담론을 중심으로 경제적 수단으로서의 몸이 아닌, 나를 들여다보는 성찰의 수단으로 몸을 강조한다.

전시는 정복수 작가가 중심이 되는 ‘몸의 실존성’, 서용선 작가의 ‘몸의 역사성’, 가나인 작가의 ‘몸의 구조성’으로 구성됐다. ‘몸의 실존성’에서 정복수 작가는 1972년 첫 선을 보인 바닥화를 통해 처절한 현실속 사람들을 위로한다. ‘역사화가’로 알려진 서용선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는 ‘몸의 역사성’을 이야기한다. 사람들의 욕망을 몸의 감각으로 돌아보면서, 지금을 살고있는 개인과 그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몸의 구조성’에서 가나인 작가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혼돈의 오늘을 거대한 소용돌이로 표현했다. 6m50cm 길이의 대형 설치 작품 ‘검은 기둥’은 모든 것을 파괴하는 듯한 소용돌이가 결국 새로운 시작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또 다른 설치작품 ‘안돼! 안돼! 황금가지’ 속에는 개인이 살아가는 견고한 일상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RP서울이 주최하는 신자연주의 선언 26주년 기념전은 담양군이 시각문화예술중심지로 선정된 것에 의미를 담아 마련한 전시다. RP 서울은 담빛예술창고 외부 기획 공모에 선정됐다. 런던의 시인학교를 약칭한 것으로, 2004년 영국 런던에서 문을 열었고, 2017년 서울에 개소,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 전시는 추후 서울에서 한 차례 더 열릴 계획이다.

한편 신자연주의는 1993년 10월27일 미학자 가나인이 한국 최초로 한 미학적 선언이다. 실천적으로서의 문화예술운동을 지향하는 신자연주의는 당시 한국사회에서 요구되는 새로운 개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미약한 철학적 기반과 미학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사실상 외면 받아왔다. 신자연주의 자연관은 일반적인 동양의 자연주의와는 다른 개념이다. 동양적 자연주의에서 자연은 하나의 우주이고, 인간은 큰 우주에 부속된 작은 존재지만, 신자연주의가 이야기하는 자연은 미시적 존재인 인간을 강조한다. 특히 그 신체를 자연의 중심으로 해석한다. 신자연주의의 몸은 사람의 몸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된 자연이고 그 자연은 전체가 아닌 개인 중심 세계구조를 갖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용선 작 '자화상' 편집에디터
서용선 작 '자화상' 편집에디터
정복수 작 '얼굴' 편집에디터
정복수 작 '얼굴' 편집에디터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