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홍승의 클래식 이야기>광주시향을 위한 변명(辨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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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광주시향 도쿄예술극장공연, 광주시향 제공 편집에디터
2016 광주시향 도쿄예술극장공연, 광주시향 제공 편집에디터

우리나라처럼 셀 수도 없이 많은 신문사와 거기에 따르는 지면 채우기로 활용되는 컬럼니스트들이 넘쳐나는 나라도 드물 것 같다. 수많은 음악 컬럼니스트가 활동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 주변에서 연주회나 음반에 관한 수준 높은 비평을 하는 클래식 비평가들의 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은 더욱 클래식 비평가의 자질향상과 활발한 활동, 책임성이 강조되어야할 시기다. 지난주 지역 모 일간지에는 광주시향을 비판하는 칼럼이 게재되었다. 어차피 이제는 누구나 인터넷상에서 검색이 가능한 내용이니 그 일부를 적는다. “구자범 지휘자 시절 한때 운영과 기획의 혁신적인 변화로 광주시의 자랑거리였던 시향의 공연은 매번 전 좌석 매진 행렬과 더불어 공연 티켓을 구매하려는 행렬이 화젯거리가 되기도 하였다. 현재의 광주 시향은 단원들의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좌석 점유율의 극심한 쇠퇴와 더불어 제기되는 연주의 다양한 기획과 운영의 문제 등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관객들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무언가를 찾는다. 관심 밖으로 밀려 나아가는 오케스트라는 지금 문제라기보다는 혁신을 통한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는 기회이다. 광주의 시민으로 광주를 사랑하는 음악인이기에 바라보는 관점에서 열거 하였지만 비단 광주시향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이를 교훈 삼아 정체된 다양한 분야의 고질적인 병폐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소망한다.”

이 칼럼을 접한 광주시향 관계자 대다수는 구체적인 팩트(Fact)의 제시가 없고 아님 말고 식의 두리뭉실한 비난조의 글의 전개에 매우 분개했다. 더구나 광주시향이 우리나라 사회 각 분야의 고질적 병폐의 한 모델로서 제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우리는 그 칼럼이 전체적으로 논점이 명확하지 않고 팩트의 제시가 부족하며 모호함이 지나치다고 판단했으며 오로지 광주시향의 지휘자나 운영조직을 무능하다고 규정하여 비난하고자하는 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나중에 면담을 통해 확인한 내용이었지만 해당 칼럼의 필자는 단지 지역 문화예술의 발전을 바라는 순수한 의도를 가지고 자신의 사견(私見)을 적었고 주변 클래식 팬들의 불만들을 대표해서 전달했을 뿐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자세히 들어보니 그 주변의 클래식 팬들이라는 분들의 상당수가 지역 유지(有志)들의 지위에 있다는 점 그리고 그들의 사견이 지역 사회 전반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 등을 고려했을 때 이것은 별거 아닌 일이라고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나는 광주시향이 광주시민들을 대상으로 소명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여러 가지 사실관계를 인용하여 구체적으로 변명(辨明)하고자 한다. 사실 모든 공연예술 장르 중 가장 관객 개발이 어렵고 시간이 많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지극히 보수적인 분야는 바로 클래식음악이다. 그리고 나는 개인적으로 혁신(革新)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만 그 혁신의 실현을 위해서는 반드시 치밀하고 계획적이고 절차적으로 공정한 사전 진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물론 한때 광주시향이 대극장을 거의 채우던 시절이 잠시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솔직한 나의 분석으로는 당시 지휘자의 음악적 역량도 뛰어났지만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 여건 또한 매우 좋았던 때였다. 아주 이례적(異例的)으로 지휘자 개인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어 TV에서 방송되었고 광주시향의 모든 정기연주회에 TV스팟 광고가 제공되는 엄청난 혜택을 입고 있었다. 공연 기획자들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TV스팟 광고의 효과와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영국의BBC심포니, 독일의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우리나라 KBS교향악단, 일본의 NHK교향악단 등은 모두 자기 방송국의 광고 지원을 받는다. 바로 이점은 앞에 열거한 오케스트라들이 지금 자국의 오케스트라들 중 톱클래스의 지위에 올라서게 되는데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었다. 최근 수년간 광주시향은 TV 스팟 광고는 말할 것도 없고 길거리 현수막 홍보를 진행하는 것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에 처해있다. 그래서 아주 중요한 공연이 아니라면 광주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외부 홍보작업을 진행하지 않는다. 안하고 싶어서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이다. 광주시의 8개 시립예술단체의 홍보비는 장르별 특성이나 공연 횟수와 상관없이 균등한 금액으로 책정되어 분배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연주 횟수가 많은 광주시향은 프로그램이나 시즌 북 제작 정도를 진행하는 것 외에 기타 홍보비를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한다. 관객 감소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몇 년 전 조직된 시립예술단 통합사무국은 각 예술단체의 정기회원제를 폐지하고 통합 회원제의 실시를 결정하였다. 광주시향에서는 클래식 관객 개발의 어려움과 세계 및 국내 사례 등을 증거로 정기회원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여러 차례 정기회원제의 유지를 강력히 주장 했지만 결국 단체별 정기회원제는 폐지되었고 그 결과 예상했던 대로 평균 150~200여명 정도의 실질 관객 감소로 이어졌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전에는 만석이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못하니 지휘자가 역량이 부족하고 기획방향이나 조직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비난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그것은 예술분야에 대한 정량적(계량적)평가가 가지는 가장 근본적인 약점이며 한계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정말 팩트(Fact)를 이야기하자면 광주시향의 관객 수는 현재도 점차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관객들과의 소통과 관객개발을 위해 진행되고 있는 여러 가지 특별 기획음악회들은 매번 매진 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그토록 정량적 평가의 잣대를 들이대서 평가하고 싶었다면 그동안 광주시향이 타 시도 교향악단 대비 압도적으로 우월한 성과를 냈던 사례들에 대해서는 왜 그토록 무관심한지 나는 그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올해 서울 예술의 전당 교향악축제에 참가한 광주시향은 거의 만석을 이루며 관객 모집에도 성공했었지만 전국으로 생중계되는 공연실황에 따른 실시간 청취자 게시판의 내용들에서도 상임지휘자 김홍재가 이끄는 광주시향의 발전하고 있는 연주역량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었다. 2016년 일본 도쿄예술극장 투어 공연에서는 입장권 유료판매를 최초로 시도하면서 2000석의 객석을 90%이상 채우는 획기적인 성공을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2017년 유럽 투어와 2018년 일본 투어에서도 혁혁한 성과를 거두었고 특히 타시도 교향악단 대비 해외투어 공연예산 절감 효과의 사례는 국내 교향악단 중 롤 모델로 인식되면서 여러 도시로부터 벤치마킹을 요청하는 연락을 받기도 했다. 명실 공히 국내 톱클래스의 지휘자로 평가받는 김홍재 상임지휘자의 취임 이래로 그동안 지적 받아왔던 광주시향의 공연 레퍼토리(Repertory) 확장에 관한 문제가 비로소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으며 올해 9월 25일에는 광주시향 멤버 10여명이 독일 뮌헨에서 세계 최정상급 교향악단인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 멤버들과의 합동 공연을 성황리에 마치면서 더욱 자체 브랜드가치를 높여가고 있다. 또한 광주시향은 세계 오케스트라 계(界)의 권위기구인 ‘아시아-태평양 오케스트라연맹’ 2020년 총회의 주최기관으로 선정되었다. 그동안 시드니, 모스크바, 도쿄, 베이징, 뭄바이, 상하이 등 해외 대도시에서만 개최되었던 행사를 한국 최초로 우리 광주지역에 유치함으로서 전 세계에서 광주시립교향악단의 브랜드가 제고(提高)되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지금 밖에서는 광주시향을 지지하고 격려하는 소리들과 무작정 작심하고 비난하는 소리들이 뒤섞여 혼란스럽고, 말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산해 낸 여러 가지 풍문들이 무성하며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지 못하는 무책임한 민원제기들도 잇따르고 있다. 얼마 후면 광주혁신위원회에서 실행중인 광주시립예술단 활성화방안 용역 결과도 드러날 것이다. 광주시향은 지금 ‘개와 늑대의 시간’앞에 서 있다. 프랑스에서는 하루에 두 번, 빛과 어둠이 서로 바뀌는 이른 새벽과 늦은 오후를 ‘개와 늑대의 시간'(heure entre chien et loup)이라고 표현한다. 사물을 분간하기 어려운 시간에 저 언덕 너머로 다가오는 짐승이 우리를 지켜주는 개인지, 우리를 해치려고 하는 늑대인지를 분간할 수 없는 때,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없는 그 모호한 공간은 회색 구역으로서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그러나 그 시간이 지나면 모호함은 걷히고 진실은 선명하게 드러난다. 광주시향은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민들을 위한 예술단체다. 이것을 지휘자를 포함한 광주시향 구성원들 모두가 이미 중요한 사실로서 인지(認知)하고 있으며 막중한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는 점을 꼭 말하고 싶었다. 무엇인가 목적하는 바와 악의적 의도를 가지고 끊임없이 광주시향을 흔들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고 별다른 의도 없이 그저 평범한 개인의사를 표현하는 것일 뿐인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변하지 않는 사실은 광주시향이 계속해서 상처 받고 있다는 점이다.

잔다르크의 재판정에서 재판장이었던 코숑 주교는 피고가 너무나 하찮고 무력한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을 방청객에게 보여주고 잔다르크에게는 수치와 모욕을 줄 목적으로 주기도문을 암송해보라고 요구한다. 그때 잔다르크는 이렇게 대답한다. “당신이 나의 주기도문을 들을 만큼 독실한 신자인지 먼저 신앙고백을 하시오.”

2016 광주시향 도쿄예술극장공연. 광주시향 제공 편집에디터
2016 광주시향 도쿄예술극장공연. 광주시향 제공 편집에디터
2016 광주시향 도쿄예술극장공연 .광주시향 제공 편집에디터
2016 광주시향 도쿄예술극장공연 .광주시향 제공 편집에디터
광주시향 프라하 스메타나홀 공연. 광주시향 제공 편집에디터
광주시향 프라하 스메타나홀 공연. 광주시향 제공 편집에디터
광주시향 2018년 도쿄 타마 콘서트홀 공연. 광주시향 제공 편집에디터
광주시향 2018년 도쿄 타마 콘서트홀 공연. 광주시향 제공 편집에디터
광주시향 오스트리아 린츠 브루크너하우스 공연. 광주시향 제공 편집에디터
광주시향 오스트리아 린츠 브루크너하우스 공연. 광주시향 제공 편집에디터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 광주시향 연합공연. 광주시향 제공 편집에디터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 광주시향 연합공연. 광주시향 제공 편집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