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감추고 왜곡할 수 있을까

79
김진영 기자 김진영 기자 youngjin.kim@jnilbo.com
김진영 기자 김진영 기자 [email protected]

‘나고야의 바보들’이 23일 광주를 찾았다. 한손에는 조선인 1만명의 강제징용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들고 왔다.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나고야 소송지원회)’을 이끌고 있는 다카하시 마코토 대표 이야기다.

사실 그의 방문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을 상대로 싸움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30년이 넘었으니 그럴 만도하다.

그가 이끄는 ‘나고야 소송지원회’의 역사도 20년, 미쓰비시 본사에서 집회를 연지도 10년이 흘렀다. 일부 피해 할머니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생존 할머니들 역시 대부분 구순이 넘는 고령이 됐다.

그의 싸움을 다룬 영화 ‘나고야의 바보들’을 취재·제작한 임용철 감독 역시 “설마 하나의 작품이 10년이 넘을 줄 상상도 못했다”고 회상한다.

일본정부가 보내는 메시지는 자명하다. 외면으로 진실을 덮겠다는 것이다. 피해 할머니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면 비판의 목소리도 사라질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다.

그럼에도 마코토 씨는 투쟁을 멈추지 않는다. 70세가 넘는 고령의 나이에도 매주 금요일마다 미쓰비스 본사 앞에 나선다. “그렇게 한국이 좋으면 한국에 가서 살아라”는 비아냥을 들으며 전단지를 나눠준다.

그에게는 진실은 결코 외면할 수 없다는 믿음이 있다. 수십년간 외면과 비난 속에서도 역사의 진실을 알리는 길은 선택한 ‘바보’같이 우직한 사람이다.

그의 외로운 투쟁은 위안부 문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한 공론화를 이끌어냈다. 이제는 많은 양심있는 일본인들이 그와 함께 싸운다.

그의 투쟁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최근 한 연세대 교수의 ‘위안부는 매춘부’ 망언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오늘날에 더욱 그렇다.

지난 19일 연세대 사회과학대에서 열린 ‘발전사회학’ 시간에 류석춘 연세대 교수는 “현재 성산업 종사자 여성들이 살기 어려워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성매매에 나선다. 과거(일제 강점기)에도 그랬다”고 주장하면서 일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매춘부’라고 비유했다. 일본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하다.

근로정신대 피해자와 위안부 피해자가 같지는 않지만 두 문제는 결국 본질적으로 진실과 외면이라는 하나의 문제로 귀결된다.

일본의 경제보복과 한·일 갈등 사이에 두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일본인’의 이야기와 ‘일본인보다 더 일본인 같은 한국인’의 이야기다.

잘못된 역사를 감추고 왜곡한다고 사라질 수 있을까?

우리가 절대 잊어선 안 될 화두는 우리가 기억하고 알리는 만큼 올바른 진실은 외면할 수 없는 힘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김진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