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향기> 아침을 여는 행복한 울림

이미경 광주동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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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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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스트라우스의 왈츠곡을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지난 비가 오던날 빗소리와 함께 이적의 ‘다행이다’를 들으며 행복한 하루를 시작했다. 그 날의 날씨와 분위기에 맞춰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행운은 다름 아닌 친구엄마 덕분이다. 전남여중을 졸업하고 간호학을 전공한 뒤 조선대 병원에서 간호부장으로 정년퇴임 했다. 대한민국의 간호계를 위해 1세대 주자로 헌신해온 오경자님. 어릴 적 친구집에서 뵌 어머님은 오피니언 리더였다. 음악을 사랑하고 자신의 일을 열정적으로 해 내면서 인생을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왔다. 친구 따라 병원에 가면 하얀제복에 머리엔 간호사캡을 쓰고 환자들과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나이팅게일 그 모습 그대로였다. 노래는 가수 수준으로 잘하고 미소 또한 평안해서 많은 사람들이 잘 따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가슴엔 예술의 혼이 살아있어 늘 열정 가득했다. 대학시절 이문세 콘서트를 보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데 중년의 여인이 소녀와 같은 표정으로 줄을 서 있는 것을 보고 놀라기도 했다. 지금도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이나 뮤지컬 등을 자주 보러다닌다고 한다. 이런 게 젊음의 비결이 아닐까.

평소 존경해오던 안성례 전 오월어머니집초대관장과 평생 동지로 지낸다는 이야기를 듣고 친구와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전남여중 2년 선후배로 80이 넘은 나이에도 매일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철학을 논하고 인생을 논한다고 한다. 지나온 세월만큼 돈독한 우정은 동지애를 뛰어 넘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선배님’, ‘오부장’으로 호칭하면서 만남을 가진 이 순간을 무척이나 행복해 했다. 나와 친구와의 우정과 오늘의 만남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두 사람의 우정, 인생길에 힘이 되기를…’ 이라고 하얀 종이에 쓰고 나비가 수십 마리 날아다니는 손수건을 선물해 줬다. 귀한 만남에 감사하고 행복해서 준비했다는데 나비처럼 훨훨 날아다니면서 귀하고 좋은일을 하라 하신다. 이 시대의 리더로서 인생을 살아온 두 분을 만나는 내내 존경의 마음이 우러나왔다. 간호계에 종사하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의 치유를 위해 헌신해 온 두 분의 끝나지 않는 나라사랑을 우리가 한마음으로 이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이 가지는 치유의 힘을 이야기 하면서 “미경이 니가 잘하고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다. 까매가지고 째깐했는디…. 더 이뻐졌구나” 하면서 흐뭇해 했다. 친구도 대학시절 비가오면 수업도 땡땡이 치고 음악다방 한켠에서 조덕배의 ‘꿈에’를 질리도록 들으면서 파묻혀 있었는데 엄마의 감수성을 받았나 보다. 안성례 관장은 어릴적 완고한 유교 집안의 딸로 태어나 목소리가 담장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는 아버지 때문에 요조숙녀로 살다가 명노근 전 전남대 교수와 결혼 후 광주의 어머니가 되신 이야기는 조금은 알고 있었지만 그 간의 거룩한 삶이 느껴졌다. 이 땅의 어머니로 살면서 늘 놓지 않은 문화예술에 대한 애정이 두 분이 건강하게 사는 비결인 것 같다.

가슴깊은 곳에서 나오는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는 듣는 이의 마음을 후빈다. 한분은 오월소나무합창단의 단원으로 우리 보다 힘든 이들을 위해 합창으로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고 또 한분은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순간까지 본인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치열하게 살아온 젊은 날이 원동력이 돼 80 평생을 희망차게 살아오고 남은 인생을 나라와 민족을 위해 노력하는 삶이야말로 우리 함께 추구해야할 가치 있는 삶이 아닐까. ‘내일은 또 어떤 사연과 함께 감동을 선사할 음악이 올까’를 생각하며, 행복한 아침을 열었던 음악과 함께 잠을 청해본다. 음악에 쉼표가 있듯이 삶에도 반드시 쉼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잠시 쉴 때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너를 생각하고 우리가 함께 하는 아름다운 시간을 꿈꾸는 은빛 찬란한 어머님들이 계셔서 행복을 꿈꿀 수 있다. 나도 누군가에게 아침을 여는 행복한 울림을 선사하고 싶다.

대한민국 전체가 아름다운 화음으로 울려 퍼질 때를 기다리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