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헬기사격 증언’ 조비오 신부 3주기 엄수

담양 천주교 공원묘원서 기일 맞아 추모 미사
조카 조영대 신부 “죽어서도 전두환 맞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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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담양군 월산면 광주구천주교공원묘원에서 고 조비오 신부의 선종 3주기 추모제가 엄수되고 있다. 김정대 기자 nomad@jnilbo.com
22일 담양군 월산면 광주구천주교공원묘원에서 고 조비오 신부의 선종 3주기 추모제가 엄수되고 있다. 김정대 기자 nomad@jnilbo.com

전두환 광주재판을 이끈 ‘오월의 사제’ 조비오 신부의 선종 3주기 추모제가 담양에서 엄수됐다.

22일 담양군 월산면 천주교 광주대교구 공원묘원(광주구천주교공원묘원)에서 치러진 고(故) 조비오 몬시뇰 신부의 선종 3주기 추모제에는 태풍으로 궂은 날씨에도 5월 단체 관계자와 천주교 신도, 시민 등 150여명의 발길이 이어졌다.

추모제는 고인이 종교인이었던 만큼 천주교 미사로 진행됐다. 조비오 신부에 이어 5·18민주화운동 진실규명을 위해 전두환씨와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는 조카 조영대 신부가 제단에 서 의미를 더했다. 조 신부는 미사 중 고인에 대한 기억을 풀어놓으며 추모객들의 마음을 달랬다.

또한 봉안당인 ‘부활의 집’에 마련된 미사 공간에는 사제복을 입고 미소짓는 고인의 사진이 추모객을 맞았다. 고인은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하다 지난 2016년 9월21일 선종했다.

세상은 그를 ‘오월의 사제’, ‘광주의 사제’라 불렀다. 1980년 5월 광주의 참상을 목격한 이후 5·18진상규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1989년 국회 광주청문회에 나가 계엄군의 만행에 대해 “신부인 나조차 손에 총이 있으면 쏘고 싶었다”고 증언한 것은 유명하다.

고인은 특히 1995년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해 5·18 당시 진압의 잔혹함을 세상에 알렸다. 훗날 전일빌딩 탄흔 등을 통해 헬기 사격이 사실로 확인됐지만, 지난 2017년 전두환씨는 회고록을 통해 고인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조카 조영대 신부와 5월 단체 등은 전씨를 ‘사자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현재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재판으로 인해 지난 3월 전씨가 23년 만에 광주법정에 섰다. 당시 이를 두고 ‘죽은 조비오가 살아있는 전두환을 잡았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날 추모제는 5·18진상규명을 기원하는 자리나 마찬가지였다. 조영대 신부 등은 고인의 뜻에 따라 끝까지 진상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조영대 신부는 “고인은 살아서도 5·18진상규명을 위해 싸웠지만 죽어서도 싸우고 있다. 그에 비하면 열혈 사제도 아니고 투쟁하던 사제도 아니지만, 조카로서 전두환에 맞서고 있다”면서 “이 재판은 단순히 조비오 신부의 명예회복 말고도 5·18진상규명의 단초다”고 말했다.

미사가 끝난 뒤 추모객들은 지척에 있는 고인의 묘소로 향해 헌화했다. 5·18 당시 고인과 함께 내란선동죄를 덮어쓰고 투옥됐던 김성용 신부, 동시대에 진상규명을 위해 힘썼던 이철우 5·18기념재단 이사장 등이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다.

한편, 고인의 추모제는 이번 3주기를 맞아 탈상하고 내년부터는 담양 공원묘원 대신 광주 남구 소재 소화자매원에서 소규모로 추모식을 갖는다. 여성정신지체장애인 복지시설인 소화자매원은 고인이 평생 동안 돌봐온 곳이다.

김정대 기자 noma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