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사건’ 여파… 지역 장기미제사건 재수사 촉각

광주·전남 미제사건 수사상황은
5년 지나면 지방청 미제사건팀 이관… 광주·전남 18건
화성사건·나주드들강사건 등 DNA 대조 과학수사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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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사건 발생 30여년 만에 경기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를 수사 중이다. 사진은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의 모습. 편집에디터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사건 발생 30여년 만에 경기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를 수사 중이다. 사진은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의 모습. 편집에디터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가 특정되면서 미제사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광주·전남지역에 남겨진 미제 살인사건은 총 18건. 경찰은 날이 거듭하며 발전하는 과학수사기법과 시민 제보 등을 통해 끈질기게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

 ● 미제사건 수사는 어떻게?

 미제사건은 말 그대로 장기간 해결되지 않은 사건을 가리킨다. 통상 각 경찰서에 신고된 사건은 1년간 해당 서에서 수사가 이뤄진다. 2년째에는 미제사건팀에 준하는 수사본부를 구성하는 등 다해서 5년간 경찰서에서 사건을 맡는다.

 그래도 검거에 실패하면 상급기관인 지방경찰청으로 이관된다. 각 지방청에는 이를 전담하는 미제사건수사팀이 존재한다.

 전담 형사들은 경찰서에서 이뤄진 수사를 처음부터 다시 살핀다. 혹시라도 빠뜨린 부분이 있는지 재차 점검함으로써 용의자를 찾아가는 식이다.

 그러나 상급기관에서 수사를 한다고 해서 해결이 쉬운 것은 아니다. 5년씩이나 경찰서에서 수사를 했는데도 범인을 잡지 못하는 데는 그만큼 어떤 물증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가 있어서다.

 근래 들어 몇몇 미제사건이 해결되고 있는 것은 과학수사기법의 발전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지역의 대표적 미제사건이었던 ‘2001년 나주 드들강 살인사건’이 16년 만에 유죄판결을 받아낸 것도 DNA 덕분이었다.

 경찰은 성폭력 관련 범죄자의 경우 DNA를 채취하고 있다. 이는 교도소에 수감되는 이들에게도 이뤄진다. 데이터베이스 상에 피해자·피의자의 DNA를 등록해 대조하는 식의 수사가 가능해진 것이다. 드들강 살인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몸 안에 남은 피의자의 DNA를 보관 중이었는데, 다른 범행으로 교도소에 수감되면서 나중에 일치하는 DNA를 찾게 된 사례였다.

 이번 화성연쇄살인사건의 경우도 담당 수사팀이 피해자의 DNA가 담긴 증거 보존을 잘해놨기에 유력 용의자 특정까지 이를 수 있었다. 당시에는 기술력이 떨어져 발견되지 않았던 DNA 정보가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장비 개선으로 추출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 때문에 미제사건수사팀은 DNA 증거 채취와 조회에 많은 공력을 들이고 있다.

 시민 제보도 중요한 요소다. 지푸라기 하나라도 잡는 심정으로 수사를 해야하는 게 미제사건이기 때문. 하지만 최근에는 ‘피의사실공표죄’ 논란이 일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일선 경찰들의 얘기다. 언론 등을 통해 세간에 사건 내용을 알려 제보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지만, 이를 공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 광주·전남 미제 살인사건 18건

 그렇다면 광주·전남경찰이 진행 중인 미제 살인사건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19일 광주·전남경찰청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광주·전남지역 장기 미제 살인사건은 모두 18건으로, 광주 11건·전남 7건이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발견을 계기로 광주경찰청 미제사건 수사팀은 지난 2009년 3월 19일 북구 모 교회 주차장 회사원 둔기 살해사건의 관련 자료를 다시 살펴보고 있다.

 지난 2008년 10월 광주 동구 대인동 한 식당에서 둔기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된 최모(당시 66세)씨 사건에 대해서도 현장 발견 족적을 토대로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 2005년 5월 발생한 광산구 주유소장 둔기 살해사건과 내방동 임산부 살해사건(2001년 9월), 용봉동 여대생 테이프 살해사건(2001년 9월) 등도 재수사하고 있다.

 지난 2001년 2월 나주 드들강에서 발생한 여고생 살인사건을 16년 만에 해결한 전남경찰은 2010년 10월15일 발생한 목포 여대생 성폭행 살해사건 등을 해결하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2009년 6월14일 발생한 이른바 ‘광양 주차장 살인사건’도 다시 살펴보고 있다. 사건 당시 붙잡혔던 용의자가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나 새로운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8년 9월 나주 지석강에서 속옷만 입은 채 변사체로 발견된 40대 여성 사건을 비롯해 2007년 1월 화순 80대 독거노인 살해사건 등도 들여다보고 있다.

 2005년 5월 순천시 외서면 농수로에서 둔기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된 서모(61)씨 사건과 2004년 8월 영암 부인 흉기 살해사건, 2000년 8월 나주 간호사 알몸 살해사건에 대해서도 재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해당 사건들은 지난 2015년 살인법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일명 ‘태완이법’이 시행될 당시 공소시효를 넘기지 않아 계속해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또 광주는 2010년부터, 전남은 2011년부터 장기미제사건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송창원 전남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장은 “살인사건은 범인이 잡혀도 피해자 가족들에게는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남는데, 미제사건의 경우 범인조차 알 수 없으니 평생의 한이 된다”며 “경찰 또한 끝까지 범인을 추적해 잡아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