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와 처벌위주 스쿨미투… 학생들에게 무얼 남겼나

●광주시교육청 스쿨미투 대응논란 <하>
서먹해진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 딱딱한 수업 분위기
진술을 끝으로 스쿨미투 진행 상황에 소외됐던 학생들
“교육적 관점으로 스쿨미투 대응 매뉴얼 재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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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편집에디터
미투 운동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편집에디터

지난 보도(2019년 9월15일자 1·4면, 16일자 4면)를 통해 성비위 의심 교원은 모두 직위해제하고, 검찰에 불기소 처분돼도 해임 징계를 끈질기게 요구하는 등 교내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광주시교육청의 엄격한 대응을 전한 바 있다.

그렇다면 스쿨미투에 동참했던 학생들은 시교육청의 이런 조치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까?

지난해 시교육청의 스쿨미투 전수조사로 19명의 교사가 직위해제됐던 A학교 졸업생 지민, 현정, 영지, 소연, 가희, 수영(모두 가명)씨 등 6명으로부터 그들이 경험한 스쿨미투 대해 다양한 얘기를 들어봤다.

이들은 직위해제된 교사 중 정말 문제가 됐던 몇몇을 제외하고 나머지 교사들이 왜 학교를 떠나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자신들의 진술 때문에 일이 이 정도로 커질 줄 몰랐다며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지민씨는 “(진술서에) 평소 성적 불쾌감을 느꼈던 교사에 대해 말했다”며 “경고나 주의로 끝나는 줄 알았고 진정한 사과를 받길 바랐는데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고 말을 꺼냈다.

현정씨는 “몇몇 학생들은 싫어하는 선생님에게 복수하는 기회로 삼는 것 같았고, 당사자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주변 친구들이 부추겨서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마구잡이로 선생님이 잡혀가니까 친구들 사이에서 의문이 생기고 후배들을 탓하는 등 서로 상처 주고 대립하는 일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런 상황이니 교실 분위기도 좋을 리 없었다. 스쿨미투 이후 교사와 학생 간 정서적 교류는 차단되고 딱딱한 지식만 전달됐다. 교사들은 혹시나 자신의 행동과 말이 문제가 될까 노심초사했고, 학생들도 선생님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기 어려워졌다.

가희씨는 “스쿨미투 후 눈에 띄게 달라진 게 교사와 학생의 관계다”며 “교실에서 농담이 사라지고 적극적으로 학생들에게 다가오는 선생님들도 미투이후 예전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연씨는 “우리의 과장 섞인 진술이 사실이 돼 선생님들이 경찰수사를 받고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서 우리 역시 대가를 치를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선생님께 죄송한 마음으로 고 3시절을 위태롭게 보냈다”고 토로했다.

수능을 앞두고 다수의 교사가 학교 현장에서 사라져 어수선했던 학교 분위기, 담당 교사 부재로 생활기록부를 수정하지 못한 채 대학면접을 봐야 했고, 담임 대신 낯선 교사와 진학상담을 해야 했던 건 부차적인 피해였다.

학생들이 가장 답답하고 분노했던 것은 직위해제 교사들과의 완전한 격리와 차단, 그로 인한 스쿨미투 과정에서의 소외다.

수영씨는 “학교에서는 사라진 선생님들에 대해서 일절 말해주지 않았다. 성범죄로 구속까지 된 선생님의 경우는 교장 선생님이 사과를 대신했고 문제 교사의 사과문이 교실 뒤에 붙여진 것이 전부였다”며 “전혀 공감되지 않았고 화가 났다. 우리는 해당 선생님에게 직접 사과를 듣고 싶었고, 우리가 듣고 싶은 건 변명이 아닌 사과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가희씨는 “우리의 진술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진술을 끝으로 스쿨미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당했고 교사와 화해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스쿨미투는 계속돼야 하고 학생들이 자신의 피해를 부담없이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의 방식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현정씨는 “마구잡이로 선생님들이 잡혀가니까 진짜 잘못한 선생님도 그렇지 않은 다수의 선생님들 사이에 묻혀버리는 것 같았다”며 “누구를 위한 미투인지 되묻고 싶다”고 의문을 표했다.

소연씨는 “우리의 진술은 곧이 곧대로 ‘사실’이 되었고, 스쿨미투는 학생에게 ‘선생님을 협박하고 자를 수 있는 권력’이 됐다. 이건 서로에게 독이다”고 비판했다.

가희씨는 “조사관 성향에 따라 조사방식이 달랐고 자기가 겪지 않은 얘기까지 다 쓰게 하는 조사관도 있어 조사결과에 신뢰할 수 없었다”며 “교사와의 이런 모든 갈등이 학생과 격리된 채 사법처리되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스쿨미투 대응엔 분리와 처벌 외 다른 방식은 없을까?

‘우먼스플레인’의 저자 이선옥 작가는 “스쿨미투가 교육공동체의 긍정적 변화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면 처벌 위주로 돼 있는 현 교육부 매뉴얼을 교육적 관점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사법적 처벌의 영역과 문화적 변화 영역을 구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작가는 “성추행·성폭행은 사법적 처벌의 영역이지만 성희롱적 언행까지 그렇게 다뤄지면 상황과 맥락은 배제한 채 텍스트만으로 범죄가 되는 것”이라며 “교사들은 학생들과 대화하려 하지 않고 서로 불신과 반목만 남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적 언행에 대해서는 교육을 통해 교사에게 주의토록 하거나, 학생들과 함께 토론하면서 개선해나가는 것이 훨씬 교육적”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학내 성비위를 조사할 때, 익명·비밀 보장뿐 아니라 신고내용에 따라 교사가 징계 또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조사지에 포함돼 있어야 하고 말로도 재차 공지할 필요가 있다”며 “학생들에게 발언의 결과와 책임에 대해서 충분히 인지시키는 것만으로도 허위, 과장 고발을 상당수 거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한나 기자 hanna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