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범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 조례만으로 달라질까

‘구매 제한’ 취지 좋으나 ‘실효성 있을까’ 의문
자제 권고… 대체 불가 제품 있어 현실적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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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등 시민 1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경제침탈 아베규탄! 한일군사보호협정 폐기! 광주시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등 시민 1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경제침탈 아베규탄! 한일군사보호협정 폐기! 광주시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광주시와 일선 초·중·고교, 유치원까지 일본 전범 기업의 제품 구매를 제한하는 조례가 통과될 전망이다.

 한·일 관계를 올바르게 정립하자는 취지의 조례안으로서 지역 초·중·고교와 유치원 학생들이 전범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인식하고, 역사적 진실을 제대로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조례가 실제로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조례안이 구매 제한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권장’에 그치는 내용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일본 기업 외 대체하기 힘든 제품 구매의 경우, 현실적인 부분이 한계로 지적된다.

 ● “전범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인식 효과”

 16일 광주시의회에 따르면 조석호 의원과 신수정 의원이 광주시와 광주시교육청의 일본 전범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 및 인식 등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조례안에는 23명 시의원 모두가 이름을 올렸다.

 이번 조례안은 제282회 임시회 본회의를 거쳐 공표될 예정이다.

 조례에 해당하는 전범 기업은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에 따라 전범 기업으로 확인된 일본 기업이다.

 조례 적용을 받는 기관은 광주시, 직속 기관, 사업소, 출장소, 시의회 사무처, 공사·공단, 광주 초·중·고교·유치원 등이다.

 조례가 제정되면 광주시와 시 산하기관, 광주시교육청은 전범 기업과 수의계약이나 공공 구매를 할 수 없고 보유·사용 중인 제품에 전범 기업임을 알리는 표시를 해야 한다.

 조례안은 시장과 교육감이 공공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전범기업 제품에 대한 실태조사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실태조사 결과 공공기관이 보유 중인 전범기업 제품에는 이를 인식할 수 있도록 별도의 표시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조례를 적용하는 일본 전범기업은 대일 항쟁기는 물론 이후에 설립된 기업이라도 전범기업의 자본으로 운영되거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까지 포함했다. 전범기업 제품을 국산 등 다른 제품으로 대체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수의계약이나 공공구매 입찰 제한에서 제외 할 수 있다. 시는 전범 기업의 제품을 실태 조사하고 결과를 매년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각 자치구에 전범기업 제품을 구매하지 않도록 권장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았다.

 조석호 광주시의원은 “일본 기업들이 대일 항쟁기 당시 전쟁물자 제공 등을 위해 우리나라 국민들을 강제로 동원하고 노동력을 착취하는 등 불법을 자행했음에도 아직까지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은 커녕 오히려 역사를 부정하고 미화하는 데 협조하고 있어 이번 조례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 “강제할 수 없어” 실효성은 의문

 그러나 조례가 통과되더라도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강제’ 사항이 아닌 ‘권고’ 사항으로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조석호 의원과 신수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광주시·광주시교육청 일본 전범 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에 관한 조례안’에는 “일본 전범 기업 제품을 공공구매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실질적으로 일본 기업 외 제품으로 대체하기 힘들 경우도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지적된다. 방송장비, 수질측정기 등 특정 분야 제품의 경우다.

 이 때문에 조례안에도 “각급 기관이 전범기업과 수의계약을 체결하거나 전범기업 생산 제품을 공공구매 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면서도 “다만, 국산제품 등으로 대체가 불가능한 경우는 예외로 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뒀다.

 지난 2012년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발표한 전범기업 목록에는 총 299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미쓰비시, 미쓰이, 히타치, 히다찌, 스미토모, 도시바, 후지, 니콘, 파나소닉 등이 포함됐다.

 광주시 관계자는 “시가 구입하는 방송장비, 수질, 대기 측정기 등 특정 분야 제품은 대체가 쉽지 않을 물품이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또 ‘국제입찰 물품·용역의 범위에 관한 고시’에서 규정하는 금액이 넘는 물품 구매에 대해선 제한을 하지 못하는 것도 한계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부조달 협정상 개방 대상 범위는 공사 235억원 이상, 물품·용역 3억1000만원 이상(기초자치단체는 6억3000만원 이상)이다. 즉 물품·용역 입찰을 할 때 금액이 3억1000만원을 넘어서면 특정 국가 기업의 참여를 배제할 수 없다.

 조석호 시의원은 “일본 전범 기업 제품 제한 조례에 강제 조항을 두게 되면 국제법 저촉에 대한 문제가 있다. 이번 조례에 강제성은 없지만, 일본 전범 기업 물품의 구매를 최대한 제한할 수 있는 근거는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