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월동 5·18묘역서 사법민주화 의지 다진 대법원장

5·18국립묘지 대신 민족민주열사묘역 들러 참배
이번이 첫 방문… 밑에서 출발하는 개혁 의미부여
김명수 대법원장 “민주주의하면 먼저 떠오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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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16일 광주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위르겐 힌츠페터 추모석 등을 참배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gunho.na@jnilbo.com
김명수 대법원장이 16일 광주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위르겐 힌츠페터 추모석 등을 참배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email protected]

사법농단 사태로 국민적 신뢰를 잃은 사법부를 도맡아 개혁에 나선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 후 첫 강연 일정으로 전남대를 택하고,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을 들러 참배했다. 5·18민주화운동이 그랬듯 밑(시민)에서부터 출발하는 개혁 의지를 다진 것으로 해석된다.

16일 김명수 대법원장은 광주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이하 5·18구묘역)을 찾아 열사들의 묘에 참배했다. 이날 광주 방문은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강연 일정차 이뤄진 것으로, 이는 대법원장 취임 이후 이뤄지는 첫 대학 강연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광주송정역을 통해 광주에 도착한 김 대법원장은 강연 일정에 앞서 망월동 5·18구묘역으로 향했다. 통상 광주를 찾은 고위급 인사들이 국립5·18민주묘지부터 가는 것과는 조금 다른 행보였다. 더욱이 김 대법원장에게 5·18구묘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법원장은 5·18구묘역 제단에서 동행한 직원들과 분향과 묵념을 마친 뒤에는 열사들의 개인 묘를 하나하나 찾으며 참배했다. 가장 먼저 다가간 것은 고(故) 이한열 열사의 묘였다. 김 대법원장은 비문을 눈으로 훑는가 하면 묘비 앞 유리관에 놓인 열사의 생전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봤다.

이어 지난 2015년 일본 정부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분신한 고 최현열 열사, 민중총궐기 집회 중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끝내 숨진 고 백남기 열사의 묘를 차례로 들러 추모했다.

전남대생으로 노태우 정부 시절 학생운동에 투신했다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고 문승필 열사, 반미·반독재를 외치며 분신한 고 박승희 열사 등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한 열사들의 묘 앞에서는 “20대에……”라며 말을 삼키다 “그 당시를 생각하면 안타까운 것들이 있다”고 맺었다.

5·18 당시 광주 참상을 해외에 알려 ‘푸른눈의 목격자’로 불린 고 위르겐 힌츠페터 독일기자의 추모석 앞에서도 잠시 멈춰서 묵념했다. 이후 민족민주열사 유영봉안소를 들러 방명록에 ‘민족과 민주주의를 위한 헌신과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묘역 참배 후 김 대법원장은 기자들에게 ‘사법민주화’ 의지를 강조했다. 특히 국립5·18민주묘지 대신 5·18구묘역을 찾은 것은 5·18이 그랬듯 밑에서부터의 개혁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으로 읽힌다.

김 대법원장은 5·18구묘역 방문에 대해 “광주의 의미라 하면 민주주의이고, 민주주의하면 제일 먼저 여기를 떠올렸다. 민주주의는 포장이 된 큰 그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밑에서 출발해야 한다”면서 “사법부의 민주화 역시 아래쪽부터 올라오는 민주주의가 돼야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취임 이후 첫 번째 강연 행사로 광주를 택해서 오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과 성장에 광주는 남다른 역할을 했다”면서 “사법의 민주화, 국민을 위한 사법부가 될 수 있도록 여러분의 도움과 응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대법원장은 이날 5·18구묘역 참배 후 광주지방변호사회와 간담회를 갖고 국선변호사제도 운영, 양형심리 활성화 제도 개선 등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또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을 방문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펼쳤다.

김정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