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 무혐의 결론에도 변함없이 해임 징계 요구

●광주시교육청 스쿨미투 대응논란 <중>
피해 진술과 상반된 주장 나와도 추가조사 없어
“학생이 거짓말할 리 없다” 무조건적 신뢰로 일관
징계재량권 남용 지적에 관련자료도 안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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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A교사는 18년 동안 얼음 깨기의 일환으로 첫 학기 첫 수업마다 프리허그를 해오다 지난해 6월 성비위 사건에 연루됐다.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으나 광주시교육청이 학교측에 해임징계를 요구해 심사 중이다. 사진은 A교사가 시교육청에 제출한 소명서. 소명서에는 200명 가까운 교사와 학생의 탄원서가 포함돼 있다. 이한나 기자 hannah.lee@jnilbo.com
광주의 A교사는 18년 동안 얼음 깨기의 일환으로 첫 학기 첫 수업마다 프리허그를 해오다 지난해 6월 성비위 사건에 연루됐다.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으나 광주시교육청이 학교측에 해임징계를 요구해 심사 중이다. 사진은 A교사가 시교육청에 제출한 소명서. 소명서에는 200명 가까운 교사와 학생의 탄원서가 포함돼 있다. 이한나 기자 [email protected]

일반적으로 어떤 혐의에 대해서 법원이나 검찰이 ‘무죄’, ‘불기소 처분’을 선언할 경우 해당 혐의자는 자유의 몸이 되며, 원래의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성범죄 의심 교사들의 경우 사안이 좀 다르다. 이들이 검찰 조사에서 불기소 처분으로 풀려나도, 광주시교육청은 지속적으로 해임 징계 요구를 하고 있다. 왜 이러는 것일까?

시교육청은 “형사책임과 별개로 민사책임을 물을 수 있고, 전수조사 때 학생의 최초 진술이 유효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며 이런 판단의 근거는 “학생들이 검찰 조사를 받을 경우 무서워 제대로 말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과거에는 성 비위의 경우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고 조사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런 지적에 따라 최근에는 성비위 조사에 있어서 수사기관들도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더욱이 검찰조사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졌는데도 시교육청이 이런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검찰 수사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공표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광주의 A교사는 18년 동안 얼음 깨기의 일환으로 첫 학기 첫 수업마다 프리허그를 해오다 지난해 6월 성비위 사건에 연루됐다.

다른 교사의 성비위로 이뤄진 전수조사에서 A교사가 강압적으로 프리허그를 요구해 불쾌감을 느꼈다는 학생들의 진술이 나왔기 때문이다.

A교사는 혐의 사실을 부인하며 약 200명의 동료 교사와 학생들의 탄원서를 제출했고 올해 2월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A교사가 프리허그 전 거절 의사를 충분히 묻고 원치 않는 학생은 악수로 대체했다는 증언과 다수의 학생이 프리허그를 긍정적으로 생각했다는 점이 주요 근거로 작용했다.

하지만 한 달여 후 광주시교육청은 학교 법인 측에 A교사의 해임 징계를 요구했다.

학교 측이 이에 반발해 재검토 요청을 했음에도 시교육청은 재차 해임을 요구했다. 결국 학교 측이 교육청의 의견을 반영해 정직 1개월 징계를 내렸지만 이마저도 시교육청은 받아들이지 않고 재심의를 요구했다.

그 결과 A교사는 불기소 처분을 받고도 7개월이 넘도록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교육청은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된다”며 검찰의 불기소 의견을 거의 반영하지 않았다.

또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어도 행정소송의 징계사유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고, 행정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닌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참고사항으로 들었다. 그러나 해당 사건은 기소조차 안돼 위의 대법원 판례 적용사항이 아니다.

이와 함께 간과해서는 안되는 부분이 하나 있다. 해당 선생이 죄가 없다고 말한 학생들의 탄원서에는 전수조사 전 “이 쌤 수업이 맘에 안 드는데 그냥 신고할까?” “여기서 부풀려서 말하면, 이 쌤 잘리는 거지? 너도 같이 신고해” “오 나도 말할까?” 등의 대화를 일부 학생들이 나눴다고 적혀져 있었다.

종합해보자면 이 사건은 혐의의 개연성을 증명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피해 진술의 신빙성까지도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시교육청은 “아이들의 진술을 믿는다. 그들이 거짓말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피해) 아이의 진술이 거짓일 수 있다면 마찬가지로 그 (반대) 진술도 거짓일 수 있다”고 답했다.

시교육청의 표현대로라면 탄원서에 적힌 글 또한 학생들의 이야기니 ‘믿어줘야’ 하거나 이를 거부한다면 최초 진술도 믿어선 안된다.

시교육청은 또 “검찰의 무혐의는 죄가 없는 것이 아니라 증거가 없는 것”이라면서 “범죄는 있는데 증거가 없다고 교육 현장에 그대로 둘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당연히 시교육청의 이런 태도는 충분히 공감하고 지지할 부분이다. 시교육청이 아이들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갖고 피해 학생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려고 하는 의지는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단순 의심만으로 한 교사의 경제적·사회적 생존권을 산산조각 내버리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당사자인 A교사는 “시교육청 조사 때도 ‘아이들이 악의적으로 그런 말을 할리 없다’며 성범죄자로 내몰더니, 검찰 조사 과정에서 상반된 증언들이 많이 나왔어도 시교육청의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며 “추가 조사 등 사건의 진위를 따지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없이 전수조사 때 나온 첫 진술을 근거로 내린 교육청의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김정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광주지부장은 “검찰·재판의 결과와 별도로 교육청은 징계처분을 할 수 있지만 징계양정을 결정할 때는 비례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며 “수사결과 피해자의 주장이 상당부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거나 형사적으로 법적 처벌이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는데 해임처분을 하는 것은 징계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검찰에서 성범죄와 관련해 무혐의를 받은 광주교사 중 몇명이나 학교로 돌아갔을까? 관련 자료를 요청하자 시교육청은 “민감한 사안이고 남용될 우려가 있다”면서 정확한 수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달 장연주 광주시의원이 시교육청에 요청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성 비위로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교사는 총 31명이다. 이 중 1명은 정직 3개월, 29명이 교육청으로부터 재징계·징계의결요구를 받아 심의 중이고, 나머지 1명은 미정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한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