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손님 갈수록 줄어… 대목이 언젠지 모르겄어”

추석 대목 앞둔 광주 전통시장 가보니
대인시장, 재개발로 인구 유출 영향 ‘한산’
양동시장, 제수용품 구매 고객 그나마 활기
농수산물 포함 대부분 매출 작년 절반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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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둔 지난 9일 광주 동구 대인시장내 풍경. 시장을 찾는 고객들이 없어 비교적 한산하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
추석을 앞둔 지난 9일 광주 동구 대인시장내 풍경. 시장을 찾는 고객들이 없어 비교적 한산하다. 양가람 기자 [email protected]

 ”명절이나 평일이나 별반 다름 없어. 똑같이 장사가 안 돼. 다들 안먹고 안쓰기 운동을 하는 건지….”

 온라인 쇼핑 일명 직구 소비가 늘면서 오프라인 시장의 활기가 예전만 못하다. 광주지역 전통시장의 추석명절 분위기는 더더욱 침울하다.

 지난 9일 광주지역 대표 전통시장인 대인시장과 양동시장 두 곳을 찾았다. 대인시장의 분위기는 차분했다. 추석 연휴를 코앞에 두고 있지만 가끔 찾아오는 손님 외에는 한산했다.

 광주 동구 대인시장에서 홍어 가게를 운영하는 문순화(55·여)씨가 장부를 정리하다 말고 한숨을 내쉬었다. 30년 넘게 장사를 해 온 문 씨는 최근 몇 년 사이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은 애꿎은 매대만 정리하고 있었다. 상인들은 해마다 적자가 늘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추석 대목 효과 역시 크지 않았다. 농수산물을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물품 매출이 작년 추석의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홍어의 경우는 매출이 작년의 3분의1 수준에도 못미쳤다.

 배, 대추, 밤 등 차례상에 오르는 과일의 매출도 급감했다. 예년보다 추석 연휴가 빨리 찾아온 데다 궂은 날씨 등의 영향으로 당도가 높지 않아 찾는 이들이 줄었다. 어쩌다 발길을 멈춘 손님도 소량으로 구매해 갈 뿐이다.

 추석 선물세트의 경우, 단가 10만원 이상의 제품은 그나마 수요가 꾸준한 편에 속한다. 반면 5만원 이하 세트는 판매가 뚝 끄쳐 재래시장 상인들의 매출 하락 체감이 컸다. 경기 악화로 인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를 찾던 서민층의 발길이 끊기자 시장 사정이 더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반응이 곳곳에서 나왔다.

 2대째에 걸쳐 굴비 업체를 운영해 온 황모(50대) 씨 역시 해마다 겪는 매출 하락의 고통을 털어놓았다. 그는 “꾸준히 찾는 단골 손님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년 추석 대비 올해 추석 매출은 3분의2 가량 떨어졌다”며 “김영란법을 의식해서 인건지, 선물을 보내더라도 반송되는 경우가 많다. 내일부터 본격 대목이 시작되니 기대해봐야 겠다”고 말했다.

 대인시장 만의 특수성도 영향을 끼쳤다. 인근 아파트 재개발로 외부 유출 인구가 늘면서 자연스레 시장을 찾는 손님이 줄었다. 시장을 찾는 이들의 연령도 전보다 많이 고령화됐다. 젊은 층을 유인하고자 대인야시장, 동구 책정원 등을 운영 중이지만, 실효성있는 결과를 거두기엔 조금 이르다는 평도 나왔다.

양동시장은 이른 시간부터 추석 준비를 하려는 이들로 북적였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
양동시장은 이른 시간부터 추석 준비를 하려는 이들로 북적였다. 양가람 기자 [email protected]

 시장을 찾은 손님들의 장바구니 역시 가벼웠다. 본격적인 추석 준비는 인근 대형마트와 온라인을 활용하고, 재래시장에서는 질좋은 물건 위주로 소량씩 구매하는 이들이 많았다.

 주부 정혜연(38)씨는 “들고 갈 수 있을 정도의 과일, 나물 정도만 (시장에서) 구입했다”며 “양이 많은 것들은 대형마트에서 사는 편이다. 선물 세트도 온라인을 통해 미리 구매한 상태”라고 말했다.

 광주를 대표하는 양동시장의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이른 시간부터 북적이는 손님들로 장내는 활기를 띠었다. 그렇다고 상인들의 얼굴이 밝지만은 않았다.

 ”구경하고 가세요. 물건 싸고 좋아요.” 매대 앞에 선 상인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오가는 사람들은 많지만 장바구니에 물건이 담기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대부분 손님들이 물건 상태만 쓰윽 훑어보고는 지나쳤다.

 30년 넘게 생선장사를 해 온 김경숙(60)씨는 “삼 년 사이 매출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추석 대목엔 민어, 조기, 병어가 주로 나가는데 재작년엔 5마리씩 나갔다면, 작년엔 3마리씩, 올해는 1마리씩 팔린다”며 “찾는 손님이 해마다 줄어드니 올 추석 매출 역시 낮게 잡았다. 그마저도 맞추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근처 과일가게는 상황이 더 좋지 않았다. 15년째 과일 가게를 지켜온 김영희(52)씨는 매대에 가득 쌓인 과일 상자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관공서에서 과일 상자 주고받기를 금지함에 따라 선물용 과일 바구니의 매출이 반토막 났다.

 김 씨는 “선물용 매출 비율이 가장 큰 데, 예약은 커녕 개별 구매 하려는 손님도 없다. 명절때마다 대량 구매했던 단골들도 수요를 줄여 기대치에 한참 못미친다. 결국 명절 구색 갖추기 밖에 안될 것같다”고 하소연 했다.

 

양가람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