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지켜온 종가집 “차례 준비에 눈코뜰새 없어요”

추석 앞둔 나주 밀양 박씨·영광 영월 신씨 종가
“조상 위한 차례는 우리 지탱하는 귀중한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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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옷은 시집 올 때처럼 음식은 한가위처럼’, ‘설에는 옷 얻어입고 추석에는 음식 얻어 먹는다’.

가을 햇살이 가장 좋고 날씨 또한 맑고 쾌청하다는 추석은 속담도 정겹다. 수백년 전통문화를 계승시켜 온 종가들도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을 앞두고 벌써부터 정이 넘친다. 사라져가는 농경사회의 정서와 풍속을 간직한 종가.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대사회에서 퇴색되는 전통문화를 지키고, 조상이 남긴 땅에서 수확한 곡식으로 제수품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고향 마을. 그곳을 지키는 종가도 추석을 준비하느라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9대째 햇곡식으로 차례상 차려

나주시 금성길 13번지. 나주천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골목길을 지나 도착한 남파고택은 1년에 다섯차례 지내는 조상차례를 준비하고 9대째 내려오는 씨간장을 다리느라 분주했다.

남파고택을 지키고 있는 장정숙 종부는 “이 집에서만 8대째 매년 설과 정월초사흘, 보름, 동지, 추석 등 5차례 조상차례를 지내왔다”며 “대종가가 아니고 친척들이 떨어져 살아 예전처럼 많이 준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올해 수확한 햇과일과 햇곡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조상들의 차례상을 차리는 것은 우리가 지켜야 할 전통”이라고 말했다.

남파고택은 밀양박씨 종가로 1884년 남파 박재규 선생이 초당채를 짓고 살림을 시작한 이후 1910년 안채와 아래채를, 1930년에 문간채와 사랑채를 지어 완성한 전라도 최대의 한옥이다. 외관만큼이나 9대째 200년을 이어온 씨간장도 우리 민족의 숨결과 고유한 미풍양식이 담겨있다.

장씨는 “조상을 위한 차례와 씨간장은 우리 가문의 자존심이면서 후대에 물려줄 귀중한 문화유산”이라며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옛 모습이 사라져가고 있지만 간장과 차례라는 매개체는 여전히 우리 가문과 마을을 지탱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1년이면 차례와 제사 11번

영광군 영광읍 입석리 373번지. 영월신씨 종가인 신호준씨의 집도 이맘때가 되면 명절 준비로 시끌 시끌하다.

자식과 동생 식구들까지 합치면 이날 신씨의 집에 모이는 사람만 족히 40명이 넘는다. 그나마 연로한 종친들이 다 참석하지 못하는 지금은 많이 줄어든 편이라는 게 신씨의 설명이다.

신씨는 “설과 추석에 올리는 차례 2번과 제사 9번까지 1년에 차례와 제사를 11번 지낸다”며 “우리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해 오셨던 대로 나와 내 후손들이 우리 전통문화를 계속 이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월신씨가 영광 입석리 독베기 마을에 터를 잡은 것은 15세기 때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신씨의 집은 안채와 사랑채, 문간채, 사당 등 11동으로 구성된 대규모 저택으로 지난 1988년 전남도 민속문화재 제26호로 지정됐다.

신 씨는 “명절이면 조상을 위한 차례를 지내기 위해 햇과일과 햇나물 등을 준비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쁘지만 그래도 행복하다”며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물려준 전통문화가 내 손자와 그 아래 손자까지 끊기지않고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주=조대봉 기자 [email protected]
영광=김도윤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