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은 빨리도 오건만” 명절이 더 쓸쓸한 사람들

복지관 직원이 유일한 손님인 홀몸노인
취업난 속 청년들은 귀성길 대신 학원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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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앞두고 최근 광주북구노인종합복지관 생활관리사가 홀몸노인을 찾아 안부를 건네고 있다. 광주북구노인종합복지관 제공 편집에디터
추석 연휴를 앞두고 최근 광주북구노인종합복지관 생활관리사가 홀몸노인을 찾아 안부를 건네고 있다. 광주북구노인종합복지관 제공 편집에디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있지만 모든 이가 풍성하고 즐거운 것은 아니다. 찾아주는 사람이 사회복지관 직원뿐인 홀몸노인들은 지난해처럼 올해 역시 쓸쓸한 명절을 보내야 한다. 또 예년보다 이른 추석에 하반기 공채 시기가 겹친 취업준비생들은 귀성길 대신 학원행을 택하기도 했다.

●명절이 쓸쓸한 홀몸노인

“어르신, 추석 연휴 동안 끼니 거르지 마시고요.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저한테 바로 연락하셔야 해요.”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10일 광주 북구에 사는 홀몸노인 김모(81)씨에게 관내 노인종합복지관 직원이 건넨 말이다. 올해 추석 김씨를 찾는 손님은 복지관 사회복지사와 생활관리사뿐이다.

미국에 이민을 간 아들 얼굴을 못 본 지도 수년째, 뜸한 안부 전화로는 목소리도 곧 잊을 것 같다. 며칠 전 걸려온 수개월만의 전화에 반길 새도 없이 아들은 ‘추석 때 바빠서 못 간다’고 못 박았다. 올 추석도 홀로 쓸쓸히 보낼 걱정에 김씨의 마음은 한없이 헛헛하다.

그나마 복지관 직원들이 최근 쌀과 참치통조림을 가져다줘 잠시나마 명절 분위기를 느꼈다. 복지관 사회복지사와 생활관리사는 매주 방문 1회, 전화 2회를 통해 김씨의 안전과 건강상태 등을 확인해주고 있다. 직업이니 그러겠거니 싶어도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이 든다는 게 김씨의 얘기다.

김씨는 “자식보다 더 자주 보고 연락하는 복지관 직원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버텼을까 싶다. 명절 동안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하라는데, 그들도 가족과 시간을 보내야 할 테니 쉽게 못 할 것 같다”면서 “우리같이 혼자인 노인들한테는 연휴가 긴 것도 독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광주 북구에만 김씨와 같은 처지의 홀몸노인이 1612명에 달한다. 명절 기간에는 식료품 지원이나 방문관리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앞서 쌀과 떡, 계란, 전 등이 지원됐다.

광주북구노인종합복지관 관계자는 “연휴 기간 홀몸노인들이 무사히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구청과 연계해 보호 대책을 추진 중”이라며 “그렇다 한들 가족 없이 홀로 추석을 보내야 하는 노인들의 쓸쓸함까지는 위로할 수 없어 안타까움이 크다”고 말했다.

●귀성길 대신 학원행

구직 활동에 여념이 없는 취업준비생들에게도 들뜬 명절 분위기는 온데간데없다. 더욱이 올해는 이른 추석 연휴에 하반기 공개채용 시기가 겹쳐 귀성 대신 학원을 찾는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유선아(29·여)씨는 이번 추석 연휴 기간 ‘입사지원서’ 작성에 매진할 작정이다.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다시 취업 전선에 뛰어든 건 결혼과 출산을 마음먹게 되면서였다. 적어도 ‘육아 휴직’ 쯤은 눈치 보지 않고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는 게 절실해져서다.

바늘구멍처럼 좁은 취업 문에 번번이 탈락의 쓴맛을 경험하고 있는 유씨에게 이번 명절은 그다지 반갑지 않다.

가족들에게 아직 퇴사 소식을 알리지 않은 데다, 구직 기간이 길어지면서 초조함만 더해가는 실정이다. 이 와중에 예년보다 추석이 일러 하반기 공채 시기와 겹친 것도 귀성을 포기하는데 요인이 됐다.

중등교사 임용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권지영(26·여)씨도 같은 처지다. 오는 11월께 치를 시험에 대비해 가족들과 추석 명절을 보내는 대신 수험서와 씨름할 계획이다.

권씨가 다니는 고시학원은 이 기간 휴강하지만, 자습실은 활짝 열려있다. 권씨처럼 집에 가지 않고 남아 공부하는 수험생들을 위해서다. 작년 추석에는 식당이 대부분 문을 닫아 편의점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올해도 그럴 생각에 벌써부터 서글프다는 게 권씨 얘기다.

가족과 친척들이 안부처럼 건네는 ‘잘하고 있지?’라는 한마디도 권씨가 귀성길을 주저하는 이유가 됐다.

그는 “머리로는 아는데 막상 듣는 순간부터 혼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구도 질책하는 사람은 없지만, 내게는 아직 명절의 즐거움을 누릴 자격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며 고개를 떨궜다.

김정대 기자 [email protected]
곽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오선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