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한의 동시대미술 수첩 >동시대미술의 눈으로 디자인을 바라보다.

장민한 (조선대학교 교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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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l.Room-kissmiklos(헝가리) 편집에디터
Ball.Room-kissmiklos(헝가리) 편집에디터

광주의 대표적인 문화예술행사인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지난주에 개막했다. 짝수 년에는 광주비엔날레 전시가, 홀수 년에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전시가 차례로 개최된다. 언뜻 보면 두 전시는 차이점이 없는 것처럼 보지만 그것이 제시하고자 하는 점은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두 전시의 차이점을 알게 되면 동시대미술의 특성은 물론이고, 오늘날 디자인이 추구하는 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순수 미술과 공예, 디자인이 역사적으로 어떤 관계를 맺고 발전했는지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각각 다른 목표를 추구하는 동시대미술과 디자인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갖도록 해보자.

오늘날 디자인은 심미성을 넘어서 삶의 의미를 전달하는 매개체이다

동시대미술의 가장 큰 특징을 꼽자면, 과거와 달리 무엇이든지 미술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미술은 제각기 주장하는 바가 있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일상용품서부터 타인의 이미지까지 어떤 대상 혹은 이미지도 차용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디자인 제품도 당연히 동시대미술의 표현 매체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창작 행위의 측면에서 미술과 디자인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순수 미술은 주제 선택에서 자유롭다는 점에서 디자인과 다르다. 디자인은 특정한 실용적인 목표가 있고, 이것을 어떻게 제작하는 것이 그 기능에 적합하면서 심미적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이에 반해 순수 미술은 자유롭게 주제를 선택하여 그 주제를 효과적으로 소통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만약 작가가 나타내려는 주제가 부정적인 것이라면 심미적일 필요가 없다. 낯설고 추한 형태로 자신의 주제를 표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도 있다.

순수 미술이 미적인 것을 추구하는 시대가 있었다. 서구 르네상스 이후 순수 미술과 공예를 구분해야 한다는 의식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순수 미술은 과학과 마찬가지로 고차원적 가치를 추구하는 데 반해, 공예는 실용적인 기술에 불과하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세계의 진리를 눈에 보이도록 그려내는 것이 ‘미’이고, 이 ‘미’를 추구하는 활동이 바로 순수 미술이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 후 19세기 사진기가 발명되면서 자연의 생생한 모방으로서의 ‘미’는 ‘조형성’이라는 미적 성질로 대체된다. 현대미술 시기에 순수 미술의 목표는 다양하게 주장되었지만, 그 시기의 지배적인 이론은 지금 언급한 형식적인 미적 가치를 최고의 미술 가치로 설명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19세기 순수 미술가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의 미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삼게 된다.

디자인 개념이 새롭게 등장하게 된 것도 이때이다. 산업혁명 이후 가구, 생활용품 등이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고 되고, 그에 따라 제품 표준화에 대한 요구가 생기면서 그 제작 원리로서 디자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삶과 미술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고 믿었던 아방가르드 미술가는 대량 생산 제품에서도 미적인 요소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기존 수공예품에서 보이는 장식적인 요소를 과감하게 제거하고, 그 기능에 충실한 단순한 형태의 디자인을 선호하게 된다. 이러한 디자인 이념을 자리 잡게 된 것이 바로 20세기 초 독일 바우하우스의 작업 덕분이다. 이 시기에는 순수 미술이나 디자인 작업은 모두 작가 자신만의 고유한 미적 가치를 구현하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믿고 있었다. 실제로 이러한 믿음에 따라 당시 미국 대표 미술관인 모마에서도 ‘현대미술과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미술 작품과 디자인 제품 양자를 함께 선보이는 전시가 개최되곤 했다.

그 당시 디자인 이념의 변화는 순수 미술의 변화와 그 괘를 같이 한다. 60년대 미니멀리즘과 팝아트에 이르러서는 형식적인 미적 가치보다 다양한 주제의 소통이 더 중요해진 것처럼, 디자인의 영역에서도 모던 디자인이 비판을 받으면서 포스트모던한 경향의 디자인으로 변화된다. 동시대미술과 마찬가지로 디자이너는 디자인 작품 속에 문화적 요소를 담아 소비자들과 소통을 시도한다. 제품의 기능에 충실하면서 디자인을 통해 무언가를 주장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동시대 미술과 닮았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디자인 작업은 기능성에 기반을 둔 미적인 요소를 살리면서도 동시에 특정 사회적 가치를 전달하려는 방향으로 발전되고 있다. 이제 디자인은 제품을 넘어서 삶의 의미를 소통시키는 ‘문화적 매개체’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살펴보자. 이번 전시의 제목은 <휴머니티: 사람 사는 세상, 따뜻하게>이다. 전시 제목을 보면 이 전시가 추구하는 주제가 무엇인지 가늠해볼 수 있다. ‘휴머니티'(Humanity)는 인간다움을 의미한다. 전시 기획자는 이와 더불어 이 용어를 ‘Human’과 ‘Community’의 조합으로 읽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 제목은 ‘인간다움’과 ‘인간 공동체’라는 중의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전시를 통해 전시 기획자는 오늘날 디자인이 ‘인간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인간 공동체’를 추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전시는 특별 전시를 제외하고 본 전시 5개 섹션으로 이루어져있다. 첫 섹션에서는 사람 공동체의 따듯함을 느낄 수 있는 네 개의 대형 설치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강이연 작가의 <자각몽>, 정인 작가의 <휴머니티 2.> 키스 미클로스의 <볼룸 헬로 이모그램> 등의 작품에서 인간 공동체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섹션에서 선보인 작품들은 디자인 작품이라기보다 동시대미술 작품에 더 가깝다. 이 섹션을 통해 타인을 배려하는 인간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모더니즘 디자인의 산실인 독일 바우하우스 설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그 당시의 대표 작품과 아카이브를 전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현시대의 바우하우스의 의미를 재해석한 디자이너 14개 팀이 제작한 디자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우리 사회의 공동체를 위한 주거 공간을 22곳의 공동생활 프로젝트 모형으로 제시하고 있다. 세 번째 섹션은 기업관 전시로서 조명, 가방, 의자, 스피커 수제 자동차, 첨단 자동차 등의 혁신적인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눈에 띠는 설치 작업으로는 스티브 잡스가 제작에 참여했던 초기 애플 컴퓨터에서 맥북에 이르기까지 그의 디자인의 세계를 시기별로 보여주는 디자인 제품들이 있다. 네 번째 섹션에서는 이번 전시 주제에 적절한 의료서비스 디자인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디자인 사례가 눈에 띈다. 마지막 섹션에는 광주의 산업, 문화를 제시하는 디자인 콘텐츠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전시 감상에서 기대하는 것은 기획자의 의도한 스토리텔링을 이해하고 실제로 그 의도대로 전시가 적절히 구성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전시 감상 후에는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통찰을 얻기를 기대하고 있다. 디자인 전시도 마찬가지이다. 이 전시에서 추구하는 바, 다시 말하면 디자인이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공동체’로 다가가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이 전시를 통해 강화될 수 있으면 성공한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장민한 (조선대학교 교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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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관-일광전구생산기계 편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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