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4세 아동 위한 회복·성장프로그램 시작된다

광주 ‘이주민종합지원센터 함께’ 아산재단 공모 선정
학교서 소외받고 가정불화 겪는 고려인 아동 대상
심리치료·공부방 운영 등… 각계 전문가 십시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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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광산구 월곡동 '이주민종합지원센터 함께' 공부방에서 고려인 4세 아동들이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주민종합지원센터 함께 제공 편집에디터
광주 광산구 월곡동 '이주민종합지원센터 함께' 공부방에서 고려인 4세 아동들이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주민종합지원센터 함께 제공 편집에디터

학교에서 소외받고 가정에서는 부모로부터 방치되고 있는 고려인 4세 아동들을 위한 심리회복·성장 프로그램이 광주에서부터 첫발을 내딛는다.

5일 광주 ‘이주민종합지원센터 함께'(이하 이주민종합지원센터)에 따르면, 최근 아산사회복지재단의 공모 사업에 선정돼 총 9000여만원의 지원금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이주민지원센터 측이 제출한 사업은 고려인 4세 아동의 한국사회 정착과 적응을 위한 회복·성장 프로그램이었다.

광주 광산구 월곡동에는 현재 4000여명의 고려인이 거주하고 있다.

이 중 1000명 가량이 고려인 4세 아동·청소년으로 파악된다. 현행 재외동포법은 국·내외 재외동포 중 3세까지만을 우리의 동포로 인정하고 있다. 이들 고려인 4세들은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해 불이익을 받는 게 현실이다.

설상가상으로 고려인 아동들은 한국사회 부적응에 따른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다. 학교에 가서는 언어의 장벽으로 소외돼 자존감을 잃어가고 있으며, 무엇보다 한국에서의 열악한 삶은 고려인 가정의 해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결손은 경제적 문제로 이어져 아동이 방치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전득안 이주민종합지원센터 대표는 “초등학생에 해당되는 고려인 4세들은 돈을 벌러온 부모와 함께 한국에 왔다가 사실상 방치되는 형국이다. 학교에서는 언어의 장벽 등으로 소외되고, 일에 지친 부모들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존재한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것이 바로 당초 공부방 운영을 통해 인근 고려인 아동을 돌봐오던 이주민종합지원센터 측이 최근 아산재단의 공모에 지원한 배경이다. 더 많은 아이들을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돕기 위해서다. 현장에서 느낀 문제점과 센터가 추진하려는 사업의 차별성을 인정받아 결국 공모 선정에 성공했다.

프로그램 내용을 들여다 보면 선정된 게 충분히 수긍이 간다. 대다수 이주민 지원이 한국어 교육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반해, 이주민종합지원센터 함께 측은 고려인 아동들이 한국사회에서 겪는 심리적 문제에 주목했다. 이와함께 각계 분야 전문가들이 프로그램 진행 참여에 선뜻 동의해줘 양질의 교육이 가능하게 됐다.

우선 심리회복 프로그램은 음악과 놀이, 댄스, 연극 등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식이다. 전남아동보호전문기관과 광주소년원 등지에서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심리치료에 나서고 있는 광주 우리마음연구소 심리상담센터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심리전문가들은 아동 뿐 아니라 고려인 부모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부모·자녀 간 관계개선을 통해 아이들이 방치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연극의 경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연극예술아카데미(SPBGATI)에서 학사 및 석사를 마친 강경윤씨가 맡기로 했다. 러시아어를 공용어로 쓰는 중앙아시아 특성상 고려인 아동들과 소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강씨는 과거에도 한국어 자원봉사자 활동을 펼치는 등 이주민 문제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매달 1회 멘토링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광주지역 대학 내 사회복지·상담심리 관련 학과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고려인 아이들에게 한국사회에 정착하며 장래의 꿈을 키워나갈 수 있게끔 이끌 계획이다. 이 밖에 아이들의 자존감 향상을 위해 모국인 한국의 역사를 교육하고, 진로탐색 교육을 진행하게 된다.

한국어 교육도 이뤄진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활동했던 김나탈리아씨와 러시아 한국영사관 비서 경력을 지닌 김조야씨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유명 사고력 전문 교육기관인 ‘지혜의 숲'(사단법인 파랑)의 지원을 받아 매주 이틀 정도 수준급의 교육도 진행된다.

전 대표는 “수년 전에는 고려인 부모들이 자녀를 이주민들만 모인 학교에 보내려 했지만, 지금은 한국인 아이들과 같은 곳에 보내고 싶어 한다. 이는 자녀들이 한국사회에 정착하기를 바라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여겨진다”면서 “고려인 동포의 자녀들이 우리사회에 안착할 수 있도록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정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