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홍승의 클래식 이야기>클래식 공연기획자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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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남도국제음악제 세계연합오케스트라 편집에디터
2019남도국제음악제 세계연합오케스트라 편집에디터

어느 날 음악을 전공하고 유학까지 마친 후배가 찾아와 이 분야로의 전직(轉職)을 하고 싶으니 도와달라고 찾아왔다. 밖에서 보기에는 이 직업이 그럴싸해 보이는 모양이다. 나는 1년 전쯤에 클래식 기획자에 관한 칼럼을 한번 쓴 적이 있었는데 사실 그때는 진짜 하고 싶은 말, 꼭 해줬어야 했던 말들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뭐라고 굳이 이 분야를 선망하는 후배들의 사기를 꺾거나 부정적인 선입견을 주고 싶지 않아서 조심했던 것도 있었다.

이 분야에 진지하게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란 음대 졸업을 앞둔 학생 또는 연극, 발레, 뮤지컬 등의 공연 예술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프로 예술가들, 본래의 전공과는 무관하나 공연예술에 매료되어 직접 공연예술을 기획해 보고 싶다는 욕구를 지닌 사람들, 그리고 아예 처음부터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비즈니스 적 측면에서 접근하려는 이들까지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이 분야는 겉보기와는 달리 상당한 직업적 소질과 전문성이 요구 되는 복잡한 영역이고 수익 창출 또한 매우 어려운 사업이다. 거기에 시대 상황 등에 따르는 ‘운'(運)이라는 것 또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로 작용하는, 그러니까 한마디로 대단히 리스크(risk)가 높은 분야다.

클래식 공연 기획을 통한 기대 목적으로는 순수한 예술적 미와 진리의 추구, 관객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음악 예술 공연의 실현 등 이상적인 것들이 있겠지만 한편으로 그러한 공연물을 주최, 주관하는 클래식 매니지먼트사의 최종 목적은 당연히 이윤 추구일 것이다. 이렇게 이상(理想)과 비즈니스 가 공존하는 모순되는 목적 속에서도 결국에는 양쪽 모두에게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 합의점을 찾아내는 작업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이상과 현실이 충돌했을 때 이상은 숭고(崇高)하기는 하나 비천(卑賤)한 현실을 절대로 이겨내지 못한다.

클래식 공연 기획자들에게는 요구되는 것들

클래식 공연 기획자들에게는 요구되는 것들이 있다. 먼저 본인 스스로가 클래식 음악을 이해하고 공연에 진심으로 감동 되고 있는가? 단순히 클래식음악만이 아니고 장르를 초월하는 보다 포괄적인 미적 센스는 있는가? 지금처럼 글로벌한 세상에 적응해 나갈 수 있을만한 국제성, 어학능력, 순발력과 창의력, 시대감각을 갖추고 있는가? 일하고자 하는 지역, 관객, 연주자들, 수많은 관련 업계 종사자들과의 소통 능력이 있는가? 클래식 기획자들이 반드시 갖추어야할 스킬중의 하나는 바로 외국어 구사능력이다. 일 하고자하는 해당 국가의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며 반대로 통역을 대동해야만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인 경우 처음부터 불리하다는 뜻이다. 통역을 사용해서 상대방을 설득시키고 미묘한 상황들을 해결하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또 공연 진행을 위해서는 수많은 계약들이 성립되지만 여러 가지 사유에 의해 계약의 내용들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법적인 판단을 할 수밖에 없는 때가 아주 많다는 뜻이다. 일본의 ‘카지모토’나 영국의 ‘IMG’같은 세계적인 클래식 매니지먼트 회사에 여러 나라의 외국어 구사가 가능한 직원들과 변호사들이 필수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바로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클래식 매니지먼트사는 봉사단체가 아니며 당연히 그 경영자도 보이스카웃(Boy Scout)이 아니다. 비정한 비즈니스 의 세계에서는 순간적인 감(感)과 판단, 결단력 등이 클래식 공연 기획자에게 특별하게 요구되는 덕목이기도하다. 현실은 마치 정글과 같다. 한국 영화중에 나온 대사다. “사람을 믿지 말고 상황을 믿어라!” 너무나 적절한 표현이다. 상당히 오래 전 국내 모 국립대교수들이 일본 도쿄(Tokyo)에서 음악회를 열고 싶으니 적당한 콘서트홀을 급하게 예약해주라는 의뢰를 하였다. 도쿄는 세계 3대 클래식 시장으로 거의 매일 세계 초일류 오케스트라, 발레단, 오페라단, 솔리스트들의 공연이 열리는 곳이다 보니 도쿄 안에 있는 콘서트홀을 예약하려면 적어도 2,3년 전부터 서둘러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어쨌든 나는 국립대 교수들이라는 그들의 사회적 지위와 신분을 신뢰했었고 이 부탁을 크게 무리해서 들어주었다. 그런데 불과 며칠도 안 되서 갑자기 극장 대관을 취소하겠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교수회의 때 반대의견을 낸 교수들과 말다툼이 생겨서 외국에서의 음악회자체를 취소하기로 했단다. 도쿄 어느 프로 오케스트라의 이름을 차용하여 너무나 어렵게 예약했던 콘서트홀은 끝내 사용되지 못했고 연주 홀의 대관을 위해 이름을 빌려준 오케스트라는 그 후 대관이 제한되는 패널티(penalty)까지 받았다. 일이 그 지경이 되고 있는데도 그 사람들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선 지급된 대관료도 끝까지 지불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공식적으로 어떠한 사과의 입장표명도 하지 않고 무작정 시간만 끌고 있었다. 나는 모든 손해를 감수하고 오로지 원만한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이 원칙만은 확실히 세우게 된 것 같다. ‘절대 사람을 믿지 말고 상황을 믿어라. 어떤 사람의 사회적 평가나 지위는 계약서 한 장보다 의미가 없다.’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 기간 중 열릴 예정이던 대규모 클래식 공연에는 세계 톱클래스 오케스트라인 ‘로열콘세르트허바우’ 멤버 십 여명을 포함하여 베를린 필, 뉴욕 필, NHK교향악단,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멤버들까지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 수 십 여명이 연합오케스트라의 구성을 위해 내한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바로 그때 ‘메르스’ 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수 십 명의 사망자까지 발생하기 시작하자 이 음악회는 도리 없이 갑자기 취소될 수 밖에 없었고 해외 연주자들을 위해 미리 끊어두었던 환불불가 비행기표(non-refundable ticket)들과 계약금까지 엄청난 돈은 모두 허공으로 사라졌다. 일본과 중국이 영토분쟁으로 한참 시끄러울 때의 일이다. 도쿄공연이 예정 되어있던 중국의 어느 오케스트라가 음악회 이틀 전에 일방적으로 공연을 취소한 적이 있었는데 이경우도 마찬가지로 예매되었던 표들은 전부 환불을 해줘야했고 미리 지출되었던 홍보비, 마케팅 비용 등 선 지출된 모든 필요 비용들은 단 한 푼도 회수할 수 없었다. 사회에서는 잘 작성된 참신한 기획서나 제안서들의 상당수가 업무 담당자들의 서류더미 위에 쌓여 있다가 최종 결재권자의 책상에 올라가 보기도 전에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고 마는 경우도 많다. 제안서를 심사하는 그들에게는 매일같이 수 도 없이 많은 e-메일과 기획서 들이 밀려 들어온다. 좀 더 툭 까놓고 말하자면 대부분의 경우 이들에게 관심이 있는 것은 오직 윗선에서 밀고 있는 기획사가 어디냐는 것 뿐 이다. 다음은 클래식공연에서 중요한 수입원이 되는 티켓 판매와 후원업체 발굴에 관한 것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클래식공연 스폰서(후원)회사들은 실은 순수한 무상 후원이라는 개념보다는 할인 티켓의 대량구매처라는 사실과 그나마 평소에 실무자들과의 적절한 인맥구성을 해놓지 못한 경우 이것도 하늘의 별따기라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안타깝고 비정하지만 이게 정글의 법칙이고 현실이다.

나는 클래식 기획의 핵심을 국내외 음악예술 인적자원들의 유통이라고 본다. 홍보나 마케팅은 이 유통구조의 일부다. 섣부른 회사 창업 보다는 먼저 어느 예술 관련 기관이나 회사에서 일을 배우면서 자기개발을 하다보면 클래식 시장의 유통에 관한 감(感)을 조금이나마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이후에 독립하기를 권하고 싶다. 요즘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클래식 팬들의 평균연령이 대단히 젊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미래를 기대 할 수 있다는 뜻이므로 여기에 희망을 가지고 장기적 관점에서 준비해주기를 바란다. 클래식의 본고장 유럽을 비롯하여 거대한 클래식 시장인 미국, 일본의 경우도 관객들의 평균연령은 이미 상당히 높다. 나는 향후 세계 클래식의 주요시장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로의 이동을 예상 한다.

클래식 기획자는 그저 열심히 한다고 해도 많은 돈을 벌수 있는 것도 아니고 높은 사회적 지위나 권력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때론 도무지 예측할 수 없었던 어떤 운명적인 흐름에 의해서 모든 수고의 끝이 너무나 허망(虛妄)할 수 도 있다. 그것까지도 모조리 감수하겠다는 각오와 결심이 섰다면 클래식 공연 기획자로서의 최소한의 기본적인 자질 중 하나 ‘배짱’은 갖추고 있는 셈이다. 나는 이 직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신중한 선택을 하라는 의미로 이 지면에는 일부러 실패한 사례나 부정적인 면을 더욱 부각시켜 쓰긴 했지만 아주 어려운 공연을 기획해서 성공해냈을 때, 수많은 관객들이 감동하고 환호하는 반응을 보게 되었을 때 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보람과 희열이 보상으로 따르지 않겠는가. 그러나 가끔 그렇다하더라도 다시 말하지만 클래식 공연기획자의 길은 출세와 영광의 길은 아니다. 오히려 늘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야하는 고통스럽고 외로운 길이다. 그 속에서 보일 듯 보이지 않는 길을 끊임없이 찾아야하는 것이 바로 프로 기획자들의 지난(至難)한 업(業)이다.

“소리에 놀라지 않은 사자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흙탕물에도 더러워지지 않는 연꽃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가라.”

<불교경전 '숫타니파타' 中>

애니메이션 음악회. 사진출처:https://www.google.co.kr/search?biw=1920&bih=862&tbm=isch&sa=1&ei=pmlwXb71LsS4mAXZi4mIDw&q=%ED%9E%88%EC%82%AC%EC%9D%B4%EC%A7%80+%EC%A3%A0+%EC%95%A0%EB%8B%88%EB%A9%94%EC%9D%B4%EC%85%98+%EC%9D%8C%EC%95%85%ED%9A%8C&oq=%ED%9E%88%EC%82%AC%EC%9D%B4%EC%A7%80+%EC%A3%A0+%EC%95%A0%EB%8B%88%EB%A9%94%EC%9D%B4%EC%85%98+%EC%9D%8C%EC%95%85%ED%9A%8C&gs_l=img.3...2436.2906..3092...0.0..0.109.319.0j3......0....1..gws-wiz-img.z3F6rZdxwcI&ved=0ahUKEwi-4PPAyLjkAhVEHKYKHdlFAvEQ4dUDCAY&uact=5#spf=1567648170864 편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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쉔부른 궁전 여름음악회. 뉴시스 편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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쉔부른 궁전 여름음악회. 사진출처:https://www.google.co.kr/search?biw=1920&bih=862&tbm=isch&sa=1&ei=qmlwXYqTOIOUr7wPyaiPqAg&q=%EC%89%94%EB%B6%80%EB%A5%B8+%EA%B6%81%EC%A0%84+%EC%9D%8C%EC%95%85%ED%9A%8C&oq=%EC%89%94%EB%B6%80%EB%A5%B8+%EA%B6%81&gs_l=img.1.6.0l2j0i24l6j0i5i30l2.110249.115035..118028…2.0..0.143.3403.6j26……0….1..gws-wiz-img…..0..0i10i24.Irji6si2O68#spf=1567648289925 편집에디터
홀리우드 볼 LA필하모닉 스타워즈 음악회. 사진출처:https://www.google.co.kr/search?tbm=isch&q=%ED%97%90%EB%A6%AC%EC%9A%B0%EB%93%9C+%EB%B3%BC+%EC%9D%8C%EC%95%85%ED%9A%8C&chips=q:%ED%97%90%EB%A6%AC%EC%9A%B0%EB%93%9C+%EB%B3%BC+%EC%9D%8C%EC%95%85%ED%9A%8C,online_chips:%ED%95%A0%EB%A6%AC%EC%9A%B0%EB%93%9C%EB%B3%B4%EC%9A%B8&sa=X&ved=0ahUKEwixpdqcyLjkAhXTxYsBHcmoBDYQ4lYIMSgI&biw=1920&bih=862&dpr=1#spf=1567648118817 편집에디터
홀리우드 볼 LA필하모닉 스타워즈 음악회. 사진출처:https://www.google.co.kr/search?tbm=isch&q=%ED%97%90%EB%A6%AC%EC%9A%B0%EB%93%9C+%EB%B3%BC+%EC%9D%8C%EC%95%85%ED%9A%8C&chips=q:%ED%97%90%EB%A6%AC%EC%9A%B0%EB%93%9C+%EB%B3%BC+%EC%9D%8C%EC%95%85%ED%9A%8C,online_chips:%ED%95%A0%EB%A6%AC%EC%9A%B0%EB%93%9C%EB%B3%B4%EC%9A%B8&sa=X&ved=0ahUKEwixpdqcyLjkAhXTxYsBHcmoBDYQ4lYIMSgI&biw=1920&bih=862&dpr=1#spf=1567648118817 편집에디터
홀리우드 야간 음악회. 사진출처:https://www.google.co.kr/search?tbm=isch&q=%ED%97%90%EB%A6%AC%EC%9A%B0%EB%93%9C+%EB%B3%BC+%EC%9D%8C%EC%95%85%ED%9A%8C&chips=q:%ED%97%90%EB%A6%AC%EC%9A%B0%EB%93%9C+%EB%B3%BC+%EC%9D%8C%EC%95%85%ED%9A%8C,online_chips:%ED%95%A0%EB%A6%AC%EC%9A%B0%EB%93%9C%EB%B3%B4%EC%9A%B8&sa=X&ved=0ahUKEwixpdqcyLjkAhXTxYsBHcmoBDYQ4lYIMSgI&biw=1920&bih=862&dpr=1#spf=1567648118817 편집에디터
홀리우드 야간 음악회. 사진출처:https://www.google.co.kr/search?tbm=isch&q=%ED%97%90%EB%A6%AC%EC%9A%B0%EB%93%9C+%EB%B3%BC+%EC%9D%8C%EC%95%85%ED%9A%8C&chips=q:%ED%97%90%EB%A6%AC%EC%9A%B0%EB%93%9C+%EB%B3%BC+%EC%9D%8C%EC%95%85%ED%9A%8C,online_chips:%ED%95%A0%EB%A6%AC%EC%9A%B0%EB%93%9C%EB%B3%B4%EC%9A%B8&sa=X&ved=0ahUKEwixpdqcyLjkAhXTxYsBHcmoBDYQ4lYIMSgI&biw=1920&bih=862&dpr=1#spf=1567648118817 편집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