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우리가 지킨다” 파랑새 원룸타운 지킴이

평균 연령 70대, 상무1동 원룸 건물주 모여 방범 활동
서부서, 방범 활동 자문위원·경광봉 등 물품 적극 지원
“안전 위해 민·관 협력…방범 활동만으로도 범죄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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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광주 서구 상무1동 오월어린이공원에서 파랑새 원룸타운 지킴이 방범 대원들이 순찰을 마치고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
지난달 29일 광주 서구 상무1동 오월어린이공원에서 파랑새 원룸타운 지킴이 방범 대원들이 순찰을 마치고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

“선생님, 여기서 주무시고 계시면 안 됩니다. 저희랑 같이 지구대로 가시죠.”

지난달 29일 오후 9시. 노란색 조끼를 입은 노인들이 어두운 공원 한구석에서 잠이 든 노숙인에게 다가갔다.

이들은 역할이 나뉘어 있는 듯 한 사람은 노숙인에게 말을 걸고, 다른 한 사람은 인근 지구대에 전화를 걸어 지원을 요청하는 등 차분하게 대처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노숙인을 안전하게 지구대로 인계한 이들은 광주 서구 상무1동 원룸촌에서 순찰을 하던 ‘파랑새 원룸타운 지킴이’ 방범대원들이었다.

최근 1인 가구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원룸 밀집 지역 치안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파랑새방범대가 활동하는 서구 상무1동 5·18공원 맞은편 원룸타운은 특히 여성 1인 가구가 많이 살고 있는 곳으로, 지자체에서 여성안심구역으로 지정한 곳이기도 하다. 바로 이곳에서 지역 최초로 원룸 건물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방범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이날 경찰과 함께 첫 합동순찰을 벌인 파랑새 방범대는 평균연령 70세의 지긋한 고령 대원들로 이뤄져 있지만, 입주민들의 안전과 안전한 동네를 만들기 위한 의지는 나이를 불사했다.

파랑새 원룸타운 지킴이의 방범대장을 맡은 손영욱(73·서구 쌍촌동)씨는 “우리 동네를 우리가 지켜야지 누가 지키겠나. 요즘 사건이 많아서 혼자 사는 분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는데, 경찰이 매시간 순찰을 할 수 없으니 우리라도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평생 살아온 동네라서 누구보다 구석구석 알고 있기 때문에 순찰에도 자신이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15여명의 대원으로 구성된 파랑새 원룸타운 지킴이 방범대는 취약시간인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3인 1조로 방범 활동을 펼친다.

대원들은 순찰 중 위험 사항이 발생하면 즉시 지역 관서에 신고하는 역할과 함께 혼자 귀가하는 여성과 골목길을 동행하기도 하고, 고장 난 가로등이나 CCTV, 방범창 등은 없는지 살펴 지자체와 경찰에 전달하는 등 임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의 존재 자체가 중요한 이유는 노란 조끼와 붉은 경광봉을 들고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는 것만으로도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으로 구성된 방범대원들에게 순찰 준수사항과 행동 대응 등을 안내하는 신언창 광주지방경찰청 자율방범 자문관은 “사실 자율방범대는 범죄를 적발하거나 검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예방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실제로 경광봉은 100m, 200m 앞에서도 불빛이 반짝이는 것이 보이기 때문에 가시적인 방범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방범 활동에 동참한 조영철 서부경찰서 생활안전계장도 “이분들이 순찰을 하고 있다는 것을 주민들이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으로 더 주의하거나 안심할 수 있다”며 “파랑새 원룸타운 지킴이를 통해 그동안 우범지역으로 인식됐던 상무1동이 가장 안전한 지역으로 탈바꿈해 방범 활동의 모델 지역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첫 합동순찰을 맞아 관할서인 서부서는 대원들에게 우수방범대 경찰서장 감사장을 수여, 경광봉 20여개 등 장비를 지원했다.

후미진 골목부터 어두운 공원 한켠까지 동네 구석구석 돌아본 파랑새 방범대원들이 순찰을 마친 시간은 오후 10시. 늦은 시간이었지만 힘든 기색보다는 뿌듯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다음 순찰 일정에 대한 회의를 나눴다.

공원에서 대원들의 모습을 한참 바라보던 박정은(17)양은 “학교가 근처여서 이쪽 골목길로 자주 다니는데, 밤에는 많이 어둡기도 하고 술 드신 분들도 많아서 무서운 적이 많았다”고 말하며 “이렇게 어른들이 방범 활동을 하신다고 하니까 고마운 마음이 크고 확실히 안심이 되는 것 같다”며 반가움을 드러냈다.

자연스럽게 대원들은 늦은 시간 귀가하는 여학생을 집까지 데려다주는 것으로 첫 합동 순찰의 마지막 일정을 끝마쳤다.

방범대원 최인호(78·서구 쌍촌동)씨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주민분들도 그냥 지나쳐갈 것을 다시 한번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며 “지금 우리가 하는 활동은 작은 것일지라도 애정을 가지고 꾸준히 살핀다면 꼭 안전한 동네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광주 서구 상무1동 원룸촌 일대에서 파랑새 원룸타운 지킴이 방범 대원이 늦은 시간 귀가하는 여학생과 동행하고 있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
지난달 29일 광주 서구 상무1동 원룸촌 일대에서 파랑새 원룸타운 지킴이 방범 대원이 늦은 시간 귀가하는 여학생과 동행하고 있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