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일의 ‘색채 인문학'(19) 빨간색과 외국기업-2

자동차 페라리 엠블럼의 빨간색은 다혈질인 이탈리아 국민성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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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와 엠블럼

자동차 페라리(Ferrari)의 엠블럼 색채는 녹색, 하양, 빨강 3가지 색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색들은 이탈리아 국기인 일 트리클로레(Il Tricolore)와 동일하다. 또한 국기에서 초록은 희망을, 하양은 신뢰를, 빨강은 사랑을 의미한다. 그러나 페라리 엠블럼의 빨간색은 다혈질인 이탈리아 국민성을 반영하고 있다.

스포츠카의 대명사인 페라리 창업자는 엔초 페라리(Enzo Ferrari)라는 사람으로 알파 로메오의 레이싱 팀의 드라이버였다. 1931년에 등장한 페라리의 엠블럼(두 앞발을 들고 있는 말)은 바카라의 말(‘Baracca’s Cavallino)로 불렀으며, 이 말은 제1차 세계대전 때 이탈리아 최고의 파일럿으로 활약하다가 1918년 세상을 뜬 ‘프란체스코 바라카(Francesco Baracca)’의 전투기에 그려져 있던 그림이다. “말 그림은 원래부터 검정색이었고, 바탕색으로 쓰인 노랑은 페라리가 태어난 이탈리아 모데나(Modena)의 상징 색이었다.”

페라리는 대부분 창업자와 지명을 사용하고 있다. 페라리 테스타로사는 이탈리아로 ‘빨간색 머리카락’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빨간색의 헤드커버(head cover)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자동차 페라리 엠블럼. 편집에디터
자동차 페라리 엠블럼. 편집에디터

색채와 자동차

20세기 초 국제자동차공인클럽협회(AIACR)는 국가별로 색깔을 정했다. “다혈절적인 국민성을 반영한 이탈리아는 빨간색이고, 역시 이탈리아 경주용 자동차 페라리도 모두가 빨간색이다. 독일은 하양에서 은색으로, 영국은 녹색으로, 영국의 유명한 자동차 재규어(Jaguar)의 전형적인 색은 ‘레이싱 그린(racing green)’이다. 프랑스는 파랑을, 네덜란드는 주황색이다.”

롤스로이스(Rolls Royce) 자동차는 영국귀족의 아들인 롤스와 방앗간 집의 아들인 로이스가 합작한 회사이다. 롤스(1910년에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와 로이스(1934년에 과로사로 사망)가 죽자 후계자들은 유명(幽冥)한 ‘RR’ 문자의 색깔을 빨간색에서 검정색으로 바꾸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창업자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서다.

자동차의 선호색은 각 지역의 환경, 빛의 강약, 온도, 습도, 생활 패턴에 따라 선호도 차이가 나타난다. 소비자는 대형차를 구매할 때 검정색 중심으로 어두운 색을 선호하고, 보수적인 사고를 가진 개인이나 집단일수록 어두운 색(검정과 짙은 색)을 선호한다. 반대로 소형차의 색으로는 밝고 경쾌한 색을 선호한다.

1993년 미국자동차업계에서는 자동차 색깔로 운전자의 개성을 11가지로 정리하였다. “빨간색 차를 즐겨 타는 사람은 충동적이며, 활기가 넘치고, 결단력이 빠르기 때문에 그만큼 감성적이고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 이들은 용기 있고 탐구심도 강하다.”

자동차 색 선호도

2002년 월드컵 당시에는 ‘붉은 악마(red devils)’의 영향으로 빨간색이나 선홍색 차량의 출고 비율이 급격하게 높았다.

특히 2002년 판매된 마티즈 가운데 선홍색 차량은 17%로 하얀색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팔렸고, 칼로스(Carlos) 선홍색도 25%로 하얀색 다음으로 인기가 있는 색이었다.

빨간색 마티즈 자동차 . 편집에디터
빨간색 마티즈 자동차 . 편집에디터

2004년 6월 22일자 한국일보에 ‘호황 땐 흰색, 불황 땐 원색 잘 팔려’라는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자동차 색깔에 재미있는 정보가 숨어 있었다. 경기 상황에 따라 ‘잘 나가는’ 색깔이 다르고, 나라별로 가장 많이 팔리는 색깔이 있다. 2004년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민족마다 또는 나라마다 선호하는 차 색상이 다르다. 다혈질인 이탈리아 국민들은 붉은색을 선호한다.

이탈리아인 선호하는 빨간색 자동차. 편집에디터
이탈리아인 선호하는 빨간색 자동차. 편집에디터

미국에 본사를 둔 자동차 코팅제 생산업체인 듀폰(Du Pont)은 나라별 좋아하는 자동차 색상’2008 듀폰 글로벌 자동차 색상 인기도 리포트’를 발표하였다. 러시아에서는 빨강(14%) 등 화려한 원색도 다른 지역에 비해 인기가 높았다. 인도에서는 빨강(12%)이 3위, 우리나라에서는 빨강(1%)이 5위로 나타났다.

특히 러시아에서 빨간색의 높은 선호도는 북극지방의 기후와 밀접한 상관 관계가 있다.

러시아인 선호하는 빨간색 자동차. 편집에디터
러시아인 선호하는 빨간색 자동차. 편집에디터

리처드 웨다(Richard Weda) 박사는 자동차 선호색을 대해 연구하였다. “영국 사람들은 빨강과 파랑 그리고 하얀색 자동차를 선호한다.”

2013년 미국 중고차 전문 사이트 아이씨카닷컴(iSeeCars.com)은 남성과 여성의 자동차 색상 취향에 대해 조사하였다. “이 조사는 3000만 대와 그 차를 담당하는 판매원에게 연락한 고객 수십만 명을 대상으로 1년 간 이루어졌다. 그 결과 검정과 하얀색 자동차는 남녀 모두에게 일반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색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 외의 색상 선호도는 남녀가 다르게 나타났다. “붉은색 자동차는 여성에 비해 남성이 더 많이 선호하였다.”

문화예술 기획자/ 박현일(철학박사 미학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