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는 사람들

김정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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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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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 단체인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 대표 한정화(57·여)씨는 이달 초 독일 베를린 소재 ‘게독’ 갤러리 전시회에 참가 예정이었던 ‘평화의 소녀상’ 철거 사건의 목격자다. 한씨를 비롯한 코리아협의회 회원들은 그간 독일 곳곳을 돌아다니며 소녀상을 소개했다. 이들은 지난달 보훔에서 열린 ‘2019 독일 교회의 날’ 행사 기간에도 소녀상을 전시했고, 이어서 게독 갤러리에서 전시할 참이었다.

더 많은 독일인이 소녀상을 통해 일제 위안부 문제를 인식토록 하고자 대중교통을 이용해 소녀상을 옮겼다. 이는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돼 소위 ‘문제’가 터지기 직전까지는 사람들에게 훈훈한 소식들을 전했다. 보훔에서 베를린으로 향하는 열차에 올라탄 소녀상은 철도당국의 협조로 ‘화물칸’이 아닌 객석에, 마치 한 명의 사람처럼 승차했다. 열차에 오르내리고 베를린의 지하철 역을 다니면서 숱한 독일인들의 관심을 샀다.

동화같던 소녀상 소식은 며칠 뒤 주독일 일본대사관이 게독 측에 사실상 철거 압력을 행사했다는 기사가 잇따라 보도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불러왔다. 그 극명한 대비를 현장에서 직접 겪은 게 한씨였다. 그는 이번 같은 행태가 꽤 오랫동안 해외 각국에서 벌어졌다고 했다. 소녀상 철거 사태를 두고선 ‘집요하고, 비열하다’고까지 했다. 오랫동안 독일에서 살아온 그는 똑같은 전범 국가인 일본의 반성없는 모습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한씨는 1982년 같은 반 독일인 학생들 이탈리아로 수학여행을 갔다가 현지인들로부터 네덜란드 사람이냐고 질문 받은 것을 자랑하는 모습을 보고 의아했던 기억을 들려줬다. 독일인을 다른 국민으로 불러준 게 좋아할 일이냐고 묻자 ‘과거가 수치스러워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한씨에게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할 강한 인상을 남긴 모양이었다.

전범 국가 독일이 치르고 있는 책임을 언급하려 한 것이었다.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를 법으로 금지하고, 홀로코스트 왜곡 발언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는 ‘아우슈비츠 거짓말’ 조항은 유명하다. 지난 2001년에는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EVZ) 재단을 설립하고 나치 강제노동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시작했다. 독일 곳곳에는 홀로코스트를 추모하는 기념공간이 들어서 있다.

한국의 수요집회에 일정에 맞춰 매번 독일에서는 한씨를 비롯한 활동가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거리에 모인다. 한씨가 위안부 문제에 관심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한 지는 10년이 넘었다. 거기에는 한씨 뿐 아니라 일본과 독일, 콩고 등 여러 국가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단지 양심과 인류애 때문에 지금 한국에 살지 않아도, 또 한국인이 아닌데도 함께 목소리를 내주는 것이다.

김정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