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를 총들게 만들었는가”… 저항의 역사 공감대

독립군 투쟁 다룬 영화 '봉오동 전투'를 보고
한일 경제 갈등 · 74주년 광복절 상황 맞물려
개봉 7일만 225만 관람 …‘개념 관람객’ 줄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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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남구청 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 9일 조합원 210명과 함께 일제강점기 시절 만주 지역에서 항일 무장투쟁을 벌인 독립군의 활약상을 담은 영화 '봉오동 전투'를 단체 관람했다. 남구청 제공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
광주 남구청 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 9일 조합원 210명과 함께 일제강점기 시절 만주 지역에서 항일 무장투쟁을 벌인 독립군의 활약상을 담은 영화 '봉오동 전투'를 단체 관람했다. 남구청 제공 양가람 기자 [email protected]

“어제 농사짓던 인물이 오늘은 독립군이 될 수 있다, 이 말이야.” (영화 ‘봉오동 전투’ 속 황해철의 대사)

영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의 흥행 몰이가 계속되고 있다. 개봉 7일째인 13일 기준 누적 관람객이 225만4444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다.

개봉 나흘 만인 지난 10일 누적 관객수 100만을 돌파했고, 이튿날인 12일 200만을 돌파하는 등 엄청난 속도로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8시 광주 메가박스 첨단점은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홀로 관람하러 온 어르신들도 많았고 친구들끼리 온 단체 관람객들도 눈에 띄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손에 든 영화 ‘봉오동 전투’의 팸플릿을 들여다 보며 영화관 입장을 기다렸다. 어떤 이들은 미리 인터넷을 통해 평점과 후기를 살펴보기도 했다.

영화는 한국 독립군 최초의 승리로 기록된 봉오동 전투를 그리고 있다. 1920년 6월, 독립군의 무장 저항 운동이 거세지던 시기 일본군은 독립군을 진압코자 만주 봉오동으로 향한다. 독립군은 일본 최강 전투력을 자랑하던 월강추격대를 죽음의 골짜기로 유인해 괴멸시킨다.

“일제 강점기는 외면하고 싶은 아픈 역사가 아니라 기억해야 하는 저항의 역사다.” 언론시사회에서 원신연 감독이 밝힌 것처럼, 영화는 저항과 승리의 역사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역사는 이름 없는 독립군들에 의해 쓰여진 것임을 밝히고 있다. 그동안 아픈 시대를 이야기 해 온 영화들이 절망과 상처 혹은 영웅 서사에 집중한 것과는 궤를 달리한다.

영화는 ‘봉오동 전투=홍범도 장군’이라는 단순 도식을 깨트린다. 독립군 황해철(유해진 분), 이장하(류준열 분), 마병구(조우진 분) 세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홍범도 장군(최민식 분)은 영화 말미에서야 잠깐 등장할 뿐이다. ‘국민 모두가 독립군’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장치들도 곳곳에 숨어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독립군들이 감자를 각기 다르게 표현하는 장면은 위대한 승리가 평범한 사람들의 희생으로 얻은 것임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에 따른 전국적인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거세진데다 74주년 광복절을 앞둔 시점에서 개봉해 영화 ‘봉오동 전투’는 이른바 ‘국뽕’ 논란도 일었다. 국뽕은 국가와 히로뽕(Philopon)의 합성어로 과잉된 애국심을 비꼬거나 비하하는 말이다.

영화에서 일본군은 잔인하게 묘사됐다. 자기 부하의 손가락을 가차없이 잘라버리거나 여성의 머리채를 잡아채 겁탈하려드는 장면은 반일(反日)감정이 들 수 밖에 없을 만큼 소름끼친다. 붉은 피로 쓰인 ‘대한독립만세’ 장면도 애국심을 부추기는 면이 없잖아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 봉오동 전투만큼 승리의 쾌감을 가져다 줄 사건이 있을까?

홀로 영화를 보러 온 이지현(32·여) 씨는 “개봉 첫 날 인터넷에서 국뽕영화라고 영화 평점테러가 일어났다. 그래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영화 상영 내내 눈을 뗄 수 없을만큼 몰입감도 있고 감동이 밀려왔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땐 박수치는 사람들도 많았다. 올해 본 영화 중 최고”라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영화관을 찾은 김지훈(42) 씨는 “영화 보는 내내 마음이 뭉클해졌다. 몇몇 잔인한 장면들이 있긴 했지만, 우리 역사의 정체성을 알게 해 준 좋은 영화다. 여덟살 난 아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나라 뺏긴 설움이 우리를 북받치게 만들고 소총 잡게 만들었다, 이 말이야!” (극 중 황해철의 대사)

무더위의 막바지에 영화는 통쾌함을 선사한다. 농사짓던 사람들이 곡괭이 대신 총을 들고 일본군에 맞서 싸우는 장면은 반일 정서가 극에 달한 현 대한민국을 떠올리게 한다. 내년 2020년은 봉오동 전투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이름없는 광복군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여름의 끝자락, 영화관에서 100년 전 봉오동의 뜨거운 열기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

영화 '봉오동 전투' 포스터.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
영화 '봉오동 전투' 포스터. 양가람 기자 [email protected]
양가람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