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6만7000원… “근로정신대 피해자 지원법 제정해야”

74돌 맞은 광복절 ‘근로정신대 현주소’
정부지원금 1년 80만원… 한달 6만7000원 불과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보호·지원법 국회 표류 중
“기본 인권 문제… 정부 차원 실태조사·관심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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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91)를 비롯한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지원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
13일 오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91)를 비롯한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지원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곽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광복 74주년. 해방 당시 15살 남짓이었던 소녀들은 이제 백발이 성성한 90대 노인이 됐지만 궁핍했던 삶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 오랜 시간 일본뿐 아니라 정부까지도 이들을 외면해 왔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들이 고령으로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관심은 전무한 상태다. 이에 광주지역에서부터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법’ 제정을 위한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13일 오전 광주시의회 1층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해방된 땅에서도 일제가 씌운 굴레에 살고 있는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지원법을 제정해달라”고 촉구했다.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은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던 아시아태평양전쟁 말기, 10대 초중반의 어린 나이로 속거나, 강제로 동원돼 국내와 일본 군수 공장 등에서 노동을 강요당한 이들이다.

전시 중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일본은 강제노동을 금지한 ILO 29조 협약을 위반했을 뿐 아니라, 미성년 여성 아동을 대상으로 한 중대한 인권 침해를 저지른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사과는커녕 진실규명조차 외면하고 있다.

강제동원을 실시한 일본 주요 3대 전범기업은 △미쓰비시중공업 △후지코시강재 △아사이토방적이다.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회에 따르면 당시 집계된 인원만 1700여명에 다다르지만, 고령으로 대부분이 사망하고 현재는 전국적으로 167명의 여성 근로정신대 피해 생존자가 남아있다.

● 한국에서도 외면받은 ‘강제동원’ 소녀들

해방 후 고국으로 돌아온 여성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일본군 ‘위안부’로 오해받으며 평생을 숨죽여 살아왔다. 이들의 삶을 파괴한 일차적 책임은 일본에 있지만, 한국 정부의 무관심은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격이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이국언 대표는 먼저 일본군 ‘위안부’와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가 구분되지 못하는 점을 지적했다.

이 대표는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 대부분이 ‘위안부’ 피해자로 오인받아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다. 결혼을 하더라도 파경 맞기 일쑤였고 가정도 이루지 못한 채 평생을 전전긍긍 숨어 살아왔다”며 “이렇게 사회에서 ‘위안부’ 피해자와 근로정신대 피해자를 구분 짓지 못하고 혼동하는 데는 제대로 된 진상조사와 역사 교육을 하지 않은 국가와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진상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의 지원책이 미비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정부는 2005년부터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신고를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신고자들의 강제동원 피해자 여부를 판단할 뿐 전수조사는 아니었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부는 국외 동원돼 사망한 희생자와 실종된 피해자의 유가족에게 20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했다. 귀환 후 생존해있는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지난 2009년부터 의료지원금 목적으로 매년 80만원의 의료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1년에 80만원. 1달이면 6만7000원 꼴이다.

그나마 광주의 경우 지난 2012년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 조례’가 제정되며 월 30만원 가량의 보조비를 지원하고 있고, 이후 전남, 경기, 서울, 인천, 전북 등에서 같은 조례를 마련, 6개 자치단체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그 외 지역들은 이마저도 미흡한 실정이다.

● “지난 2월 지원법 발의됐지만…” 국회 표류 중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지난 2월 김동철 의원 등 13명은 ‘일제강점기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에 대한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등 생활안정을 지원하고 △국가 차원의 기념사업과 조사 및 연구 사업을 수행 △근로정신대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및 손해배상 등에 관한 법률상담과 소송대리 등을 국가가 지원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하지만 법안은 소관위원회인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안영숙 공동대표는 13일 여가위 핵심 관계자에게 법안에 대해 확인 한 결과 ‘이런 법이 발의 됐는지 몰랐다. 적극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히며 “우리 정부에서조차 피해자들을 나 몰라라 하면서 어떻게 일본에 올바른 역사 인식을 요구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이국언 대표는 “아베의 경제 도발에 각계각층에서 용기 있는 목소리 쏟아지고 있고 정부의 대응도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태가 즉흥적이고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제도적으로 규범되고, 역사의 피해자들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인 제정법 등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다고 호소했다.

곽지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