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영화다? ‘주전장’에는 현실 담겼다

곽지혜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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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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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이 소용돌이치고 있는 한·일 관계 속에서 이틀 후면 74주년 광복절을 맞는다. 그 어느 때보다 일제강점기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를 방증하듯 지난달 25일 개봉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루고 있는 영화 ‘주전장’이 개봉 2주 만에 관객 2만명을 돌파했다.

불과 전국 60여개의 상영관에서만 상영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이례적이다.이에 ‘주전장’은 독립·예술영화 좌석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물론, 한·일 간 관계에도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7일 광주 지역에서도 시민모임 회원들과 일반시민 100여명이 ‘주전장’을 단체 관람하기도 했다.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한 영화는 여러 편 제작되어 왔고, 피해자들의 아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주전장’이라는 영화는 조금 다르다.

일본 사회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정치 인사들과 역사 수정주의자들의 입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부정함은 물론, 인종·민족 차별주의를 담은 발언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일본 사회의 민낯과 집권층의 의식 수준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실제로 영화가 상영되는 도중 광주시민들이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던 부분이 있다. 바로 일본 극우파의 핵심 정치인 가세 히데아키의 발언에서다.

영화에서 그는 한·일 관계에 희망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중국은 곧 붕괴될 것이고 그러면 한국은 일본에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 순간부터 한국은 이 세상에서 가장 친일적인 나라가 될 것이다. 한국은 정말 귀여운 나라가 아닌가? 버릇없는 꼬마가 시끄럽게 구는 것처럼”이라고 답했다.

그 순간 영화관 에티켓 따위는 소용이 없었다. 관객들은 실소를 지으며 욕설을 내뱉었다. 영화를 모두 관람하고 나온 시민들은 상영관에서 나와서도 삼삼오오 모여 참아냈던 분노를 쏟아냄과 동시에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리고 분노를 쏟아낸 관객들은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양심적인 일본의 지식인과 감독의 안위를 걱정했고, ‘위안부’ 문제를 한·일 간의 외교문제로 국한 짓는 것이 아니라 인류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로 놓고 대화를 이어갔다.

순간 ‘이 영화는 성공했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이날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은 더 이상 우리 사회가 지난날 아픈 역사를 놓고 울고 있는 데서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맞아 광주시는 13일부터 기림의 날 행사를 개최한다. 전시회를 시작으로 14일 오후 6시30분 시청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기념식을 치를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우리는 또 한 번 지난 역사를 바로 보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볼 것이다. 이날 그동안 그저 스쳐 지났던 많은 이들이 마음을 모으는 자리가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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