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마스터즈수영대회와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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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황지 기자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
최황지 기자 최황지 기자 [email protected]

발이 수면 아래에 닿지 않는 상태에서 몸을 거꾸로 돌려 현란한 발연기를 선보이는가 하면 호흡이 가빠지는 상태에서도 물 위에선 심사위원들을 향해 앙증맞은 표정을 연기해야 한다. 겉보기와는 달리 강철 체력이 필요한 ‘아티스틱 수영’ 이야기다.

물에 가라앉지 않기 위해 쉴 새 없이 손발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체력이 필수다. 또한 근력, 지구력, 균형감, 유연성 등이 필요해 물에서 하는 스포츠 중 제일 까다롭다. 그러나 체력이 자산인 젊은이들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는 아닌 듯 보인다.

7일 광주FINA세계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 아티스틱 수영 팀 테크니컬 50세 이상 64세 이하 그룹에서 총 4개의 팀이 참가했다. 이 그룹에 참가한 최연장자는 1949년생 아오야기 유키코(일본) 선수다. 한국 나이로는 무려 70살이다. 착용한 수영모 아래로 하얗게 변한 머리카락이 삐죽삐죽 나왔다. 이 대회는 팀 평균 연령으로 경쟁을 하기 때문에 고령의 나이에도 참가할 수 있다.

마스터즈대회는 지난달 28일 종료된 엘리트 선수를 위한 세계선수권대회와는 참가 자격 및 대회 목적 등이 다르다. 아마추어 위주로 구성된 클럽 대항전 개념의 이 대회는 경쟁을 목적으로 시작된 게 아니다. ‘지구촌 수영 축제’ 성격이 강해 1위부터 6위까지 폭 넓게 입상 증서가 주어진다. 마스터즈 선수들은 선수촌 숙박비를 사비로 충당하고서라도 광주로 모여 다양한 세계 선수들과 만나 함께 호흡하고 즐긴다.

이날 일본에서 팀 테크니컬 종목에 참가한 ‘사쿠라 싱크로 나이즈드 SC’ 클럽은 총 다섯명의 선수가 모여 힘찬 연기를 펼쳤다. 최연장자 59살부터 연소자 46살까지 분포돼 평균연령 53.6세를 기록했다. 이들은 이날 경기를 위해 지난 2년간 맹훈련을 거듭했다. 실수도 나왔지만 경기가 끝난 뒤엔 서로를 격려하는 등 행복하게 대회를 마무리지었다.

사쿠라 싱크로 나이즈드 SC 클럽 회원 모가메 이쿠에(55) 씨는 “아티스틱 수영은 우리를 젊게 만들어주는 운동이다. 음악과 수영을 좋아하던 우리는 이번 세계적인 대회를 치르기 위해 끊임없이 훈련했다. 우리와 비슷한 또래의 다양한 사람들과 경쟁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나이를 잊은 아름다운 연기’는 광주의 장년층에게도 큰 힘을 줬다. 대회에서 질서 유지를 담당하고 있는 자원봉사자 박경희(64)씨는 “같은 나이, 비슷한 또래 사람들이 이렇게 완벽하게 연기를 하는 데 나라고는 왜 못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대회로 수영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광주에는 이런 모임이 없어서 내가 꾸려나갈까 한다”고 도전 의지를 피력했다.

대한민국이 사상 처음으로 광주에서 세계선수권대회를 개최했지만 국가대표들은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물론 대회 참가를 통해 제반 여건만 마련된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선수들도 있었다.

이 가운데 광주는 다른 지역보단 수영 종목에선 한 발 더 앞서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국내 최초로 개최된 수영세계선수권대회를 지켜본 광주의 수영 아마추어 및 꿈나무들은 새로운 꿈을 키울 수 있을 것이고, 일반 시민들 또한 수영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최황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