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대회 빛낸 광주·전남 선수들 “내 생애 최고의 순간”

410
17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수구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세르비아의 경기, 한국 한효민이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
17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수구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세르비아의 경기, 한국 한효민이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

2019광주FINA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17일간의 열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국내 최초로 광주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광주·전남 지역을 연고로 하는 8명의 선수들은 뜨거운 열정과 땀으로 자신있게 물살을 갈랐다.

‘수영의 꽃’인 경영에선 평영 간판 백수연(28·광주시체육회)·’리틀 박태환’ 김민섭(15·여수문수중)이 출전했다.

다이빙에선 특급 유망주 권하림(20·광주시체육회)이 존재감을 뽐냈다.

한국 수구 역사를 새로 쓰는데 광주·전남 출신 선수들은 맹활약을 펼쳤다. 남자 대표팀에서 뛴 추민종(27·전남도체육회)·정병영(22·화순출신·한국체대)·한효민(20·목포출신·한국체대) 3명과 여자 대표팀에서 주장과 골키퍼라는 중책을 맡은 오희지(22·전남도수영연맹)가 그 주인공들이다.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권을 얻어 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 오픈워터에 태극마크를 달고 참가한 반선재(25·광주시체육회)도 감동의 완영을 펼쳤다.

●큰언니 백수연, 명실상부 평영 간판

백수연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
백수연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

베테랑 백수연은 선수단 내부의 든든한 큰언니였다. 개인 통산 7번째로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한 그는 앞서 광주세계수영대회 개회식에서 선수단 대표로 꼽혀 정정당당한 승부를 다짐하는 선서를 외쳤다.

이번 대회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고루 성과를 올렸다. 백수연은 4개의 종목에 출전해 준결승 진출과 한국신기록 갱신이라는 자신의 몫을 톡톡히 했다.

개인전에서 백수연은 평영 50m(28위), 100m(21위), 200m(최종 13위), 혼계영 400m(13위)에 출전했다. 특히 평영 200m에선 준결승에 진출해 최종 13위에 오르며 한국 여자 평영 간판이란 수식어를 입증했다.

대회 마지막날 치러진 혼계영 400m에선 후배들(임다솔-박예린-정소은)과 함께 4분03초38을 기록해 한국신기록(종전 4분04초77)도 깼다.

그러나 안방에서 열리는 국제대회는 베테랑 백수연도 떨게 했다. 백수연은 “개인전 첫 날(평영 100m)과 마지막 날(혼계영 400m)이 가장 생각날 것 같다”며 “소속팀의 지역에서 치러지는 국제대회이다 보니 첫 날은 긴장을 너무 많이 했다. 마지막 날은 후배들을 다독이며 단체전에 임한 게 굉장히 특별한 기억인 것 같다”고 회고했다.

이같은 선전에도 백수연은 아직 목마르다. 이번 대회에서 ‘시즌 베스트’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개인 신기록을 깨지 못했기 때문이다. 백수연은 “소속팀에게 굉장히 큰 대회인 전국체전을 위해 앞으로 훈련할 예정이다”며 “시즌 막바지까지 최고 기록을 깨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개회식 선서부터 단체전 맏언니까지 듬직한 역할을 수행한 백수연은 마지막에도 ‘후배’들을 살뜰히 챙겼다. 그는 “어린 선수들이 부담감 때문인지 훈련한 것 보다 결과가 잘 나오지 못했다”며 “선수들이 이번 대회 성적으로 상처를 입을까봐 걱정이다. 선수들이 더욱 단단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섭 첫 세계무대는 ‘긴장의 연속’

23일 광주 남부대 주경기장에서 열린 광주세계수영대회 남자 접영 200m에서 2분00초95롤 기록한 김민섭이 믹스도존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
23일 광주 남부대 주경기장에서 열린 광주세계수영대회 남자 접영 200m에서 2분00초95롤 기록한 김민섭이 믹스도존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

“심호흡을 해봤는데도 너무 떨렸어요”

한국 남자 경영 대표팀의 막내인 김민섭(15·여수 문수중)은 세계선수권대회에 첫 출전해 짧은 데뷔전을 치렀다. 김민섭은 남자 접영 200m에 출전해 2분00초95를 기록해 전체 47명 중 32위로 예선 탈락했다.

대회 기록은 다소 아쉬웠다. 기라성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을 지켜보며 긴장을 많이 한 탓인지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기록한 개인 최고 기록인 1분58초12에 2초83이나 뒤진 기록으로 이날 터치패드를 찍었다.

아직 미숙하지만 김민섭의 미래는 밝다. 성장기인 김민섭은 아직 체구는 작지만 탁월한 유연함을 가졌다. 다른 선수들과 같은 구간을 헤엄쳐도 체력 소모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김민섭을 지도하는 안종택 코치는 “국내에서 같은 나이 또래, 혹은 형들이랑 경기를 치르기만 했었지 이런 국제대회는 생전 처음이다”며 “그래서 긴장을 많이 한다. 이런 멘탈 부분을 강화시키면 굉장히 세계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선수다”고 칭찬했다.

이번 대회 한 종목에만 이름을 올린 김민섭은 아쉬운 예선전을 끝내고 더욱 큰 꿈을 키웠다. 그의 목표는 2020도쿄올림픽 출전이다. 김민섭은 “광주세계수영대회는 내 인생 첫 국제대회로 기억이 남을 것 같다”며 “그 때문에 긴장을 많이 했지만 내년 도쿄올림픽 출전을 위해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했다.

●유망주 권하림 ‘나는 계속 성장중’

광주수영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을 앞두고 4일 광주의 한 훈련장에서 다이빙 훈련 중인 권하림(20·광주시체육회)의 모습. 권하림은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
광주수영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을 앞두고 4일 광주의 한 훈련장에서 다이빙 훈련 중인 권하림(20·광주시체육회)의 모습. 권하림은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

아시안게임 체조 금메달리스트인 권순성(54)의 딸인 권하림은 아버지를 빼닮은 근력과 끈기로 이번 대회에서 깜짝 활약을 펼쳤다.

권하림은 김지욱(18·무거고)과 함께 한국 선수 중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 혼성 10m 싱크로나이즈드 플랫폼에 출전해 7위에 올랐다. 한국이 이 종목에 국가대표를 내보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권하림·김지욱 조는 좋은 호흡을 선보이며 한국 다이빙의 미래를 밝혔다.

발목 부상을 딛고서도 개인전에서 준수한 활약을 했다. 권하림은 1m 스프링보드 예선에서 217.80을 기록해 43명의 출전 선수 중 17위를 기록했다.

권하림에게 이번 대회는 개인 첫 세계 무대였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후보선수로 비행기를 탔지만 국제무대를 경험해본 적 없었던 권하림은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권하림은 “전국대회를 많이 치렀지만 확실히 국제무대는 다르다”며 “나는 아직 부족한 선수다. 정말 열심히 해서 내년도 도쿄올림픽에 도전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남·녀 수구 “첫 발걸음·걸음마” 뗐다

남자 수구 대표팀 한효민, 추민종, 정병영 (왼쪽부터).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
남자 수구 대표팀 한효민, 추민종, 정병영 (왼쪽부터).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

남자·여자 수구 대표팀은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권을 얻어 세계무대에서 경기를 펼친 소중한 경험을 가졌다.

남자 수구는 대회 개막 후 4경기에서 모두 완패한 뒤 뉴질랜드와 마지막 경기에서 승부 던지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를 따내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로써 16개국의 참가국 중 15위를 차지했다. 개최국 자격으로 첫 출전한 남자 수구는 경기력과 연륜면에서 모두 열세임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성과를 거뒀다.

광주·전남 3인방의 활약이 빛났다. 추민종과 한효민은 센터백, 정병영은 골키퍼로서 활약했다.

특히 한효민은 이번 대회에서 ‘골 맛’을 맛봤다. 5경기 합산 5골을 넣으며 골잡이 역할을 맡았다. 한효민에게 이번 대회 중 잊지 못하는 순간은 세르비아전(2-22패)이다. 그가 대회 데뷔골을 터트린 경기여서다.

한효민은 “세르비아 전 때 1쿼터 쯤 내가 한 골을 넣으면서 팀원들 분위기가 살아났다. 그때가 계속 기억에서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추민종에게 이번 대회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는 “이번 대회는 잘 안풀렸던 것 같다”며 “대회 오기 전에 가벼운 부상을 입었는데 그 때문에 재활 훈련에만 매진했다.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남자 수구가 목표가 1승이었기 때문에 목표 달성한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며 “앞으로 선수촌 들어가서 더욱 훈련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정병영도 5경기에서 2번 골키퍼로 선발 출전해 좋은 선방쇼를 선보이며 골문을 지켰다. 정병영도 가장 생각나는 경기로 세르비아전을 꼽았다. 그는 “내가 제일 활약한 경기가 세르비아전인 것 같다”고 웃으며 “세계 1위 팀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선전했다”고 했다.

지난 16일 광주 남부대학교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수구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 대 러시아 경기에서 골키퍼 오희지 선수가 패스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나건호 기자 gunho.na@jnilbo.com
지난 16일 광주 남부대학교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수구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 대 러시아 경기에서 골키퍼 오희지 선수가 패스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나건호 기자 gunho.na@jnilbo.com

여자 수구 대표팀의 골키퍼 오희지는 조별예선과 순위결정전을 포함한 총 5경기에서 5번 선발 출전하며 맹활약했다. 수구 대표팀의 맏언니로서 골문 단단히 지켜내며 여자 수구의 소중한 한 골을 지원한 숨은 일등 공신이 됐다.

평영 선수였던 오희지는 대학 졸업 후 체육 교사 임용을 준비했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수구는 그의 인생 전환점이 됐다.

오희지는 “대학교 때 수영이랑 공부랑 겸해서 교원 자격증을 취득했다”며 “그러다 한국에 없었던 여자 수구 대표팀 모집공고를 보게 됐고 이렇게 뽑혀서 대회를 치르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구와 나는 자연스럽게 만났다. 수구를 하게 된 건 하나의 도전이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여자 수구 대표팀이 이어진다면 나도 쭉 도전해보고 싶다. 내 바람이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역대 첫 오픈워터 국대 반선재 완영 

2019광주FINA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막 6일째인 17일 오전 전남 여수시 엑스포공원 오픈워터 경기장에서 열린 오픈워터 여자 5㎞ 경기, 반선재(25·광주시청)가 경기를 마친 뒤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
2019광주FINA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막 6일째인 17일 오전 전남 여수시 엑스포공원 오픈워터 경기장에서 열린 오픈워터 여자 5㎞ 경기, 반선재(25·광주시청)가 경기를 마친 뒤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

‘수영 마라톤’이라고 불리는 오픈워터 수영에서도 한국은 대회 개최국 자격으로 처음 출전했다.

장거리 수영 선수였던 반선재는 대회 국가대표로 선발되며 처음으로 변수가 많은 바다에서 수영을 하게 됐다. 영법과 환경이 모두 일반 경영과는 다른 데다 경험이 많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나란히 경쟁하며 심리적 부담감도 컸지만 반선재는 두 종목에 이름을 올려 완영을 펼쳤다.

반선재는 지난 17일~18일 이틀간 5㎞ 개인전(46위)과 혼성 단체전(18위)에 각각 출전했다. 연달아 치러진 강행군이었지만 반선재는 포기하지 않고 완영했다.

반선재의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는 10월 전국체전에서 경영 400m, 800m에 출전하는 등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그럼에도 반선재의 오픈워터 도전은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반선재는 “오픈워터는 확실히 매력적인 종목이다”며 “전문적으로 선수들이 꾸려지면 좋겠다. 나도 계속 도전할 생각이다”고 했다.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