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홍승의 클래식 이야기>한국 음악대학의 역할과 위기

561
전남대학교 음악학과 연주회 편집에디터
전남대학교 음악학과 연주회 편집에디터

한국 음악대학의 역할과 위기

우리 사회에는 음악가가 있고 음악애호가가 있다. 음악가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은 음악대학이다. 그곳에서 배출된 프로 음악가들의 연주활동 등을 즐기고 감동하면서 취미활동을 하는 이들을 음악애호가라고 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프로 음악가가 많은 사회보다 음악애호가가 많은 사회가 훨씬 행복하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했을 때 고통은 서서히 시작된다.

최근 들어 한국 출신 솔리스트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쇼팽 콩쿠르 우승의 조성진을 필두로 세계 유수의 권위 있는 콩쿠르에서 끊임없이 낭보를 전해오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들의 활약이 온전히 국내 제도권 음악교육의 긍정적 결과물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많다. 오히려 피겨스타 ‘김연아’의 예와 마찬가지로 개인적 한 가정의 막대한 부담과 지원, 헌신적 희생의 결과물인 경우가 훨씬 많은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견(私見)이지만 지금 한국 젊은이들의 세계 유명 콩쿠르에서의 활약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결과다. 예전에 경제적으로 풍요하고 사회적으로 문화 예술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던 일본의 경우 적어도 수십여 년 가까이를 전 세계 음악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약진했다. 일본의 학부모들은 극성스러웠고 학생들은 죽기 살기로 연습했다. 클래식 스타를 꿈꾸며 그렇게도 수많은 학생들이 도전했으므로 당연히 입상 확률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지금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 어느 나라 학생들보다 많은 수가 치열하게 준비하고 경쟁하고 있으니 당연히 입상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제 이 시절이 지나가고 세월이 흐른 후 우리는 중국의 젊은이들이 세계 유명 콩쿠르를 석권하고 있다는 뉴스를 빈번하게 접하게 될 것이다. 거대한 중국의 클래식음악 교육 시장(市場)은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했으며 부모들의 열성적인 교육열이 클래식 음악 교육으로 옮아가면서 걷잡을 수 없이 불붙어가고 있다. 피아노를 배우고 있는 학생 수만 약 5천만 명이다. 현재 세계에서 유일하게 클래식 분야가 부흥하고 있는 가장 크고 활발한 클래식 시장은 중국이다. 솔리스트 쪽은 그렇다고 치고 어쨌든, 한국 학생들은 혼자 하는 것은 이렇게도 잘하는데 오케스트라 합주는 왜 못하는 것일까? 어떤 이는 잘 뭉치지 못하는 우리 국민성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우수하나 집단으로는 약하다는 취지였다. 말도 안 되는 자기비하적인 분석이다. 한국의 오케스트라가 세계 최고가 되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바로 음악 교육의 문제 때문이다. 단순히 교육 시스템의 문제인 것이다. 예술 고등학교나 음악대학에서의 기본기가 무시된 원칙 없는 오케스트라 교육 방식에 문제가 많은 것일 뿐이고 언젠가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때때로 세계 정상급의 지휘자들이 아주 드물게 국내 지방 교향악단을 지휘할 일이 생기기도 하는데 한 결 같이 공연 후에 하는 말들은 합주의 기초가 안 되어 있다는 충고다. 오케스트라 연주는 자기만 잘한다고 해서 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다른 악기 소리를 잘 들을 줄 알아야 하고 앙상블을 이루는 합주를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정말 잘하기가 어려운 게 오케스트라 합주다. 이것은 프로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예고나 음대시절에 배워서 사회에 나왔어야 하는 것이다. 프로 오케스트라는 당장에 필요한 인력을 채용해서 운영하는 조직이다. 채용된 단원들을 훈련까지 시키면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전혀 없다. 프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들이 일반적인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한 번의 음악회를 위해 오케스트라를 연습 시키는 일정은 3일, 길면 4일 정도다. 지휘자가 몇 주일, 몇 달씩 연습을 시키는 것은 예고나 음대에서 학생들 대상의 합주 수업에서나 하는 일이다. 그곳에서 어떤 곡인가를 연습하면서 리듬과 음정을 이야기하고 화음을 지적하고 표현력을 가르치는 합주 교육의 모든 기본적인 과정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음악대학에서 적어도 기본적인 것들은 모두 가르쳐서 내보내야 한다는 뜻이다.

지방 음악대학의 역할과 위기

요즘 전국 지방의 상당수 음악대학과 음악학과들이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니 신입생 정원을 줄이거나 심지어 폐과 시키거나 유사학과와 통합되는 과정을 겪고 있다. 운영 효율성, 취업률이 가장 중요한 평가지표가 되는 대학평가체제가 보편화되면서 종합대학 내에서 예술대학이나 음악학과는 언제나 구조조정 1순위가 되었다. 더구나 오는 8월 강사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이른바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음악대학 등 예체능 계열 학과 통·폐합은 갈수록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음악 관련 학과에서는 일대일 개인 레슨의 비중이 높은데다 강사 한명이 학생 한명을 전담해 가르치는 경우가 많고 강사법 시행 이후부터는 대학 측에서 부담해야 할 임금과 퇴직금 등 인건비가 급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건비 절약을 위해 기존에 4시간 동안 가르쳤던 2학점짜리 수업을 3시간으로 줄이고 한 시간 개인 레슨을 30분씩 나눠서 진행하는 식의 편법에 불과한 교육과정 개편이 검토되고 있거나 이미 시행 중이다. 그렇지 않아도 체계적이고 충실한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음악대학의 교육 여건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는 것이다. 실로 클래식 음악교육이 본격적인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겠다. 지방 쪽은 예술중학교나 예술고의 신입생 경쟁률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으며 신입생이 미달되는 사태까지 발생하기 시작한지가 이미 오래다. 선생들은 넘쳐나고 과잉 공급되고 있는데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수는 갈수록 줄고 있다. 지방대학 음악학과의 경우 이미 자체적으로 오케스트라를 구성하기조차 어려운 형편에 이르렀다. 입학 정원이 줄어든 데다 피아노, 바이올린 등 일부 인기 악기는 여전히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오보에, 바순, 호른, 튜바 등 오케스트라에서 꼭 필요한 특수 악기 전공자의 수는 계속 줄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실기 능력이 상대적으로 좀 낫다는 입시생들은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 지역 소재 대학으로 진학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역 음악대학의 수준 향상이나 교육 여건의 개선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금부터 이 말은 학부형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한국에서 자녀에게 음악을 공부시키는 학부형들의 희망이 유독 솔리스트 쪽에 치우치는 현상은 상당히 비정상적이고 무모하다. 물론 세상에서 자기 자녀에 대한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세상에서 소위 잘나가는 솔리스트가 된다는 것은 말이 쉽지 사실은 그 준비과정에서부터 엄청난 고통과 인내를 수반하는 지난(至難)한 길이다. 필자가 지금까지 수십여 년 간 만나본 재능이 좀 있다는 그 기억조차 못할 정도로 많은 학생들 중 정말로 솔리스트로 대성하여 세계무대에서 통할 정도의 소질을 타고난 학생들은 거의 없었다. 물론 적당히 뛰어난 애들은 많이 있었지만 솔리스트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냥 잘해서는 안 되고 아주 썩 잘해야 한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음악대학에서 대다수 평범한 음대 학생들의 실질적인 취업과 진로 선택을 위한 진지한 노력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합창과 오케스트라 합주 교육 등을 포함한 다양하고 폭 넓은 음악관련 분야의 수업들이 좀 더 체계적으로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음대를 나왔다고 해서 모두 연주자로 살지는 않는다. 음악 기획자나 프로듀서, 음악교사, 기자나 저널리스트가 될 수도 있으며 관련 문화기관에 취업 할 수도 있고 클래식 매니지먼트사를 운영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음악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수업을 병행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사회 진출을 앞둔 음대 학생들의 시야는 지금보다 훨씬 넓어져야 하며 그러한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대학 교육이 져야할 당연한 책무다. 수년 전부터 광주시립교향악단에 입단하는 신규 단원들의 경우 우리 지역 대학 출신은 단 한명도 없다. 물론 광주시향에 수도권 명문 음대 출신의 신규 단원들이 줄 지어 입단하는 것도 지역 오케스트라의 발전을 위해서는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우리 지역의 음악대학을 졸업한 지역 인재들의 취업과 활동 영역이 급속히 위축 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고 미래 또한 비관적이다. 당연히 지역적인 한계와 부수적인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이해가 되지만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역 음대의 분발과 각성을 기대한다. 이제 더 이상 망가져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오기 전에 지역 음악대학 교수들이 어떤 식으로든 나서야 할 때다. 음악대학이라는 곳에서는 클래식 음악에의 현실적인 지향가치와 비전과 희망이 느껴져야 한다. 그래야 미래가 있다. 까놓고 말하지만 대학에서 제대로 배워 나오지 못하는 자원들을 채용하고 나서 재교육까지 시킬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는 문화 예술관련 직장이 우리 지역에는 없다.

전남대학교 전경. 전남대 제공 편집에디터
전남대학교 전경. 전남대 제공 편집에디터
조선대학교 음악학과 연주회 편집에디터
조선대학교 음악학과 연주회 편집에디터
조선대학교 전경. 조선대 제공 편집에디터
조선대학교 전경. 조선대 제공 편집에디터
목포대학교 음악과 연주회 편집에디터
목포대학교 음악과 연주회 편집에디터
목포대학교 전경. 목포대 제공 편집에디터
목포대학교 전경. 목포대 제공 편집에디터
전북대학교 음악학과 연주회 편집에디터
전북대학교 음악학과 연주회 편집에디터
전북대학교 전경. 전북대 제공 편집에디터
전북대학교 전경. 전북대 제공 편집에디터
전주대학교 음악학과 연주회 편집에디터
전주대학교 음악학과 연주회 편집에디터
전주대학교 전경. 전주대 제공 편집에디터
전주대학교 전경. 전주대 제공 편집에디터
백홍승의 클래식 이야기 편집에디터
백홍승의 클래식 이야기 편집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