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데도 야근 하던 아파트 직원의 서글픈 죽음

위통 호소하던 아파트 전기직원 근무 중 사망
동료들 “책임자에 도움 요청 불구 묵살"주장
관리과장 "사실무근… 상태심각성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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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12일 새벽 광주 북구 모 아파트 지하 전기실에서 전기관리 직원 A씨가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사진은 숨진 A씨가 발견된 지하 전기실. 이한나 기자 hannah.lee@jnilbo.com
지난 6월12일 새벽 광주 북구 모 아파트 지하 전기실에서 전기관리 직원 A씨가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사진은 숨진 A씨가 발견된 지하 전기실. 이한나 기자 [email protected]

광주 북구 모 아파트에서 낮부터 위통을 호소하던 60대의 전기직원이 야간 작업 중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해당 직원의 동료들은 관리자가 직원의 심각한 위급 상황에도 불구하고 병원에 늦게 보내는 등의 조치가 늦어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관리자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사건의 전말은 지난 6월11일에 발생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과 경비원들에 따르면 사건 당일 오후 2시10분께 전기관리 직원인 A(61)씨가 아파트 화단 전지 작업을 돕던 중 위통과 팔 저림을 느껴 평상에 누워 있었다.

함께 전지 작업을 돕던 경비원 B씨는 얼굴이 창백하고 입술이 파랗게 변한 A씨를 보고 현장 책임자인 관리과장 C씨에게 119신고를 요청했다. 당시 상황은 다른 관리실 직원이 A씨의 팔을 계속 주무르고 있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이에 B씨는 한 번 더 C씨에게 119신고를 강하게 요구했지만 역시 무시했다고 말했다.

특히 C씨는 “본인이 괜찮다는데 냅둬부러”, “죽으믄 말아불지” 등의 말을 했다고 B씨는 주장했다.

결국 전지 작업이 끝나고, 고통을 호소한 지 약 2시간 후에서야 C씨는 관리실 직원을 시켜 A씨를 인근 개인 병원에 다녀오도록 했다. 그리고 C씨는 퇴근했다.

병원에서 간단한 치료를 받은 A씨는 이를 C씨에게 보고 했고 그대로 남아 잔업에 임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12일 오전 5시10분께 A씨는 지하 전기실에서 홀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A씨의 사망을 처음 발견했던 경비원 D씨는 “사망 전날 오후 7시께 지하 전기실에 누워 있던 A씨를 봤다”며 “A씨가 계속 고통을 호소하며 위장약을 사달라고 해서 사다 줬다. A씨가 걱정돼 이튿날 새벽 일찍 가봤는데 이미 죽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A씨의 사망 소식을 듣고 경비원들은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경비원들은 “그때 119구급대를 불러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았다면, 아니 하다 못해 야간 작업만이라도 관리자가 교체해줬더라면 이렇게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비탄했다.

이들은 또 “A씨가 사망한 후 관리사무소는 사과 한마디 없이 가족 연락처만 적어갈 뿐 대책 마련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며 “만약 우리도 저런 상태에 이른다면 A씨처럼 죽을 수 있다는 생각에 공포스럽다”고 토로했다.

반면 관리소 측은 B씨의 119신고 요청은 들은 바가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C씨는 “A씨가 사망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A씨가 식혜를 먹고 배가 아프다고 해 단순 배탈로 인식, 119신고까지 생각하지 못했다”며 “작업이 끝나고 병원 진료를 받게 했고 치료 후에도 A씨가 ‘괜찮다’고 말해 상태의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이어 “B씨가 119신고를 요청했다는데 그런 얘기 들은 적이 없을뿐더러 B씨와 대화조차 나눈 적이 없다”며 “일방적인 모함이고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으면 B씨 본인이 직접 119에 신고하면 됐을 것을 나한테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건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C씨는 또 “지난 1일 전기 직원 사망 관련 진위파악을 위해 아파트입주자 대표회의 관계자 등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B씨가 정확하게 119신고 얘기를 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말을 바꿔 정리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B씨는 “위압적인 분위기에서 119신고 요청이 없었다고 증언할 것을 강요받았고 관리사무소가 119신고 요청 사실에 동의 서명을 해준 경비원들에게도 징계를 주겠다며 협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광주 고용노동청에 따르면 관리감독자가 경비원의 고통 호소에 응급처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처벌할 조항이 없어 그와 관련한 어떤 조사도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해당 경비원들은 아파트에서 관리사무소측의 사과와 더불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한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