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싸움, 기꺼이 동참한다

노병하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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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병하 기자 bhno@jnilbo.com
노병하 기자 [email protected]

덥다. 태풍이 오다가 신안 앞바다에서 소멸하자, 태양이 신이 났는지 한 낮에 가만히 서 있어도 찐득거리고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그런데 겉이 더운 것보다 속을 덥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이웃나라 일본이다.

뜬금없이 대한민국을 대상으로 미래 산업 중요 관련 부품 수출 정책을 강화하더니 이번엔 우방국에서 우리를 제외한다고 한다. 일본 TV에서는 (미쳤는지) 우리의 대통령보고 물러나라고 까지 한다. 또 우리 친일대사를 불러 말을 자르고 무례한 언동까지 퍼붓는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저절로 ‘아니, 당신들이 무엇이라고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내리라 말라 하는가. 부자나라라고 해도 우리하고도 별루 차이도 안나는 구만’이라는 생각이 안 들래야 안 들 수가 없다.

그래도 신문사의 부장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언론의 ‘합리성’과 ‘냉정함’을 유지해야 하는 의무감에 좀처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며칠 전 그야말로 명문의 글을 보았다. 한줄 한줄이 이렇게나 가슴에 와 닿다니…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글인데 제목이 ‘개싸움은 우리가 한다. 정부는 정공법으로 나가라’이다. 최근에 읽었던 글 중에 이렇게 가슴을 뛰게 하는 글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전문을 이 자리에 소개할 수 없음이 안타까울 따름.

그럼에도 몇 부분만을 추려 소개하자면 ‘우리나라 사람들 냄비근성 아닙니다. 모래알 아닙니다. 제대로 빡치면 백만 명씩 촛불 들고 일어나 대통령도 끌어내리는 국민입니다. 역사 속에 시민혁명 한 번 제대로 없는 그들과는 다릅니다. 그런 우리국민을 제대로 화나게 했습니다’이라는 문장이 있다.

그렇다. 2016년 전까지 시민혁명하면 ‘프랑스’였다. 그러나 21세기 전 세계 모든 교과서에 ‘현대적 시민혁명’의 주역은 바로 대한민국이다. 어디서 자신들의 지도자에게 쓴 소리 한번 제대로 못하는 21세기 봉건주의 국가가 시민혁명을 구현한 나라에게 왈가왈부인가.

글을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분노가 치솟는다. 여기에다 글은 더욱 기름을 붓는다.

‘미우나 고우나 우리 대통령입니다. 혼내고 욕을 해도 우리가 합니다. 너네 감히 우리 대통령을 욕보였습니다. – 중략 – 당신들 잘 못 아셨습니다. 이 일련의 사태가 위안부 재협상과 일제강점기 징용관련 배상판결과 관련한 보복임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압니다. 위안부 재협상과 일제강점기 징용배상은 우리나라 우리 국민이 양보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닙니다. 그것은 국가와 국민의 정신, 정체성과 관련된 일입니다.’

이 얼마나 명문인가. 우리나라 우리 국민이 양보할 수 없는 것을 양보하라고 한다. 국내에서도 이렇게 하라는 무리들이 있다. 그것이 마치 ‘합리’이고 ‘이성’이며 ‘외교’라고 포장하면서 말이다. 이성과 합리는 자주를 바탕으로 하는 법이다. 자주나 주체성을 포기한 이성과 합리는 변명과 강자에게 빌붙는 비겁함이다.

글은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일본 맥주 안사고, 일본 여행 안 가고, 그거 푼돈 아니냐? 찌질하게 몇 푼이나 되느냐? 찌질해 보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게 시작입니다. 그 찌질한 맥주, 알량한 여행에서부터 시작된 개싸움입니다. 우리 국민들이 개싸움을 할 테니, 정부는 정정당당하게 WTO에 제소도 하고, 국제사회에 일본의 후안무치함과 편협함을 널리 알리십시오. 외교적으로 당당하게 나가십시오.’

눈물이 ‘왈칵’ 나온다. 누군가는 저 글에서 표현하듯 ‘찌질한 필자’를 두고 ‘언론으로서 중립적이지 못하다’하거나 ‘저런 낙서 글에 낚이는 저속한 사람’이라할지 모르겠다.

좋다. 필자의 지혜와 마음 그릇이 그만 밖에는 못해 욕을 먹는 것을 무어라 하겠는가. 욕하시라. 비웃으시라.

다만 100년 전 만주에서, 조선에서, 일본에서 ‘대한독립’을 갈망하다 저들의 총칼에 산화한 선배들 덕에 이 땅에서 한국말 쓰며 편히 살고 있으니… 그 ‘대한민국’을 다음 100년까지 굳건히 지켜 후손들에게 건네는 것이 지금 우리의 의무 아니겠는가. 그러니…

이 개싸움! 두말없이 나도 적극 동참한다!

누구 말마따나 우리가 비록 ‘독립운동’은 못했지만, ‘불매운동’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노병하 기자 [email protected]